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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습관에게 말을 걸다 - 손톱을 물어뜯는 여자, 매일 늦는 남자
앤 가드 지음, 이보연 옮김 / 시아출판사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라는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 가스레인지 불을 껐는지, 문단속을 잘 했는지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여자, 직장 상사의 가발을 벗겨버리고 싶은 충동에 시달리는 남자 등, 정도는 다르지만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음 직한 강박증, 심리적 문제들을 통해 현대인들의 불안한 일상을 포착하고 있다. 등장인물들의 불안, 은밀한 욕망을 훔쳐보면서 어쩌면 나는 안도했는지도 모르겠다.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무엇보다 이 책을 특별하게 해주었던 것은 정신과 의사의 독특한 처방이었다. 그 처방이라는 것은 별 게 아니었다. 문제를 피하지 말고 직면하라는 것.
[공중그네]의 서평이 아니다.
일상을 살아가는 누구에게나 습관이 있다. 오랜 시간 되풀이되는 행위에서 굳어진 행동방식. 그것이 습관이다. 습관을 달리 말해 버릇이라고도 한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옛말은 버릇 - 습관이 우리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가를 역설하고 있다. 좋은 습관은 우리 삶을 건강하고 윤택하게 해주지만, 나쁜 습관은 불만을 누적시켜 마침내는 우리 일상을 위협하기도 한다. 나는 크고 작은 습관들, 그 중에서도 나쁜 습관들을 많이 갖고 있다. 결벽증, 강박증. 물건은 항상 제자리에 있어야 하고, 그 놓인 모양새도 변함이 없어야 마음이 놓인다.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을 주우면서 다니는가 하면, 바지 지퍼가 잘 채워졌나, 눈에 눈곱이 있을까 수시로 눈을 비비며 확인한다. 그러나 언제나 바지 지퍼는 잘 채워져 있는 상태고, 눈에 눈곱쯤 끼었다고 큰일 나는 것도 아니다.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 한 올 때문에 미끄러져 넘어질 일도 없다. 이런 이상한 습관 때문에 나의 일상은 피곤하다.
이 책 [심리학, 습관에게 말을 걸다]는 현대인들의 일상적인 습관에서부터 기이하고 병적인 습관들에 이르기까지, 그 이면에 웅크리고 있는 심리를 파헤치고 있다. 우리를 피곤하게, 당황스럽게, 경악하게도 만드는 습관들 저변에 뿌리내리고 있는 불안, 불만 등 심리적 원인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이로써 우리를 갉아먹고 있는 나쁜 습관들을 지속시키는 심리적 원인들을 효과적으로 치유할 수 있다는 것.
나쁜 습관들은 주로 스트레스 - 억압, 불만 (등등)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억압이나 불만은 자신의 진정한 욕망을 부정하거나 무시하는 데에서 오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것을 치유하려면 우리가 부정하거나 무시한 욕망들, 우리 마음의 본모습과 마주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요지이다. 앞서 얘기했던 [공중그네]가 독자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위무해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 독특한 처방법 - 그 현명한 처방법 때문일 것이다.
깊은 무의식의 우물, 거기 일그러진 내 얼굴이 있다. 흐르기를 멈춘, 고인 시간이 있다. 좌절된 욕망, 뒤틀린 내 모습, 악취 나는 시간과 직면하는 순간은 괴롭다. 하지만 순간순간 나를, 그리고 타인을 불편하게 하는 나쁜 습관들을 품고 사는 것은 더욱 괴로울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나 자신의 숨겨진 욕망, 나쁜 습관들, 그 뒤틀린 얼굴과 똑바로 대면할 수 있었다. 나 자신에게 한 걸음 다가설 수 있는 조그만 용기를 얻었다. 일상을 위협하는 불편한 습관들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이 책이 도움을 줄 것이다. 그렇지만 변화를 시작하는 일은 우리 자신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