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탈놀음 즐기기-동래야류
동래읍성 축제 마지막날인 10월 9일, 동래문화회관 놀이마당에서 동래 야류를 봤다. 동래야류는 동래구 온천동(溫泉洞)에 전승되어 오는 탈춤(들놀음)으로 네과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본격적인 탈놀음이 시작되기 전에 한마당 놀이가 있었다. 넷째 과장까지 나오는 등장인물들이 모두 나와 개성있는 춤을 추며 놀다 갔다.특히 문둥이 탈을 쓰신 분과 말뚝이 탈을 쓰신 분은 춤을 아주 코믹하게 추셔서 구경꾼들의 박수를 많이 받았다.
(등장인물들이 모두 나와 춤을 추고 있는 장면)
첫째과장은 문둥마당이다. 먼저 1명의 문둥이가 등장해서 아주 고통 스러운 듯이 춤을 춘다. 뒤이어 1명이 더 등장해서 둘이 서로 부둥켜 안고 뒹굴기도 하고 미처 날뛰는 것 같은 춤을 추며 논다. 처음 등장 했던 문둥이는 춤은 아주 생동감이 느껴지게 춘다. 문둥이의 고통이 구경꾼들에게도 전해질 만큼.
(문둥이가 고통스런 몸짓으로 춤을 추고 있는 장면)
둘째과장은 양반마당이다. 5명의 양반이 등장해서 제 각각 짓굿은 짓을 하며 놀았다. 저희들 끼리 말타기도 하고, 객석에 있는 구경꾼을 부둥켜 안고 사진도 찍도 ,땅바닥에 뒹굴기도 하면서 논다. 다섯 양반 노는 꼴이 유치하기 이를 데 없었지만 재미있다. 양반들이 말뚝이를 몇 번 부르자 말뚝이가 등장해서 양반들을 조롱한다
(양반들이 난리법석을 떨면서 놀고 있는 장면)
셋째과장은 영노마당이다. 저승사자 같이 시커먼 옷을 입은 영노라는 괴물이 등장해서 양반을 조롱하고 비판하자 양반이 자신은 양반이 아니라 똥이라고 하다가 짐승이라고 하다가 ... 양반 체면에 똥칠을 하고 들어간다.
넷째 과장은 할미 과장이다. 오랫동안 집을 비운 영감을 할미가 찾으면서 시작한다. 영감은 영감대로 할미를 찾다가 두이 만나 부둥켜 안고 뒹굴다. 할미가 영감을 찾을 때, 영감이 할미를 찾을 때 객석에 있는 구경꾼들에게 묻는다
“.....이렇게 생긴 영감 한사람 못 봤소?”
그러면 관객들이 “못 봤어요.” 그러고 영감이 “...이렇게 생긴 할미 한사람 못봤소?” 그러면 구경꾼들이 “저쪽으로 갔어요.”그러면 영감이 “아이구 오데고 갔노?”이러면서 관객들이 가르킨 곳을 보며 찾는 시늉을 한다. 구경꾼이 놀이마당에 함께 참여해서 즐길 수 있어 참 재미있다. 그런데 영감이 작은 할미를 데리고 들어와 함께 마주 보며 춤을 춘다. 그때 본처인 할미가 이 꼴을 보고 둘을 떼어 놓는다. 놀란 작은 할미는 퇴장하고 영감과 할미만 남자 영감은 할미에게 자식을 안부를 묻는다. 그런데 자식 셋을 다 잃었다고 말한다. 그러자 영감은 화가나서 할미를 발길로 차서 넘어뜨린다. 할멈이 뒤로 나동그라지면서 쓰러진다. 할미의 가슴에 귀를 대고 숨소리를 들어보던 영감 역을 맡으신 분의 말투가 웃긴다. “ 아이구 할멈, 내가 죽어삐라 켰다고 진짜 퍼뜩 죽나. 말도 잘듣는다”. 객석에서 폭소가 터진다. 할아비는 깜짝 놀라서 용한 의원을 불렀다. 등장하는 의원의 걸음걸이가 재미있다. 의원도 할미를 살려내지 못하고 “눈까풀을 보니 한 물갔다”는 말을 남기고 떠나자 굿을 할 눈먼 봉사를 불렀다. 등장하는 봉사는 더듬거리고 오다가 쓰러져 있는 할미를 깔고 앉을 뻔하다가 겨우 자리 잡고 앉아 북을 치며 한다는 소리가 죽었단다.
(영감이 할미에게 자식 안부를 묻고 있는 장면)
수영야류와 동래야류를 비교해 보니 네 마당으로 공연되는 것과 양반마당, 할미 마당, 영노마당에서 등장인물들의 놀음이 비슷하다. 다른점이 있다면 동래야류는 문둥 마당이 있는 대신 사자춤 마당이 없다. 그리고 할미 영감 마당에서 할미의 장례식을 하지 않는다. 알고보니 원래 할미 .영감 마당에서 장례식을 치루는 장면이 있다는 데 생략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놀이전 마당에서 수영야류와는 달리 팔선녀가 등장하지 않는다.
어제 본 수영야류와 비교해 보니 이 공연이 훨씬 재미있다. 구경군 모두가 이 공연에만 집중할 수 있는 놀이마당에서 공연을 했고, 탈놀음을 하시는 분들이 중간중간 관객들의 참여를 유도함으로서 함께 호흡하며 즐길 수 있게 공연을 이끌었다. 양반 춤을 추는 분들의 행동, 문둥 춤을 추는 분의 춤사위, 봉사나 의원이 등장할 때의 코믹한 걸음걸이 등을 보니 ‘이분들 재미있게 공연을 펼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탈놀음이 지겹고 없을 것이라는 편견을 갖고 있었는데 공연 하시는 분들 가까이서 대사를 들으면서 보니 아주 재미있다. 특히, 수영야류, 동래 야류 두공연 다 할미 마당이 제일 드라마틱하고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