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였던가? 제인 오스틴의 원작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 ‘오만과 편견’을 본 것이. 그때 그 영화를 보면서 ‘주인공 리지가 작은 아씨들에 나왔던 둘쨋딸 조랑 참 많이 닮았네.’ 했었다. 그런데 제인 오스틴의 삶을 소재로 한 이 영화 ‘버커밍 제인’을 보니 리지는 제인 오스틴 자신이었다.

 

 이 영화는 여러모로 ‘오만과 편견’을 많이 닮았다. 제인이 사랑했던 남자 리프로이는 ‘오만과 편견’에 나왔던 디아시와 참 많이 닮았다. 물론 오만과 편견에서는 리지가 편견을 걷어내고 디아시의 참 모습을 보고 결국 둘이 맺어지지만 이 영화에서는 어찌할 수 없는 상황으로 끈을 놓지만.그리고 많은 재산을 상속 받을 수 있는 곳으로 딸을 시집보내기 위해 갖은 수를 다 쓰는 극성스런 어머니가 나온다는 점도 비슷하다. 몰입하며 봤던 '오만과 편견'과는 달리 무덤덤하게 봤다.

  

제인 오스틴은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고 한다. 많은 남자들이 제인에게 연정을 품었지만 평생 펜을 사랑하며 산 까닭은 무엇일까?

영화 속에서 제인은 사랑 하나만 있으면 결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아가씨였다. 직업 좋고 많은 재산을 상속 받게 될 청년 그토록 구애를 했것만 삼촌의 도움없이는 학교도 다닐 수 없을 만큼 가난한 남자 리프로이를 사랑했다. 제인을 부잣집으로 시집보내고 싶은 부모는 당연히 반대하고, 리프로이의 삼촌 역시 반대를 한다.  둘은 아는 사람들이 없는 먼 곳으로 도망 가서 함께 살기로 한다. 그러나 둘은 연(緣)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가는 도중 제인은 리프로이 부모가 리프로이에게 보낸 편지를 우연히 읽게 된다. 


  ‘....보낸 준 돈 잘 받았다.
너로 인해 우리가 숨통을 튈 수 있었다.
너는 우리의 희망이다...’

그 편지를 읽은 제인은 주변의 반대를 무렵쓰고 먼 곳으로 가서 살아보았자 결코 행복할 수 없겠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왜냐하면 콩까풀이 벗겨지고 현실을 인식하기 시작하면 리프로이는 가난한 가족을 버려두고 온 죄책감으로 괴로워할 것이고,그것을 바라보는 제인의 마음도 좋을리 없으므로. 결국 제인은 리프로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평생 독신으로 살아간다.


나는 제인의 선택이 옳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인 자신은 평생 펜과 함께 살면서 자기 쓰고 싶은 글을 마음 껏 쓰며 명성을 얻었고, 사량했던 남자 리프로이는 다른 사람과 결혼을 해서 수석 판사가 된다. 만약 사랑한다고 끝까지 끈을 놓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두 사람 모두 상처만 입고 다 파멸로 치닫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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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에게 배우는 사람을 무장해제 시키는 법-  

레시피? 많이 들어본 말이긴 한데 무슨 뜻이지?

그래서 사전을 찾아보니 요리방법, 비법 정도로 해석되고 있다. 그러면 ‘사랑의 레시피’는?

사랑을 제대로 하는 비법 또는 방법 정도가 되겠다. 사랑을 제대로 하는 방법이라니? 정답이 있나?

 

케이트는 요리 레시피는 거의 모르는게 없을 정도로 해박한 지식과 실전 능력을 가지고 있다.그러나 사랑을 하는덴 서툴다.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몰두하는 사람들이 그렇듯이 요리 외 다른 일엔 그다지 관심이 없다. 케이트는 정신 병원에 상담을 하러 가서 조차 요리 이야기를 하거나 심지어 자신이 개발한 요리를 담담 의사에게 해 주고 반응을 묻는다. 그러나 ‘요리의 달인’ 케이트에게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다른 사람이 자신의 요리를 비난하는 것을 참지 못한다는 것이다.말하자면 성질이 ‘까칠하다’ 지나친 자신감은 함께 일하는 사람들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오너는 그녀에게 정신과 상담을 정기적으로 받지 않으면 해고 하겠다고 한다.

 

  자기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그 분야에 최고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두 부류로 나누어진다. 하나는 주변 사람들과 더불어 즐겁게 자기 목표를 성취해 나가는 유형, 다른 하나는 모든 사람을 경쟁상대로 여기며 ‘더불어’가 아닌 ‘외로이’ 전쟁을 하듯 목표를 성취해 나가는 사람. 케이트는 후자의 경우다. 자신이 일에있어 완벽을 추구하듯이 함께 일하는 주방 사람들에게 도 빈틈없이 그저 묵묵히 일해주기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직장동료들에게 인기가 없다. 왜냐하면 이런 상사와 일을 하면 숨이 막히니까.

 

 그런데 이 레스토랑에 직원들의 숨통을 틔울 부주방장이 온다. 조카 ‘조이’와 함께 자신을 만나러 왔던 언니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날벼락 같은 사태를 수습하느라 레스토랑에 결근 한 날 사장은 부주방장 ‘닉’을 고용한다. 그런데  ‘닉’은 케이트와 정 반대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부드럽고 유머러스하고 예술을 사랑하는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사람이다. 케이트 눈엔 닉의 이런 성격이 영 마음에 안 든다. 요리를 하며 음악을 듣고 노래를 부르고,  놀러 온 건지 요리를 하러 온 건지 도무지 헷갈릴 지경이다. 그래서 그를 레스토랑에서 추방하러 오너와 싸움도 불사하지만 자신 밑에서 책임을 맡고 있던 요리사의 해산날이 가까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웬수가 되는 것도 서로의 관심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던가! 두 웬수는 결국 서로 한집에서 한 이불을 덮고 사는 사이로 발전한다

 

닉은 사람을 무장해제 시키는 신기한 힘이 있었다. 주방 사람들도 닉이 온 이후 얼굴에 웃음기가 떠니질 않고 ,졸지에 엄마를 잃고  이모가 고급요리를 줄줄이 해서 갖다줘도 입에 대질 않던 케이트의 조카 ‘조’의 마음을 열게 했다. 아마도 닉이 사심이 없는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있음을 아이가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배려하는 닉의 이타적인 마음이 아이의 닫힌 마음을 열게 했을 것이다. 이러한 조의 풍요로운 마음은  정신과 의사가 ‘까칠한’ 성격을 고치지 않으면 남자들을 비롯해서 함께 일하는 동료들도 당신에게 질려 곁을 떠나게 될 것‘이라고 말한 케이트 조차 무장해제시킨다.

사랑의 레시피는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었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


케이트가 손님이 주문한 음식을 요리해서 접시에 세팅할 때 케이트에게 연정을 품고 있던 닉이 옆에 바짝 붙어서 얼굴을 케이트 귓불 쪽에 들이밀자 케이트는 숨울 훅 내볕으며 ‘이렇게 좁은 데서는 답답해서 요리를 할 수가 없어’라며 맞은편 널직한 장소로 옮겨 세팅하던 장면. 틈을 주지 않는 케이트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는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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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우연히  ‘라디오 스타’를 보고 이 영화를 만든 이준익 감독의 정서를 신뢰하기 시작했다. 역시 그가 만든 ‘즐거운 인생’도 괜찮다. 아니 386세대들의 정서를 자극하는 ‘불놀이야’, ‘한동안 뜸했었지.’ 같은 록밴드 음악을 흥얼거리며 콘서트를 즐기듯 정말 재미있게 봤다.


  직장에서 해직 당해 갈 곳이 없는 40대 가장 기영과 성욱,  뼈빠지게 일해 아이들 유학 보내놨더니 아이들과 함께 간 아내로부터 이혼하자는 날벼락을 맞는 기러기 아빠 혁수. 어릴 때 엄마는 가출하고 락밴드 ‘활화산’ 보컬이었던 아빠랑 둘이 살다가 그 아빠마저 돌아가셔서 혼자가 된 현준. 한마디로 삶이 갑갑하다. 그런데 갑작스런 현준 아빠의 죽음은 이들의 삶에 변화를 불러일으킨다.

 

 

  사람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빛난다고 했던가. 다시 록밴드 결성하고 잊고 살아왔던 꿈을 꾸기 시작하면서 이들도 삶의 활력을 찾아간다. 그러나 무능한 가장, 자식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더 추구하는 이기적인 아빠라는 비난, 믿었던 가족들의 배신으로 인해 팀원들이 다시 절망에 빠지면서 팀이 해체될 위기를 겪는다. 하지만 활화산은 언제가는 터지기 마련. 막다른 골목에서 마그마를 분출한다. 록밴드 ‘활화산’ 이라는 이름을 단 콘서트가 처음으로 열리던 날 신들린듯  ‘즐거운 인생’을 부르며 드럼을 두드리고 기타를 칠 때 이들의 열굴에 환희가 넘쳐흘렀다. 

 

  40대에 무엇가를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이, 포기 했던 꿈을 다시 꿀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멋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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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어떤 메시지를 준다기 보다는 화려한 영상을 보여주기 위하여 제작된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대국 답게 스케일도 아주 크다. 그런데 내가 기대했던 영화는 아니다. 난 그것도 모르고 역사물이라고 해서 그것도 당나라 때 역사물이라고 해서 없는 시간 쪼개 가서 봤더니, 에고~


이 영화에 나오는 황후와 궁녀들의 의상, 궁 내부의 인테리어를 보면 화려하기 이를데 없다. 뭔가 가리고 싶은 것이 있을 수록 겉은 화려하게 치장하는 법. 역시 황실 내부는 썩고 있었다.  황후는 자신이 낳지 않은 황제의 첫째 부인이 낳은 아들을 사랑하고, 그 사랑을 눈치챈 황제는 황후를 죽이기 위해 빈혈을 치료한다는 명목하에 ‘부자’를 섞어 서서히 미처가게, 결국은 죽음에 이르도록 계략을 꾸미고. 그것을 눈치챈 황후는 황제를 죽일 계획을 세우지만 한 수 위인 황제의 뛰어난 술책에 말려 결국 죽음에 이르고.


  황후가 측천무후 같이 요부였다면 이야기가 훨씬 재미있게 전개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황후가 약하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인물이 아니라 황실의 공주였던 탓인지 계략을 교활하게 꾸미지는 못했다. 그래서 황제의 일방적인 승리로 게임이 싱겁게 끝났다. 영상보다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기대 했것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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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현대 미술전이 열린다는 기사를 읽은지가 제법 됐는데 지금까지도 하고 있을래나 '

이러다가 수업 한팀을 끝내고 막간을 이용해 부산 시립 미술관에 갔다. 그런데 갈 때마다 길이 헷갈린다. 두어바퀴 돌아서야 미술관 주차장에 차를 주차 시키고 매표소로 올라갔다. 그런데 입장료가 700원 밖에 안한다.

'비엔날레 같은 국제적인 전시회가 열릴 때는 만원 이쪽저쪽인데? 그럼 인도 현대 미술전도 끝났나?'

이러면서 올라갔다. 그런데 하고 있다.   카메라를 가지고 왔어야 하는데 아깝다. 볼만한 설치 미술작품들 중에는 카메라 촬영이 허용된 작품들이 몇 개 있다.


2층에는 시간의 홈에서와 젊은 시각 시선 2006 작품전이 열리고 있다

-시간의 홈에서

한순자씨는 원을 이용한 그림들을, 안종대의 작품은 녹슨 못과 곰팡이, 얼룩 같은 것들로 천에 종이에 다양한 무늬를 만들어 냈다. 한명옥씨는 실을 꼬아 포크나 숟가락 위에 또아리를 틀어놓았다. 주부들의 일상을 표현하려 함인가 식탁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이 작품의 재료로 많이 쓰였다. 김성수씨의 작품 속 인물들은 표정이 황망하다.


 -젊은 시각 시선 2006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훔쳐보기. 동화적인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다. 동화의 소재로 쓰도 괜찮을 것 같다. 전시 공간을 하나의 커다란 방, 그 가운데 커다란 짙은 베이지색 토끼 한 마리가 조각보 이불을 덮고 자고 있다. 공간 4면에 크고 작은 창들이 있고 그 창 밖에는 다양한 모습의 토끼들이 잠자는 토끼를 훔쳐보고 있다.문을 빼곡 열고 한쪽 눈만 내밀거나, 키가 작은 토끼는 겨우 눈만 내밀고, 키큰 토끼는 온전히 서서 창문에 얼굴을 대고 보고 있다. 그런데 왜 창밖의 토끼들은 자고 있는 토끼를 훔쳐보고 있을까?


  그리고 강태훈의 내 머릿속의 수도꼭지,참 창의적이다.

사람의 입에 수도꼭지가 달려있다. 사람의 말 한마디가 기적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지.물조리개에도 수도꼭지가 달렸다. 죽어가는 식물도 물조리개가 뿜어내는 물을 마시도 살아나는 기적을,알,전화기,시계에도 수도꼭지가 달렸다. 그렇지, 이런 것들도 기적을 부르지.

  이 분은 초등학교 6학년에 자신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 없이 전국체전 메스게임 연습을 하느라고 몇 개월동안 동원이 된 적이 있단다. 그 때 땀을 뻘뻘 흘리며 연습을 하다가 10분 쉬는 시간이 주어지면 수돗가로 달려갔단다. 그 수돗가에서 마셨던 한 방울의 물, 그 때 경험했던 기적의 기억이 이러한 작품을 만들게 된 배경이 되었단다.내가 이해되는 작품들을 만나면 미술품 관람이 아주 재미있어진다.


  3층, 이탈리아 판화 400년 전

  16,7세기 판화들은 대부분이 성당의 벽화나 스테인드글라스에 그려진 그림들이라 그리스 로마 신화, 예수,성모 마리아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많다. 사랑에 빠진 에로스와 프쉬케 그림도 있고,안드로메다가 제물로 바쳐진 모습을 그린 판화도 있다. 안드로메다의 어머니 카시오페이아의 교만함에 화가 난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에디오피아를 황폐화 시키자 안드로메다를 바다의 신에게 제물로 바쳤는데 페르세우스가 지나가다 보고 구해주었다는지 아마.그런데 우리 나라 행주산성에 얽힌 이야기와도 비슷한 그림 한점. ‘시에나의 여인들’.1553년 피렌체와 전쟁 중 시에나의 여인들이 도시를 지키기 위해 몬탈시노성 안에 돌을 나르고 있는 장면.그런데 다른 점은 가운데 아름다운 여인 한명이 서서 이 돌을 나르는 여인들을 독려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는 것이다. 조선시대 행주 산성에선 어림없는 모습이지만 나는 그 여인에게서 ‘조선의 여걸 박씨 부인’의 모습을 봤다.


그리고 미켈란 젤로가 1536년부터 1541년까지 6년에 걸쳐 그렸다는 ‘최후의 심판’을 조르지오 만토바노와 지아코모 로지가 12점의 판화로 제작한 것도 전시해 놓았다. 그런데 아주 인상적인 장면 하나는 예수가 ‘최후의 심판’을 하려는 순간을 알리는 그림이다.7명의 천사들이 나팔을 불면서 ‘최후의 심판’이 곧 있을 것임을 알리고 있고 7명의 천사 아래로 선한 일을 한 사람들과 악한 일을 한 사람들의 이름이 적힌 책을 보고 있는 또다른 천사가 있다. 그런데 그림의 오른쪽에 있는 한 천사는 얕고 작은 책을 들고 넘기고 있는데 왼쪽에 있는 천사 둘은 두껍고 큰 책을 들고 넘기고 있다.오른쪽에 있는 천사가 든 책은 선한 사람들의 이름을 적은 것이고 왼쪽에 있는 천사들이 뒤적이고 있는 책은 악한 일을 한 사람들의 이름을 적은 것이란다. 인간이 죄를 짓기는 쉽지만 유혹에 빠지지 않고 선하게 살기가 그만큼 어려운 모양이다.


  -인도 현대 미술전

  전시된 작품들 대부분이 이해가 쉽지 않다.그런데 독특한 작품이 하나 있다. 틸루 LN.이라는 분의 작품 ‘과식증’. 부처가 고급스럽게 치장을 한 반야용선을 타고 강을 건너는 모습의 설치물이다. 부처 몸은 녹이 쓸고 쇠가 삭아 형체조차 불분명한데 반질반질한 은빛의 배만 볼록하다. 한참을 그 앞에서 서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작가는 부처가 이 세상에 왔다간 의미가 많이 변질되어 가고 있는 것을 안타깝게 여기고 있는게 아닌가 싶다.  오늘 700원으로 호사를 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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