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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처럼 화내라 - 부정을 긍정으로 바꾸는 분노의 심리학
크리스토프 부르거 지음, 안성철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1.
화내는 법. 내가 화내는 법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사실 없다. <왕처럼 화내라>의 제목을 보면서 과연 내가 화내는 방식은 왕인가, 혹은 귀족인가, 그도 아니면 걸인인가. 그런 생각이 끊이질 않았다. 나는 천민이다. 물질적인 것은 물론이고 이제 화내는 것조차 그런 부류에 속한다는 것이 못내 짜증이 난다.
화의 사전적 의미부터 짚고 책을 읽었다. 화, 분노. 몹시 못마땅하거나 언짢아서 나는 성. 사전을 펼치면 또 다른 어휘에 내리꽂혀서 찾기 시작한다. 주객이 전도된다. 못마땅이 뭐고, 또 언짢아서는 또 무엇일까. 그렇다면 분노는 또 뭔지. 나는 '아름다운 가치사전'을 펼쳤다. 학령초기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 책이다. 내게 가치 규범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우선 내 존재를 위협하는 대상이나 행동에 나는 성급히 격분한다. 살기 위해, 살아남기 위한 무조건적인 반사 작용의 하나이다. 나를 그토록 화나게 하는 대상은 무엇일까. 남편이다. 말 안 듣고 지독스레 뒤숭궂은 남편이 나를 화나게 한다. 그 다음은 동생이다. 그리고 다음은 아버지일 수도 있겠다. 물론 이들의 우선순위는 자주 뒤바뀐다. 나를 화나게 하는 것들은 그렇게 서로 우열을 가르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 모든 대상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나와 연관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대상이라는 것이다.
2.
<왕처럼 화내라>는 하나의 제국을 들어서 화를 다루고 있다. 소심함과 격분하는 것은 결국 극과 극은 하나로 통한다는 이치와 동일하다. 우화다. 가상의 세계를 전개해나가면서 '화'를 면밀히 다루고 있다.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화'를 다루는 것이 훨씬 더 속이 편하다면 <왕처럼 화내라>의 이야기 방식에 몰입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화'라는 감정을 다루고, 그 뿌리가 어디에서 기인하는지 개별차를 성찰하기 위해서 '우화'까지 살펴야 한다면, 너무 힘들다. '화'가 당장의 문제라면 더더욱 힘들다. 이미 화를 내며 스스로를 파괴해나가는 일에 진저리가 쳐진다면 너무 가혹한 작업이다. 우화는 이야기에 빠져들게 하는 흡인력이 있지만 때때로는 이야기의 본질에서 읽는이를 밀쳐내는 막강한 힘 또한 가지고 있다. 일장일단이다.
글쓴이는 심리학 석사다. 약력을 살피면 글쓴이의 글쓰기 방식을 이해하게 된다. '분노 대왕'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 글쓴이의 의도를 이해하게 된다.
3.
분노가 무엇이고, 화는 또 무엇인가. 감정의 파괴적 측면에만 집중해서는 안된다. 분노가 생존에 얼마만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고, 또 왜 필요한지를 또한 알아야 한다. 우화를 걷어낸 <왕처럼 분노하라>는 분노의 심층까지로 뻗어나가고 있다. 모두 6개의 장으로 구성된 <왕처럼 분노하라>는 지금 우리, 시시때대로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거는 일상적 삶을 에둘러 표현하고 있다. 자주 화를 내지만, 과연 화 내는 방식에까지 전문적이라 할 수 있을까. 내 감정 하나하나에 민감성을 보여야 할 때이다. 생존과 직결되는 일이다. 부주의는 곧 스스로를 수렁으로 몰아넣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