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 - 정혜윤이 만난 매혹적인 독서가들
정혜윤 지음 / 푸른숲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1.

     <그들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 읽으면서 나는 나를 돌아본다.  나는 어떤 책을, 어떠한 연유로 오래 기억하고, 때때로 힘을 얻었고, 그 영향력의 유효기간은 또 얼마였으며, 또 나는 왜 지금 책을 집어들고 있고, 읽어가며 시간을 보내는지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이는 직면이다.  당혹스럽다.  그 끝에 문소리, 신경숙이 쓴 짧지만 강한 능낌의 글편들이 있다.

 

 

    2.  외로움

     나는 무엇 때문인지, 문소리 님이 쓴 글을 읽으면서 이 사람도 참 외롭구나.  외로웠겠구나.  그러한 느낌을 받았다.  동정이 아니다. 연민이 아니다. 그러한 감정은 너무도 값싸고 무책임하다는 것을 나는 경험했다. 그렇기 때문에 함부로 '안 됐다, 안쓰럽다'는 말을 할 수가 없다.  무책임한 타인의 호기심이 당사자에게 얼마나 큰 상처가 되는지 나는 안다.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알고 있다.

 

   3.  외로움의 힘

    외로움음 힘이 아니다.  하지만 구태여 '힘'으로 마침을 두는가.  그 이유는, 외로움 자체는 힘이 아닌 고통이지만 그 수렁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모든 '행동'은 힘이다.  캄캄한 어둠 가운데도 한 줄 빛이 있고, 한낮보다 더 선명하고 뚜렷하다.  몸이 힘들고 고된 날도 물론이거니와 마음이 지치고 상처받은 날, "기분은 어떠세요?" 물어봐 주는 마음이 고맙다. "당신 참 힘들겠군요."라는 말도 참 고맙지만 그보다는 스스로를 돌아보게 해주는 질문 "기분은 어떠세요?". 그것이 관심이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주는 힘이 아니다.  관심은 있어주는 당신과,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는 것이다.

 

     문소리님의 글편에서 나는 외로움을 느꼈다.  외로움뿐이었다면 나는 크게 공감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의 손에 쥐어진 책, 책을 펼치고 읽는 행동, 그것은 적극성이다.  자신을 위한 행동이다.  실제 행동 범위는 적지만 책이라는 것의 공간이 사각의 틀, 그 이상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문소리님의 행동은 굉장한 용기이다.    

 

    4.  수용하는 하루

     외로움에서 나는 그와 동질성을 느꼈다.  하지만 버성기는 이 느낌은 무엇일까.  단순히 거리감이라 할까.  아니다.  나는 <그들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를 과거완료형 시제로 읽지 않는다.  사회 각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분들, 유명짜한 분들의 글이 끄당기는 힘이 있지만, 나는 오히려 그들이 얻어낸 인지도 때문에 거리감을 느꼈다.  나는 내 삶을 하나의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데 그들은 내가 서 있는 이곳에서 보기에는, 아무래도 완벽해 보였다.  먼 곳에서 보기에 참으로 아름다웠더라, 나는 되새긴다.  먼 산이 더 아름답고, 경이로운 이유는 아무래도 세세한 것에까지 관심을 가질 수 없는 이유 때문이다.  삶은 과정이다.  매 순간순간이 고통이다.  댕돌처럼 딴딴한 고통이다.  하지만 그 고통을 징검돌 삼아 밟고 간다면 어떨까.  그러면서 나는 <그들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를 다시 훑어보았다.  나와 다르지 않는, 하지만 내가 다르게 생각하는 그들 역시 오늘 하루는 고통일 수도 있다.  그 고통을 어떻게 수용하고 다듬느냐에 따라 지금 이순간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이 펼쳐잡아 오랜 시간 함께했을 책, 내가 아는 책도 있었고 새로이 알게 된 책도 당연 있었고, 내가 알아야 할 책, 그런데 잊고 지냈던 책 역시 있었다.  어쨌든간에 '책'이다.  다행히 내게는 '책'을 사랑하는 마음이 아직은 잔존하고 있다.  내가 책을 알아간다는 생각을 했던 적이, 내가 책을 샀다는 태도를 지녔던 적이 있다.  하지만 요즘 들어 생각은 뒤틀렸다. 

 

    5.  만남의 필연

     책이 나를 부르고 있다.  나는 그소리에 이끌려 책방으로, 인터넷 서점으로 몸을 돌린다. 가는 것, 부르는 책을 찾아가는 것은 내 의지임에 틀림없다.  나를 부르는 책의 소리, 그 메아리를 듣고 못 듣는 것은 아무래도 우연에 가까울 것이다.  하지만 책을 만나는 것, 내가 책을 펼치는 순간 우리의 만남은 필연이다.  책과의 만남을 도모하는 나의 모든 행동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중요한 것은 인연이 닿았다는 것이다.  현실계의 사람만이 인연이 아니다.  <그들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는  그 많은 인연들 가운데 참으로 반가운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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