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렇게 나이 들어간다 - 인지심리학으로 본 노화하는 몸, 뇌, 정신 그리고 마음
게리 크리스토퍼 지음, 오수원 옮김, 김채연 감수 / 이룸북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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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가 숫자에 불과하다고? 개똥 같은 소리 하지 말라고 해. 어느 토크쇼에서 가수 조영남이 둔해지는 신체 감각을 호소하면서 해맑게 던진 말이다. <내 나이가 어때서>라는 주제에 걸맞게 '나이듦'을 열심히 미화하고 있던 출연진들도 바람 빠진 풍선처럼 웃고 말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이듦'에  대해 부정적이고 저항적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개똥 같은 긍정으로 자기 나이 같은 건 잊고 싶어한다. 그런 태도를 대하면 애처로운 마음부터 든다. 무한 긍정 이면에 도사린 죽음에 대한 부정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종말 전문가The End Speccialist》(노화 치료가 가져오는 파국을 그린 드루 매거리의 SF스릴러 소설)에서 예언한 대로, 특정 유전자의 활성화를 막아서 노화를 중단시킨 미래에 대한 비전은 여전히 과학소설 속의 일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미래에서 노화 '치료'는 절대로 늙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자연스럽고 평화롭게 죽을 수 있는 가능성'을 박탈당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본문 중에서)


     인간은 본능적으로 '노화'를 두려워한다. 늙어가는 일이 곧 죽어가는 일이기 때문에 그렇다. 누구든 자신의 죽음을 의식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런 관점에서 조영남의 쿨한 태도는 인상적이다. 하나의 유기체로서 비가역적으로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자기를 직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화'의 문제는 결국 '어떻게 죽어갈 것인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고민하지 않아도 우리는 늙어 죽을 것이지만, 눈 가리고 질질 끌려가는 사형수처럼 죽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잘' 죽어갈 수 있을까. 지금 소개하는 책은 이 중요한 난제에 대한 작은 실마리를 제공한다.


      은퇴나 노쇠함으로 노인은 사회생활의 위축을 겪는다. 이를 방치하면 고독과 사회적 고립감이 초래된다. 따라서 비공식적 지원망의 필요성이 커진다. 워커는 사회적 교류를 통해 삶의 질이 향상된다는 것,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교류의 양이 아니라 질이라는 증거를 제시했다. 사회생활은 의사를 방문하는 빈도가 높은 사람일수록 더 위축되며, 일상활동을 유지하는 능력과도 관련이 있다. (본문 중에서)

   

      노화에 따르는 신체적 정신적 기능 변화, 고령화 시대의 문제와 대책까지 노인 문제를 전면적으로 다루는 이 책은 요점 정리가 잘 된 보고서 같다는 인상을 준다. 사변을 지양하고 (노인병의 구체적 증상과 전망, 노인 복지 현실 같은) 순수한 정보 전달에 목적을 두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느니 하는 로망(老妄)이 끼어들 여지는 없다. 책에서 요구하는 것은 (노화 현상과 노인 문제에 대한) 명확한 현실 인식이다. 노인 문제는 사회 문제로만 국한할 일이 아니다. 누구나 나이를 먹고 노인이 된다. 노인 문제는 우리 자신의 문제이기도 한 것이다. 자신에게 닥칠 변화와 다양한 가능성을 제대로 인지하는 것, 이것이 바로 책에서 말하는 지혜로운 노후 대책, '잘' 늙어가는(죽어가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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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5-04-08 0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준비 없는 이별이 당황스런 슬픔.
천년 만년처럼 죽음을 생각하지 못하니 십원짜리 하나에도 다투고
길바닥에서 삼단봉꺼내 위협하죠.
천박할수록 더 그렇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