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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팅컬처 - 거짓과 편법을 부추기는 문화
데이비드 캘러헌 지음, 강미경 옮김 / 서돌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1.
'거짓과 편법을 부추기는 문화'
2.
술 권하는 사회. 여러 문인들이 동명의 제목으로 작품을 형상화했다. 사회를 다루는 소설로, 제목으로 이만한 것이 또 있을까 싶다. 나는 책을 읽기도 전에 제목을 먼저 알았고 제목이 가진 분위기에 휩쓸려 감성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했다. 지금은, 어쩌면 현실적인 모습으로 변모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지금이 진정 나일지도 모른다.
3.
'거짓과 편법을 부추기는 문화' 치팅 컬처. Cheating Culture. 속이고 속이고 속이고 속는 문화라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 나는 '술 권하는 사회'에 빠져들었던 것처럼 이 책에도 제목이 풍겨내는 분위기에 흠씬 젖어들었다. 책을 읽지 말아야 했을까. 아니다. 제목이 끌어당기는 흡인력에 이끌려 나는 나무의 숲으로 들어가 사람을 만났고, 사람이 만들어내는 문화를 살폈다. 그리고 내가 어디 즈음에 서 있는지, 또 어디로 가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었다. 울울창창한 밀림에서 한참을 나는 헤매다가 지쳐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거대한 눈이, 붉은 눈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어쩌면 그 눈알을 나를 보는 것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만한, 가치가, 아직은 없기 때문에 표적이 내가 아니라는 데에는 확신을 가진다.
4.
<치팅 컬처>의 핵심어는 문화, 속임수, 자유시장, 인간일 것이다. 현대 인류의 문화를, 정확히 말하면 자칭 선진국이라 부르는 그들의 문화에 대해서, 그리고 그 문화가 전파된 하위 파생국의 그것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다. 민족적 특수성 때문에 남한의 우리 땅에서도 통용되고 일면 수긍되는 내용이 '사례를 중심으로' 기술되고 있다. <치팅 컬처>는 사례들이 많다. 거대한 밀림처럼 사례들의 그늘에서 나는 쉽게 피곤해졌다. 영어권에서 출판된 책들의 공통점이 사례가 유난스럽다는 것인데, 학문적 가치야 어떻든 일반 대중이 읽기에는 피곤해지기 십상이다. 그러나 그 단점을 뚫고, 어느 정도 묵인하에 익숙해진다면 귀납적 책읽기의 실행 끝에서 하나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치팅 컬처> 또한 그렇게 읽어야 하나 보다. 그렇게 400여쪽의 거대한 숲에서 나는 빠져나왔고 한숨이 절로 나왔다. 안도감인데, 완독과 함께 속임수 문화를 살필 수 있었다는 지적인 포만감 또한 포함된다.
속고 속이는 이유는, 근간은 아무래도 진정성의 부재가 아닐까 싶다. 내가 누군가를 속이면, 또 속여야 할 것이다. 더 속이며 나는 속이는데 천부적 자질이 있나 혹은 자부심에 거드럭거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생존을 위한 행동이라면 정도껏 수용될 수 있지만 부의 축재나 성공을 위한 방편으로 속임수를 간악하게 사용한다면....
늘 속고 속인다. 관계 속의 진정성은 연막을 거둘 때 벌거숭이가 되고 마는 것일까.
5.
재래시장에서 졸속간에 느끼는 혐오에서부터, 거대시장의 편법적 행위, 정부의 모순된 행동. 그리고 전세계를 장악하고 있는 거대한 눈에 이르기까지 속임수에 놀아난다. 정의가 무엇일까. 절대적이고 상대적인 가치 규범이 필요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