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잠들고 나서 아껴보는 <청춘시대>

드문드문 봐서 아직 연결이 잘 안 되는 부분도 있지만, 윤선배(한예리)나 다른 여배우들 연기가 훌륭하고 극본도 탄탄해서 감탄하면서 보고 있다.

<연애시대> 썼던 작가라고 한다. 그것도 뒷북으로 잘 봤는데 역시나 믿고 볼 만하다.

 

정말 20대들이 이렇게 힘들구나, 하다가 이조차 판타지일 뿐 현실은 더 시궁창이겠지,

이런 생각이 든다.

일단 벨 에포크같이 쾌적하고 분위기 있는 셰어하우스도 거의 없을 것이고 

마음이 맞는 하우스메이트들은 찾기 힘들다는 걸

대학시절 하숙이나 자취를 하는 친구들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스물여덟인데도 집안 사정상 휴학을 반복하며 여러 알바를 전전하는 진명이는 금요일에 맥주 한 캔하는 것이 유일한 사치이다.

알바하는 레스토랑에서 마음이 가는 셰프의 구애에 망설일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청춘.

마음껏 사랑도 할 수 없는데 독사같은 매니저가 성희롱을 일삼고 자기 안 받아준다고 누명 씌우고 괴롭히고 ㅜ.ㅠ

 

10회에선 집안 빚 갚느라 미래를 위해 부은 적금도 해약해 사채업자들에게 갖다바치고

6년간 식물인간이었던 남동생을 엄마가 안락사시켜 경찰에 잡혀가고 그걸 진명이가 지켜보는 가운데 벨 에포크 후배들이 달려온다.

  

무거운 건 진명이뿐만은 아닌데 그래도 '청춘'이라 그런지 전체 분위기는 어둡지만은 않다.

 

아마 <청춘시대>를 보다보면 다섯 명 각자에 자신의 젊은 시절이 어느 정도 투영되어 있으리라.

 

나의 청춘시대.

구제금융 직후 대학을 다녔던지라 등록금이 동결되어 지금같이 살벌한 등록금은 아니어서 과외 몇 개 해서 어찌어찌 꾸려간 듯하다.

바쁜 사이사이 네스티와 김밥 한 줄을 가방에 넣고 하교하면서 데이트 하러 가는 애들을 바라봤던 것이 상대적 박탈감의 전부였을 뿐, 진명이같이 힘들게 살진 않았던 것 같다.

 

90년대 후반 어학연수, 배낭여행 열풍에 끼지 못했고, 과에서 '그냥 열심히만' 사는 애로 통했던지라 취업에 필요한 특별한 스펙을 쌓지 않았다.(못했다)

 

부족한 스펙에 맞춰 서둘러 취업을 하고 그 자리를 유지하기 위한 '푼돈'을 버느라 청춘을 낭비했다고, 대학을 졸업해서도 중2병 학생같이 다이어리에 썼다. ㅋ  

 

 

 

 

 

 

 

 

 

 

 

 

 

 

 사람들은 말한다. 그때가 있어 인간으로서 성숙해지고 삶이 단단해지지지 않았겠느냐고.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동의하지는 않는다. 그 어둠은 없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인생과 싸우는 법보다는 인생을 즐기는 법을 배웠을지도 모른다. 세상을 링이 아닌 놀이터로 여겼을지도 모른다. 끊임없이 전의를 불태울 대상이 필요하지도 않았을 테다. 나는 노는 일마저 훈련해서 노는 인간이 되었다."     (P. 133)

 

정유정 작가도 간호사로 치열하게 청춘을 보내고 뒤늦게 꿈을 찾아 작가가 되었다.

그 시기를 돌아보며 작가가 남긴 구절이다.

진명이나 고통받는 청춘들에게도 해당되겠지

꼭 해야 할 고생이 아니라면 굳이 하지 않는 것이 낫다.

 

어느 시기든 '내'게만 꼭 필요한 시간이 있다.

 

어서 애들 개학했으면 좋겠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hnine 2016-08-22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청춘은 아니지만 청춘시대 저도 열심히 보고 있어요. 뚜유님처럼 뜨문뜨문 보고 나중에 머리 속에서 편집하고 ^^
지난 회 마지막은 너무 처절하더군요.
그때가 있어 더 단단해지고 성숙해지지 않느냐고 말할 수 있으려면 그 시기를 부디 무사히, 깨지지 말고 잘 넘겨야겠지요. 인생은 아무리 피해가도 즐기는 것보다는 싸우는 것에 가깝지 않은가, 저는 그렇게밖에 생각을 못해요.

뚜유 2016-08-22 22:02   좋아요 0 | URL
hnine님 잘 지내시죠? 찾아주셔서 감사해요.
저도 `청춘`은 아니지만 무척 애정하며 찾아보고 있어요.
1-4회만 온전히 찾아보고 그냥 클립으로 드문드문 끼워맞추고 있어요. 10회도 중반부부터 봤어요.
정말 무사히 깨지지 않고 넘겨야 하는데 진명이에게 너무나 가혹한 일들이 연달아 일어나네요.
예은이가 그랬던 것처럼 진명이를 위해 기도해주어야 할 거 같아요. ㅜ.ㅠ

치니 2016-08-23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대가 컸다가, 중간에 에이 관두자 싶어졌다가, 엊그제는 다시 정자세로 봤어요.
조금은 환타지가 끼어 있지만, 조금은 못마땅한 구석이 있지만, 그래도 이 시대에 이런 드라마 하나 쯤은 꼭 있어야 하지 않나 싶었어요. 윤선배 같은 아이들이 너무 많은데, 그 아이들이 이 드라마를 볼 시간은 있을까, 그런 생각도 하고...마음이 쿡쿡, 찌르듯 아프더라고요.

뚜유 2016-08-23 19:01   좋아요 0 | URL
치니님, 반가워요!
저는 기대 없이 봤다가 잘 보고 있어요.
여성 캐릭터 다들 넘넘 사랑스럽네요.
가끔 길가다 마주치는 20대들을 보면 무슨 사연을 하나씩은 품고 있을 거 같아요.
청년들에겐 갈수록 힘든 세상이라.....진명이 보고 아프다 송지원 보고 많이 웃고 그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