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전당은 대학교 2학년 교양수업을 들으며 과제때문에 방문해 본 이후로 몇 년만이다.
주말이라 인파가 많았다.
16시40분에 입장!
연인끼리, 여자끼리, 홀로 온 남자, 여자분들도 생각보다 많았다. 예쁘게 차려입은 여자들이 많아 눈이 즐거웠지만, 그 때문에 작품 감상에 집중방해가 된 것도 사실이다. 미대를 다니거나 미대를 지망하는 학생일 수도 있겠고 나처럼 예술 전공이 전무한 그저 호기심에 온 사람들도 있겠지...근데 여성분들 비율이 높았다. 여자 70 남자30?? 작업거는데 자신있는 분은 이곳으로 출격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농담)
어디서 많이 본 남자가 마이크로 설명을 하는데 방송인 김범수 씨였다. 도슨트보다 나는 내몸으로 직접 아무런 선입견없이 작품을 감상해 보고싶었기 때문에 귀기울여 들으려하지는 않았으나 아예 안 들을수는 없었다. 귀에 들려왔으니 말이다.
강신주씨의 표현을 빌리자면 온몸으로 느끼려 했다. 다행히 주말이지만 발디딪을 틈이 없을 정도로 관람객들이 많지는 않아서 큰 그림 정중앙에 서서 몇 분 동안 교감해 보는데 방해가 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역시나 예술작품을 이해란 어렵다. 작품도 작품이지만 로스코가 던지는 사유라 할까. 그런 문구가 더 가슴에 와닿았다. 사람들이 왜 로스코를 사랑하는 지 감이 온다.
초창기 로스코의 작품은 난해하다 못해 괴상한 그림들도 있었다. 그러다가 전성기 시대의 작품으로 넘어가며 심플해 지는데 벽에 적혀 있는 글을 보고 난 이후에 그림을 봐서일까? 그림을 봐도 무덤덤하기만 했던 나에게 아우라라고 느껴지는 작품을 만났다. 가만히 계속 응시했다. 그림에서 영혼처럼 우는 것 같은 느낌이 왔다랄까. 아마 아무도 없이 나홀로 그림을 봤다면 부끄럼없이 그자리에 앉아 울었을 지도 모를 정도로 기묘한 울림을 자극했다. 그림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아무도 우는 사람이 없는데 혼자 울면 오바하는 것처럼 보일것 같아 그 기분을 이어가지 못하고 외면했다. 그 이유는 그림을 이해했다는 확신도 들지 않았고 그림을 먼저 봤어야 하는데 글을 먼저 봤기때문에 교감했다고 느낀 것이 단순히 나만의 착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때문이었다. 착각이어도 좋다고 말하는 분이 있을지 모르겠으나, 작가가 원하는 방향으로 공명하고픈 나에게는 확신이 필요했다.
단순한 기대와 음악때문일지도 모르겠으나 여하튼 처음 겪는 신기한 기분이었다.
전성기 시대를 지나 채플 시대 섹션으로 넘어가면서 또 미묘한 울림을 자극하는 작품 하나를 만났다. 엽서로 구매한 작품인데, 착시효과처럼 가까이서 보면 2개의 기둥이 반짝반짝 빛이 나는 것처럼 보였다. 엽서사진으로는 절대 그런 아우라를 느낄수 없다. 그러나 로스코는 말한다. 색조로만 감동하는 것은 제대로 감상한 것이 아니라고.
처음봐서 그럴까? 타자들이 많아 집중에 방해가 돼서일까? 조명이 침침하게 세팅 된 것이 조금이라도 감상에 장애가 되는 것이 아닐까도 생각해 보았다. 여하튼 제대로 감상하려면 로스코와 동등한 상태로 최상의 조건을 만들어서 감상을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로스코의 3조건이란 로스코의 목소리, 베토벤과 바그너의 음악, 그리고 작품이다. 실제로 작업할 때 위의 3가지 외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 같은 관람객에게는 그 조건을 마추기는 현실적으로는 힘드니까... 20시에 전시회 마감할때 모든 사람들이 다 나가고 혼자서 1시간 정도 그 안에서 살게 해주면 최고일 것 같다.
사전지식이 부족한 채로 가도 될정도로 풍부한 해설이 잘 되어 있다. 다녀왔으니 이제는 타인들은 어떻게 느끼고 교감했는지 책을 통해 확인해보는 일만 남았다.
다음에 한번 더 가볼지 안 가볼지는 모르겠다. 내 몸에서 그 작품을 끌어당긴다면 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