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하는 아이들이 있어 졸업 선물 겸 영화 보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 이야기 나누기도 해 볼 겸 이 영화를 봤다. 다른 녀석들은 웃기고 재미있는 영화를 보자고 난리를 쳤지만 꼭 보고 싶은 영화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 녀석이 강력하게 민 이 영화를 본 것이다.


  아이들과 이야기를 한 번 쯤 하고 넘어가야할 이슈이기도 해서 잘됐다 싶었더니 이 영화를 본 아이들의 반응은 ‘너무 지루하고 잔인하고 재미없다’ 였다. 볼 영화를 조금 빨리 결정해서 한 시간 정도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관계에 대해 배경 지식을 쌓고 갔으면 이해하기가 쉬웠을 텐데 이걸 보자 저걸 보자 의견만 분분하다 급작스레 결정하고 바로 영화를 보러 갔으니 죽고 죽이는 테러 이야기가 뭔 재미가 있었겠는가?

  이 영화는 1972년 뭔헨 올림픽당시 팔레스타인 무장 테러 집단 ‘검은9월단’이 올림픽 선수촌을 급습해 이스라엘 선수단 11명을 살해하고, 이에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 또한 최정예 요원을 선발해 뮌헨 테러의 배후 인물로 지목된 팔레스타인 11명을 차례로 응징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 왜 끝없이 총부리를 겨누며 싸우고 있는지, 검은 9월단은, 모사드는 뭔지 아무런 배경 지식이 없이 이 영화를 어찌 흥미있게 보겠는가?


  그런데 나는 볼 만했다. 팔레스타인이 먼저 이스라엘을 건드려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보복하는 것으로 비춰지기는 했지만 모사드 정예요원 에브너가 팔레스타인 테러 배후 인물들을 하나하나 제거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정신장애를 겪는 것을 보면서 ‘내 조국을 위해서라는’ 거창한 명분은 허울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피는 피를 부를 뿐 한 쪽에서 복수를 끝내지 않는 이상은 복수는 끝날 수가 없다. 에브너가 남은 배후 인물 2명은 더 이상 처치할 수 없다고 손을 뺐지만 누군가에 의해 나머지 두명도 다 제거됐다는 것을 보면.


  지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휴전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틈만 나면 서로 총격전을 벌이고 있다. 1년전 휴전 협정을 체결했던 당사자인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총선에서 참패했고, 혼수상태에 빠진 아리엘 샤론 총리는 이미 정치적 생명을 잃었다. 3월에 있을 이스라엘 총선 이후 두 나라는 어떤 상황으로 치닫게 될지 아무도 예측 할 수 없다.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이 답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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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6-03-02 0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상영시간이 길어 아직 망설이고 있는데 꼭 보고 싶은 영화에요..

다솜 2006-03-03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아이들과 함께 보고 이야기 나누기 하기 좋아요. 저는 이 영화 보고 한 시간은 관련 지식 이야기 나누기 한 시간은 글쓰기 수업을 했는데 괜찮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