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원의 여름은 풍성하다. 한껏 가지를 펼친 푸른 나무들이 품어내는 활기참과 각양각색 꽃들의 환한 미소를 보는 것도 유쾌하다.
(기청산 식물원)
기청산 식물원에 있는 나무와 풀은 사람이 관리하고 있음에도 손을 대지 않은 듯한 자연스러움이 느껴졌다. 나무에, 꽃에 얽힌 이야기를 알 수 있는 안내판, 식물 비교 도감을 가져 가지 않아도 우리가 자주 보는 비슷한 식물들을 구별할 수 있는 비교 안내판, 쓰러진 나무조차 그대로 두어 지피 식물이나 버섯, 땅 위에 살고 있는 작은 생물이 보금자리를 틀수 있도록 둔 것등도 인상적이었다.
(삼지구엽쵸)
(낙우송 호흡근,물을 좋아하는 나무라 뿌리가 물에 잠기면 호흡 하기가 곤란하니 저렇게 땅위로 솟구쳐 숨을 쉬고 있다)
파초 같은 식물 밑에는 김동명 시인의 '파초'라는 시를 판넬에 적어 놨다. 수많은 나무들이 식물원에 있는 지라 그냥 쓰윽 지나가려다가 시를 읽고 파초를 한 번 더 쳐다봤다.길 한 가운데 난 질경이 댑싸리 같은 식물들도 그대로 자라고 있다. 고양이도 길 바닥에는 드러누워 느긋하게 여름 한낮을 즐기고 있다. 평화로운 풍경이다. 그런데 1시간 만에 해설사를 따라 돌려니 아쉽다. 그래서 일행들 뒤에 몇몇이 남아 나름대로 자신이 관심있는 식물들을 봤다.
(식물원 견학 오신 분들이 다닌 길에 저절로 나서 자라고 있는 댑싸리)
나는 모기 물린데 명아주 이파리를 찧어붙이면 낫는다 말이 정말인지 실험하기, 마모사가 내 손이 다가갔을 때 정말 오그라드는지 등을 실험(^^)하며 따라 갔다. 이상한 이름동네에 있는 식물들을 보며 웃다가, 멸종 위기 식물원을 지나가며 카메라에 가슴에 열심히 담으며 그렇게 식물원을 한바퀴 돌았다.
기청산 식물원은 잡초라는 이름으로 빼서 버리는 식물들조차 개성을 발휘하며 대접을 받고 있는 아름다운 식물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