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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로비오틱 밥상 - 자연을 통째로 먹는
이와사키 유카 지음 / 비타북스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습관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우리의 일상은 수많은 습관들로 움직이는 거대한 기계와 같아서, 사람들은 대개 익숙한 것에서 안정감을 느낀다. 어느 날 익숙한 어떤 것이 떨어져 나간다면 그것이 아무리 사소한 것이더라도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습관은 무섭다. 자신에게 이로운 습관이라면 물론 좋다. 그렇지 않은 것들이 문제다. 그중에서도 식습관에 대해 얘기해 보려고 한다. 우리 몸의 건강과 밀접한 것 중 하나가 식습관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음식을 섭취하지 않으면 인간은 죽는다. 무엇이든 먹어야 산다. 지구상에 살아가는 수많은 생명체 중 인간만큼 다양한 음식을 먹는 동물도 없을 것이다. 굶주림에 허덕이는 사람들에게는 참으로 미안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먹어야 하는가, 라는 선택의 문제가 남는다. 건강하게 살고 싶다면 말이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건강하게 살고 싶은 욕구가 있다. 그렇지만 정상적인 사람이라도 제대로 건강을 챙기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저마다 이유는 많다. 이유는 많지만, 결론은 먹고 살기 바빠서이다. 참 아이러니한 답이다. 무슨 말인지 다 알 것이다. 알아도, 하루 아침에 모든 습관을 뜯어고칠 수는 없다. 입맛은 더더욱 그렇다. 그러면 맛도 좋고 건강도 챙길 수 있는 음식을 찾아봐야겠다.
<스타일>이라는 드라마에서 류시원이라는 배우를 통해 '마크로비오틱'이 소개된 모양이다. 나는 드라마를 보지 않아서 몰랐다. '마크로비오틱'이란 말을 들었을 때 무척 생소했다. 사실 아직까지도 '마크로비오틱'이라는 말을 발음하면 혀에 경련이 이는 것 같다. 그만큼 낯설다는 말이다. 나와 같은 사람들이 있을 것 같아 '마크로비오틱'에 대해 간단한 소개를 하겠다. macro(큰, 위대한), bio(생명), tic(기술)의 합성어인 마크로비오틱은 일본의 장수건강법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뿌리부터 껍질까지 통째로 먹어 식품 고유의 에너지까지를 섭취하자는 것이 마크로비오틱의 취지이다. 이는 음양(陰陽)의 조화를 기초로 한다.
"마크로비오틱에서 추구하는 음양은 바로 모든 사물과 현상이 한쪽으로 치우침 없이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이다.(...)식재료가 가진 에너지나 조리법, 음식과 음식 간의 궁합, 조리 시간 등 음양을 스스로 진단하고 밸런스를 이뤄 조화시킨다.(10쪽)"
'마크로비오틱'에 대해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남편이었다. 요리는 내가 하기 때문에 남편은 자기가 먹는 음식에 대해 수동적 입장에 있다. 그래서 나는 나와 남편의 건강을 떠맡고 있는 것인데, 내가 차린 밥상이 항상 성실하지만은 않아서 부끄럽다. 조금 변명을 해보자면, 한정된 식재료로 매일 색다른 음식을 상에 올리는 일이 만만치가 않다. 게다가 할 줄 아는 요리들도 한정되어 있다. 음식 맛 내는 일은 또 얼마나 까다로운가. 자연조미료로 맛이 안 날 때에는 가끔 인공조미료를 첨가한다. 이런 사정으로 건강 요리책을 찾고 있던 중 이 책을 만났다.
지은이 이와사키 유카 씨의 경력이 눈부시다. 일본 국가공인 관리영양사, 미국 쿠시 뭔가 하는 데에서 마크로비오틱 전문교육을 받은 정통파 마크로비오틱 요리 강사. 다양한 매체를 통해 마크로비오틱을 소개하고 있는 사람이다. 사진으로 본 온화한 인상만큼이나 이 책은 참 친절하다. 마크로비오틱이 생소한 사람들을 위해 마크로비오틱의 원리부터 마크로비오틱 쿠킹 노하우, 마크로비오틱 재료 손질법을 소개하며 시작하고 있다. 사실 어떤 요리나 그 기초는 재료 손질이다. 뿌리와 껍질을 함께 요리하는 마크로비오틱에서 재료 손질은 더욱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요리책은 레시피가 요건이다. 초보자도 쉽게 따라할 수 있도록 친절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평소에 즐길 수 있는 음식이어야 한다. [마크로비오틱 밥상]은 그 모든 것을 충족하고 있다. 생소한 그 이름과는 달리 책장을 넘길 때마다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식재료들이 친숙하다. 레시피 구성은 '주식(밥)', 국, 일품요리(main dish), 반찬, 디저트, 치유식으로 잘 차려져 있다. 부록으로 실린 마크로비오틱 가정식단 원리, 마크로비오틱 4일 가정식단까지 보고 나면 기분 좋은 포만감이 든다. 잘 차려진 밥상을 받은 기분.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는 몸뿐 아니라 우리 마음에도 반영이 된다고 한다. 몸에 좋다고 하여 국가에서 금한 음식(?)까지 처먹는 사람들이 있다. 참 보기 흉하다. 일그러진 도덕관념과 지나친 탐욕이 건강에 얼마나 이로울지는 의문이다. 우리 주변에 이미 건강에 좋은 식재료가 널려 있다. 그것들로도 충분하다. [마크로비오틱 밥상]은 이 단순한 사실을 일깨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