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어 - 몸에 관한 詩적 몽상
김경주 지음, 전소연 사진 / 문학동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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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을 관통하지 못하는 언어는 어디로든 데려갈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금 느낀다.
    몸에게 닿으려는 언어는 비밀을 더 많이 가져야 한다는 사실을, 시가 단어 하나 속에서 숨이 차오르는 숨 쉬기이듯이, 시는 육체를 밀월하는 어떤 부위를 나 아닌 누군가의 몽정이라고 부르려는 호명에 가까운 것이다. 밀어密語란 보이지 않는 언어로 떠나보는 여행이다. 네 몸의 어떤 부분으로 떠나는 밀월이다.

   

                                      _작가의 말 중에서

 

 

 

      시인 김경주의 산문집입니다. 이성과 감성을 압도하는, 아니, 그 모든 것을 넘어서는 내밀한 호흡을 새기는 이 책을 어떻게 소개해야 할까. 이 글을 쓰기까지 한참을 머뭇거렸습니다. 은밀한 숨 쉬기가 지속되기를 바랐습니다. "흐려지는 목젖"의 떨림을 나직하게 기록하면서 위험한 꿈에 연루되고 싶었어요. "귀에서 흘러나간 달팽이"의 행방이 묘연한 귀울림의 밤, "연해지는" 당신의 "눈" 속에 뛰어들어 희미한 잠에 드는 꿈 같은 것. 한없이 흐릿해질 것도 같았는데, 외려 점점 또록또록해지는 감각이 꿈속 생각을 방해하기도 했습니다. 숨이 끊기고 막힐 때마다 감미로운 어지럼증이 찾아들었고요. 이 모든 은밀한 감각에 대한 미련을 떨치기 힘들었습니다. 

 


     체는 선으로 이루어진 풍경이다. 그리고 그 풍경은 언제나 허공을 차지하는 일종의 균형이다. 詩가 가장 부적절한 순간에 언어에게서 태어나는 하나의 육체라면 뛰어난 산문散文은 그 육체를 감싸며 바깥으로 겉도는 하나의 선이다. (본문 중에서)

   


      김경주는 시인입니다. 뼛속까지 시인입니다. 무시무시할 정도로 시인입니다. 시인의 "보이지 않는 언어"를 더듬거리며, 이따금 나는 비현실적으로 환해지거나 캄캄해지고, 귀신 들린 형광등처럼 깜박였습니다. 더듬거리면서 읽어야 하는(읽을 수밖에 없는) 책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일반적인 난독과는 조금 다릅니다. "보이지 않는 언어"란 무엇인가.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입니다. 그런데 이 귀신이 너무 매혹적입니다. "가장 부적절한" 언어로 우리 의식의 은밀한 "육체를 감싸"고 겉돌면서 몽상을 도발하는 것이죠. 물질과 정신, 가시可視와 비가시 영역의 간극에서 시인의 몽상은 "귀기가 서리고 무서울 정도의 적막"을 품은 "동요"처럼 흘러나와 사방을 떠돌고 있습니다. 
     

      은隱의 언어, 은의 세계로부터 흘러나오는 나른하고 생경한 이 감각은 비밀스럽고 은밀한 방식으로 우리의 향수를 자극합니다. 보이지 않는 저 먼 세계는, 그리움입니다. 닿을 수 없는 그 세계를 꿈꾸는 "가장 부적절한" 방식이 있다면 바로 "밀어"일 것입니다. 시인의 언어는, 보이지 않는 그 언어는 꿈보다도 멀기 때문입니다. "밀어"는 피를 말리고 살을 떨리게 만듭니다. "핏줄"을 찾아 헤매는 "드라큘라"의 언어, "입술"이 토해내는 "나비" 같은 언어입니다. 자꾸자꾸 말라가다 증발하고 흩어져 떠돌게 합니다. "밀어"는 떠도는 언어입니다. 떠도는 자들의 언어이기도 하고요.

 

실 나는 귀신이다 산목숨으로서 이렇게 외로울 수는 없는 법이다

 


      귀신 같은 책입니다. 귀신의 귀신에 의한 귀신을 위한 책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라고 해도 어쩔 수 없어요. 나는, 완전히 홀리고 말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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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2-03-15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저도 사두고 야곰야곰 읽고 있어요.
글도 좋지만 사진이 무척 좋더군요.^^
페티시즘적인 사진들이 은밀한 언어를 대신하는 느낌이었어요.
소통이 어려운 시를 쓴다는 말을 듣는 김경주 시인을 요즘 다시 생각하고 있어요 전.

kmrmrmr 2015-05-11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김경주 시인...
몇년 전 강의 시간에 비평문 쓰기를 할 때 시간에 쫓겨 몇 개의 시만 골라
호로록 읽고 난 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글에 화가난 저는
나는 이 시를 인정할 수 없다며 ㅋㅋㅋㅋ 그랬다가 결국 D를 받은 기억이 납니다 :).... 후..
다른 시집 `기담` 이었더랬죠 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