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1코스를 운봉읍에서 주천으로 걸었다.
29일 저녁 일기예보를 보니 30일 전국적으로 많은 비가 오고 바람이 거
셀 거란 소식이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 기상 상태가 좋지 않으면 1코
스 걷는 것을 포기하고 일정을 변경하기로 했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니 날씨 변덕이 심하다는 지리산 자락인데도 바람
이 쌩쌩 불었지만 다행히 비는 안 오고 안개만 자욱하게 끼어 있다. 가다
가 큰 비 만나면 거기서 버스 타고 남원 시내로 나오기로 하고 일단 걷기
로 했다.운봉읍 농협 앞을 지나 양묘장을 지나는데 우리처럼 걷는 사람
들 몇이 눈이 뛴다. 이 정도 같으면 걸어도 될 것 같다. 그런데 걷고 보
니 탁월한 선택이었다. 산행 내내 여우비가 오는 듯 하다가 그쳤다가 햇
살이 났다가 구름에 가 렸다가 변덕을 부리긴해도 걷기엔 더없이 훌륭
한 날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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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봉읍 행정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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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 보이는 나무들이 행정 마을 서어나무 군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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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녀된 노거수가 있던 노치마을)
(회덕 마을 샛집, 일반 초가집과 다른 점이 지붕 선이다. 지붕선이 곡선이 아니라 측면이 팔자인 기와집처럼 각이 지고 지붕 세로 선이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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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치를 걸어 넘던 옛 사람들이 오가며 안녕을 빌었다는 사무락다무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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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치 고개를 지나 주천으로 내려가는 길, 어여쁜 야생화들을 만날 수 있는 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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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천에서 1코스 걷기를 시작하는 분들은 이 길이 둘레길이 시작되는 곳이다)
1코스는 주천서 운봉으로 넘어오는 것 보다 운봉서 주천으로 넘어가는
길이 덜 힘들다.2코스와 연결하기 편한 대로 동선을 잡았는데 잡고 보
니 잘 잡았다. 주천서 시작하신 분들은 개미정지를 지나면 구룡치를 올
라가는 길이 가팔라 둘레길을 가볍게 생각하고 오신 분들은 많이 힘들어
했다.
1코스는 산길에서 수많은 야생화들을 만난다. 흔히 볼 수 없는 알록 제
비꽃, 고깔 제비꽃 군락도 보이고 족도리풀, 홀아비꽃대 군락도 만난다.
보라색이 선명한 각시붓꽃, 큰구슬붕이 군락도 만난다. 콧노래가 절로
나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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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시붓꽃과 양지꽃)
(꼬깔제비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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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 제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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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두리풀꽃)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었는데도 숲 속에는 바람을 거의 느낄 수 없이 걸
을 수 있고 소나무 숲을 지나면 조팝나무, 병꽃나무, 철쭉 같은 꽃들이
무리 지어 피어 있다. 연초록 나뭇잎들 사이에 언듯언듯 비치는 햇살도
좋고, 살랑거리는 초록 바람이 피부에 닿는 느낌도 몸과 마음을 행복하
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