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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가즘의 기능 ㅣ 그린비 크리티컬 컬렉션 4
빌헬름 라이히 지음, 윤수종 옮김 / 그린비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강신주 쌤이 지승호씨와의 인터뷰에서 언급되었던 ‘파시즘의 대중심리’ 라는 책을 읽기에 앞서 앞장부터 일찍이 동일 저자인 ‘오르가즘의 기능’ 이란 책이 소개되어 있기에 알라딘에서 검색후 2권을 같이 구매하였다. 출판사도 익숙한 그린비!
동네 구립도서관에서 ‘파시즘의 대중심리’를 훑어봤을 때 내가 소화하기에 정력소모가 크지는 않을 거라 판단하고 믿고 구매하였다.
간혹 남들이 추천하지만 너무나 내용이 상투적이고 난해한 책이 있으니 말이다. 그런 책들은 나중에 봐야지 하면서 오랫동안 책장에 잠들어 있기 마련이다.
‘파시즘의 대중심리’와 동시에 읽었는데 템포를 조절하면서 ‘오르가즘의 기능’을 먼저 읽어버렸다. 약간 중복되는 내용도 없지 않아 있다.
평소에 ‘성’에 관심이 많았기에 제목만 보고도 단숨에 호기심을 사로잡았다.
05년도에 발행된 책인데 아직도 1쇄 본이었다.뭐... 창고에 오래 잠들어 있던 책이 나한테 온 걸 수도 있겠지만, 10년 된 책 치고는 종이변질도 없었고 상태도 좋았다. 새 책이니까 당연한 사실이다만!
한마디로 ‘성’을 긍정하는 책이다. 이론만이 아닌,실제 경험담으로 오르가즘 불능자, 신경증 환자 등을 치료하는 사례까지 들어가며 흥미롭게 이끌어 간다.
빌헬름 라이히는 프로이트보다 약 10살 정도 어리다. 프로이트의 제자로 있다가 후에 ‘성’에 대한 의견 충돌로 헤어진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프로이트의 이론도 간략히 설명해주는 부분도 좋았다. 라이히는 프로이트의 이론이 보수주의의 정점을 찍었다고 말한다.그러면서 프로이트가 내심 자신(라이히)의 연구가 성공하길 바랐을 것 같다고 말하는 내용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자녀에 대한 성교육, 오르가즘에 장애를 가진 사람, 신경적인 강박증세가 있는 사람, 심리·자연과학으로 연구하는 사람, 성이 궁금한 사람 모두가 읽으면 많은 도움이 되는 책이다.
자식이 아직 어린 친척들한테 소개해 주고픈 내용들도 많았다. - 사진첨부 -
왜곡된 성이 포르노 산업, 도착증, 동성애, 새디즘 등을 부추겼다고 주장한다. 더 나아가 성의 억압이 파시스트들을 양산하였고, 히틀러 같은 독재자나 전체주의를 긍정하는 철학까지 나온 것이라 말한다.
지금도 전체주의, 국가주의가 만연한 나라에 살고 있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같은 저자‘파시즘의 대중심리’에 더 심화적으로 소개되어 있다. 지금 반정도 읽었는데... 마저 읽고 후기를 또 적어야겠다...
권위주의, 가부장제, 사회적 통념, 도덕이 인간을 기계처럼 말 잘 듣는 사람으로 만드는 시스템이라 비판하며 ‘자연스런, 자연발생적, 생장적’인 성으로 나가야한다고 말한다.
섹스를 긍정한다고 해서 난교를 하라는 것이 아니다. 원래 그랬어야할 자연적인 흐름으로, 근본적으로 왜곡된 성을 바로잡자는 말이다.
일부다처제를 추천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자연스런 흐름대로라면 일부일처제로 간다는 사례도 보여준다.
성의 억압이 질병(암)을 일으키고, 억압된 울혈의 에너지를 다른 방향으로 푸는 경향들도 자세히 나와 있다.
섹스를 부정하는 ‘키에르케고르’의 사유도 소개해 주는데 굉장히 논리적이다. 내가 평소 궁금해 했던 내용도 나와서 저자가 조목조목 반박이라도 하길 기대했으나 그런 내용은 없어서 아쉬웠다.
이 책이 1927년에 발행되었으니 9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났다. 프로이트보다 빌헬름 라이히에 대한 현 시점에서의 연구가 어디까지 진행됐는지가 더 궁금해 졌다.
과거보다는 성적으로 진보를 어느 정도 이룬 건 맞는 것 같다. 개방되고 자유로워졌으니까... 하지만 그만큼 왜곡된 경향으로 심해진 부분도 있다.
남자들이 착각하는 본인이 섹스를 잘한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얼마나 어리석은 건지도 알 수 있다.여자들도 오르가즘을 느껴야 한다. 오르가즘이 곧 삶의 행복이라고 라이히는 말한다. ‘성정치’는 곧, ‘삶정치’라고 말한다.
오르가즘을 느끼지 못하는 여성은 이 책을 읽으면 도움이 될 것이다. 아니면 따로 정신심리 치료를 받던지... 남자도 마찬가지이다.
남자는 조루증 치료한다고 성기 세포를 죽이거나 강제로 참게 하는 비뇨기과 의사의 처방은 잘못된 것처럼 보인다. 물리적인 치료하기 전에 심리적인 치료가 먼저라고 본다.
섹스를 기피하는 여성들은 사회적으로 사상적으로 거세당한거나 마찬가지로 본다. 종교인이라면 종교적으로 거세당한 것이다.
남자나 여자나 성적인 능력이 존재하고 있을 때, 아쉬움없이 치열하게 살아야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랑을 하라는 말이다. 이상한 포르노적인 섹스만 하지 말고. 섹스는 사랑의 부수물일까? 사랑의 완성일까... 완성과 동시에 파멸일까?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를 아직 읽어보지 못했다.단편소설집만 한두권 읽어보았다. 들은 얘기로는 애인이 죽어서 더 이상 죽은 애인과 성관계를 할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하여 나온다는 데...하루키를 좋아하는 대학생들이 많다보니 우리나라에 이전보다 성관계가 풍조하게 된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읽어봐야지 읽어봐야지 했지만 강신주가 말한 내용 때문에 미루고 있다. 하루키는 노벨상 받으면 안 된다고... 미성숙하다고 하면서 말이다. 고급 포르노 작가라 말한다. 보니까 하루키는 이혼 안 했더라... 강신주는 이혼했고. 이혼만으로 성숙과 미성숙을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여하튼 하루키가 그렇게 달달한 끈적끈적한 소설을 쓰는데 부인과 멀쩡한 관계인 것을 보니 음... 하루키 팬들이 보면 뭔소리 할 것 같다.
빌헬름 라이히 평전, 성혁명, 성정치, 성자유도 시간이 난다면 더 읽어봐야겠다. 매우 흥미로운 인물이다. 강신주 박사가 단연 프로이트보다 라이히를 더 좋아할 게 분명하다.
프로이트는 아직 제대로 접하지 않았다. ‘정신분석강의’로 입문을 해보려고 구매해두었는데... 조만간 그것도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