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헐적 단식, 몸찬패스트처럼
조경국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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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간헐적 단식, 몸찬패스트처럼>-가족을 위해서!

 

 

이제는 남편의 잔소리가 지긋지긋하다.

“살 좀 빼지?”

우리 남편은 일 년 전부터 운동을 꾸준히 하고 씨리얼로 끼니를 때우며 10Kg감량에 성공한 사람이다.

가족을 위해서~라며 이틀에 한 번씩 런닝머신으로 달리기를 하며 유산소운동을 하고 매일 아침을 씨리얼로만 먹으며 다이어트한 결과 슬림한 몸매를 가지게 된 남편.주말에 같이 편안하게 드러누워 <개그콘서트>를 보는 중에도, 저녁마다 드라마를 보는 중에도 내 뱃살을 지적하며 “으이구~”하고 눈총을 준다.

“살 빼는 데는 달리기만한 게 없다니까...”

뻐기듯이 얘기하면 나는 육중한 몸으로 헤드락을 걸어 꾹꾹 눌러준다. 통쾌한 이 맛~

 

‘그건, 당신에게 해당하는 이야기고~’

남편은 일하는 곳에 운동기구가 다 갖춰져 있고, 샤워시설까지 완벽한 데서 공짜로 운동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운동하고 집에 돌아오는 시간은 12시.

오로지 자신을 위해 투자하고 또 투자한 결과이니 당연한 것 아닌가.

나는 가정주부이지만 운동 하러 왔다 갔다하고, 집안일하고, 아이들 뒤치다꺼리 하고 나면 하루가 다 가는 사람이다.

그래서, 나를 위한 운동을 등한시할 수 밖에 없었다. 가족을 위해서~

똑같은 “가족을 위해서”란 말이 이렇게 사람에 따라 다를 결과로 나타날 수 있는 건가.

 

에휴~다 변명이지만~

축 늘어진 배둘레햄을 보면 할 말이 없다.

다 내 죄인 것을.

얄밉게 깐족거리는 남편에게 보란 듯이 살을 빼서 예쁜 원피스 입고 하늘하늘, 간들간들하게 거리를 활보해 주어야 하는 건데.

욕심만 있고, 의지는 안 따라 준다.

그게 문제인 것이지.

1일 1식이며 간헐적 단식. 요즘 몸 가꾸기에서 유행(?)인 듯한 이슈들이다.

 

나 고등학교 때, 비쩍 마르고 성질 강파르신 영어 선생님한테서 처음 들어본 말이 “단식”이다.

물만 먹고서 일주일간 몸을 비우면, 독소가 빠져나가고 저절로 다이어트 효과도 얻을 수 있대나...

그 시절 유행했던 단식 기도원이란 말과 맞물려, 내게 커다란 충격을 준 말이었다.

단식이라니.

물만 먹고 견디라니. 그런 가혹한 다이어트법을 시행하느니, 차라리 죽겠다....

^^

그런데, <간헐적 단식, 몸찬패스트처럼>이라는 이 책은 무지 쉽게 다이어트를 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저자 스스로가 엔지니어로 일하면서 한 번 앉으면 잘 움직이지 않는 생활 패턴이라든지, 저녁에 몰리는 회식 등, 다이어트의 적이라 할 만한 것들을 다 겪어보았기 때문에 다이어트 실패 원인들을 하나하나 분석하고 보완해서 제시한 방법이다.

몸찬패스트.

 

‘몸찬’은 허울만 좋은 몸짱이 아닌, 건강하게 ‘몸이 제대로 찬’이라는 의미다. 한편, ‘패스트’는 ‘빠른’이라는 뜻도 있지만 ‘단식하다’라는 의미가 있다.-35

 

저자는 주간 몸찬패스트와 일간 몸찬패스트 두 가지 방법을 설계하고 소개하면서 각자 사정에 맞는 것을 골라 활용하면 된다고 말한다.

 

체중 감량의 원리는 간단하다.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는 것. 그 가운데 호르몬의 성질을 알고 활용하자는 것인데, 최소 16∼18시간 단식을 해도 인슐린 농도를 충분히 낮출 수 있고, 한 끼 식사만 걸러도 혈당치를 많이 낮출 수 있단다.

몸찬패스트처럼 짧은 단식을 반복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

일상 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고,스트레스도 많이 받지 않으면서 체지방을 줄여주는 다이어트.

정말, 짧은 단식으로 얻을 수 있는 효과가 이만큼이라는 걸 이제야 알게 되다니...

 

 

그렇지만, 이 단식 프로그램에도 운동과 적절한 식이요법은 필수라는 것.

평소대로 먹고, 외식과 회식도 피하지 않아도 된다. 몸매를 만들려고 운동을 오래 할 필요도 없다. 저혈당증이나 근육 소실도 걱정할 필요 없다. 하루 종일 체지방을 태워서 충분한 에너지를 공급한다.

이 말들에 속아 나태하게 간헐적 단식을 해나가면 낭패를 볼 것이다.

어떤 프로그램이든 적절한 운동은 필수니 말이다.

처음 시도할 때 느껴지는 공복감도 이겨내야 할 것.

이것만 명심한다면 건강한 단식으로 몸을 살릴 수 있을 것이다.

비우는 것이 아니라 채우는 것이라는 이 방법.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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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면서 배우는 사계절 자연 빙고
환경과생명을지키는전국교사모임 기획, 오창길 외 글, 소노수정 그림 / 뜨인돌어린이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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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본절판


<놀면서 배우는 사계절 자연 빙고>-아이들에게 딱!

 

식물 도감은 좀 두껍다. 무겁기도 하고.

 

집 앞에 대천천 산책길이 있어서 수시로 아이들과 산책을 다니는데, 이름을 알 수 없는 풀꽃들이 구석구석에 숨어 있다.

아이들은 그런 구석진 곳에 숨어있는 꽃이며 풀을 굳이 들쑤시고 다니면서 눈을 갖다대고는 무지무지 궁금해 한다.

“엄마, 저건 뭐야?”

이쯤 되며, 엄마가 식물에 과한 한 척척 박사가 되어줘야 한다.

그렇지만, 내 부모님 세대라면 몰라도 시골에서 자란 배경을 갖지 않은 한은, 식물에 관해, 특히 들꽃들에 관해 도무지 무식쟁이가 될 수밖에 없다.

아이고, 이 답답한 노릇을 어찌 할꼬.

 

두꺼운 식물도감을 들고 다니자니, 여러 이웃들로부터 “열혈 엄마일세” 하는 눈총 아닌 눈총을 받을까 슬며시 걱정이 되고, 안 들고 다니자니 도저히 엄마의 권위가 서질 않고.

이래저래 갈팡질팡 하고 있을 즈음에 이 책이 짠 --하고 나타났다.

도감보다 훨씬 가볍고 휴대하기 편한 사이즈.

실제 식물의 실사가 아니어도 한눈에 알아보기 편하게 평소 알쏭달쏭하던 식물들이 알차게 들어가 있다.

그리고 이름만 알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재미있는 빙고 게임까지 할 수 있어서 이 책을 들고 산책 간 날은 그야말로 웃음꽃이 만발이었다.

 

 

자연이라는 보물창고를 먼지 쌓인 채 방치해 두었다면 이제는 적극적으로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들고 가면 저절로 놀이가 되기에 일부러 먼 곳으로 떠나지 않아도 된다. 아파트 화단, 공원, 학교, 뒷동산, 개울가 등등. 눈 돌리면 닿는 모든 곳에서 자연 빙고를 할 수 있다는 점을 새롭게 일깨워준 책이다.

들꽃 빙고는 기본이고, 나무 열매 빙고, 곤충 빙고, 심지어 도서관 빙고까지 있어서 한 번은 그림 따라, 한 번은 내 맘대로 빙고를 만들어 즐길 수 있다.

 

 

 

학교에서도 활용하기 쉽게 수업 진행안도 뒤에 따로 만들어져 있고, 자연 퀴즈까지. 계절마다, 장소마다, 어디든 외출할 때면 이 책은 빠지지 않을 것 같다.

 

휙~하고 바람만 쐬고 오는 마실이 아니라, 자연관찰을 제대로 하며, 즐거운 웃음을 온 천지사방에 흩뿌리고 오는 알찬 경험을 하게 만들어준 이 책. 너무 고맙다.

산책길에 표본으로 채집한 식물들을 곱게 눌러 압화로 만든 다음, 내 맘대로 빙고에 붙여서 활용해야겠다.

나까지 흥이 나며 콧노래가 절로 난다.

참 재미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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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는 냄새만 맡을까? 인체과학 그림책 2
백명식 글.그림, 김중곤 감수 / 내인생의책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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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는 냄새만 맡을까?>-아니, 아니, 아니~

 

코, 코, 코.

어렸을 때는 이렇게 코를 가리키며 이름을 알려주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다닐 때는 자기소개를 할 때,

“너는 누구야?” 하면 손가락이 자연스레 상대방의 코를 가리키게 된다.

“나는~”하고 대답할 때도 마찬가지.

 

얼굴의 한가운데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으면서 사람의 인상을 좌우하기도 하는 코.

냄새를 맡는 데에 절대적 역할을 하는 코.

코는 이렇게 중요한데, 감기에 걸려 콧물을 훌쩍거릴 때에나 한 번씩 생각해보지, 그 외에는 별로 관심 가질 일이 없다.

 

코는 우리 몸의 소중한 기관임에 틀림 없다.

코에 대한 모든 지식이 담긴 인체과학 그림책.

<코는 냄새만 맡을까?>

여러 가지 일을 하는 코에 대한 과학적 지식과 놀라운 정보가 모두 담겨 있는 책이다.

 

“코는 무슨 일을 하지?”

“냄새를 맡지.”

“코는 냄새만 맡을까?”

“응.”

참~맥빠지는 6살짜리의 대답이다.

그래, 내가 뭘 바라겠니.

차근차근 책을 펼쳐서 그림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어 본다.

“자, 보라구, 봐.~ 코가 냄새만 맡는지.”

 

코가 막히면 맛있는 음식의 맛도 제대로 느낄 수 없는 거야. 코는 아주 예민해서 공기 중에 떠도는 냄새를 알아차려. 300억 개의 공기 분자 소에 냄새 분자가 한 개만 있어도 맡을 수 있어. 대단하지!

옆에서 강아지 왈. “그 정도로 뭘!”한다.

^^

코털은 먼지나 병균을 걸러내 주고, 코 안에 있는 혈관은 차가운 공기를 따뜻하게 만들어줘.

 

그리고 금방 피로를 느껴서 고약한 냄새도 조금만 있으면 그 냄새를 느끼지 못하게 되지. 다행인지, 불행인지~

 

냄새가 퍼지는 건 물에 잉크가 퍼지는 것과 같아. 이것이 ‘확산’

 

이렇게 여러 가지 일을 한단다, 얘야~

책을 읽는 중간중간에 키득키득 웃기도 하고, 관심을 보이며 집중하기도 하는 새에 책을 다 읽어버렸다.

나는 다시 “코는 냄새만 맡을까?”하고 확인해보려다가 그만두었다.

아이의 표정만 보아도, 이미 많은 것을 알아차린 것이 역력했기 때문이다.

한 마디만 더 보태면, 엄마의 잔소리가 될 터.

스윽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될 만한 내용들이 재미있게 엮어져 있는 책 덕택에 오늘도 아이의 뇌주름이 한 줄 더 늘어난 듯 싶다.

잘 보이는 책장에 꽂아두면 시시때때로 꺼내 볼 책이 될 듯하다.

무엇보다 몸에 관심이 많은 시기이니.

마침 감기에 걸려 코를 훌쩍훌쩍 하며 답답해 하는 아이였으니, 코의 중요성에 대해 말 안해도 몸으로 먼저 깨닫고 있을 터이다.

 

한우리 북카페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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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 사람, 임동창 - 음악으로 놀고 흥으로 공부하다
임동창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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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 사람, 임동창>-이것이 풍류로구나!

음악으로 놀고 흥으로 공부하다.

 

웃음이 참 해맑다. 이 사람.

환하게 웃는 얼굴이 보이는 책을 옆구리에 끼고 미용실로 갔다. 오랜만에 지저분한 머리를 정리하려고.

구불구불, 굽슬굽슬한 머리카락 덕에 항상 더부룩해 보이고, 더 늙어 보이는 게 신경 쓰여서 이참에 한 번 쫙 쫙 펴보려고 말이다.

파마란 것은 한 번 하면 두 세시간 기본이니 책이나 한 권 독파하자~ 하고 이 책을 골랐다.

설렁 설렁 읽다 보면 머리가 다 펴져 있겠지.

 

그런데, 난관에 부딪쳤다.

처음엔 손님이 나 혼자였는데, 시간이 갈수록 나같이 오전에 시간 많은 아줌마 손님들이 계속 들어오는 것이었다.

임동창의 천재성이 드러난 피아노 입문기를 읽고 있는데, 옆의 아줌마 둘이 수다를 떨고 미용실 원장까지 합세다.

“상추로 국 끓여 먹어 봤어?”

“아니, 풀 죽지 않아? 상추로 국 끓인다니...첨 들어본다.”

“된장에 넣어 먹으면 맛있어. 국 끓여도 아삭아삭 하다니까.”

“진짜?”

“정말?”

“아~여름엔 장아찌가 제격이지. 상추도 장아찌 해 먹으면 돼.”

 

으흠~

그러거나 말거나, 내가 읽고 있는 책 속의 임동창은 학교 가는 것도 잊고 피아노 삼매경에 빠졌다. 몰입을 넘어서 몰아의 경지까지. 아직 어린 나이에 피아노에 미쳐 밥 먹는 것 까지 잊고 하루종일 뚱땅거리고 있는다는 자체가 너무 경이로웠다. 주로 연습하던 교회의 피아노 건반이 누렇게 변한 채 가운데가 패고 , 피아노 페달이 구멍이 날 정도로...

나는 아줌마들의 수다가 점점 멀어져가는 기묘한 경험을 했다. 임동창의 생애를 죽 따라가다보니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되었다. 잠시 머리를 감으러 움직일 때는 방금 읽다 접어 둔 페이지의 글귀가 따라왔다.

 

혼자 공부하며 (물론 여러 스승님이 계시긴 했지만) 작곡의 길에 이른 임동창은 벽에 부딪쳤다. 존재론적 문제에 봉착한 것이다. 그리하여 출가를 결심하는데, 처음 접한 절집에서 그의 기이함은 여실히 드러난다.

 

“어이, 임 행자. 왜 중이 되려고?” 

나는 마침 서브를 넣으려고  탁구공을 들고 있었다. 나는 대답 대신 소리쳤다.

“놔! 놔!”..............잠시 후에 탁구공을 탁구대 위에 툭 떨어뜨렸다. .......................

“이놈 찾으러 왔습니다.”

“제대로 왔구먼.”

 

선승들의 선문답을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는데도, 저렇게 구사한 것 아닌가.

“보림”을 법명으로 삼고 “이 뭐꼬?”를 화두삼아 절 생활을 하던 그는 장래를 걱정하던 지인들 때문에(덕분에?), 면제될 군대를 가게 되었고, 제대 후 서울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다.

스치듯 흘러간 한 여인과의 동거생활, 다시 시작한 공부, 그러다가 그는 운명적으로 전통음악을 만나게 된다.

 

임동창의 일생은 화두를 풀기 위해 사는 인생이었다.

 

‘내 음악은 무엇인가’라는 화두는 열일곱에 생긴 것이고, ‘나는 누구인가’는 내 음악을 만들기 위해 공부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화두였다. 내가 나를 모르고서 내 음악을 어떻게 만드나 싶어서 이십대 초반에 출가까지 했는데 이십여 년이 지나도록 그 문제를 풀지 못하고 있으니 답답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었다. -236

 

과감히 모든 것을 접고 좌선하던 그는 ‘사랑이란 무엇인가’를 파고들어 ‘음과 양’의 이치를 깨우치면서 ‘오롯한 내 음악은’ 화두를 풀었다. 두 달 동안 다이아몬드 같은 곡을 써낸 그는 임동창의 풍류 ‘허튼가락’을 만들어 냈다.

나도 ‘풍류’란 말을 참 좋아하는데, 그는 ‘풍류’에 대해 이렇게 정의 내렸다.

 

아무 것도 못헐것이 없구나

그저 허기만 허면 되는 것을

한다는 것은

삶을 흐르게 두는 것이며

바람과 하나되는 숨결을

이루는 것이다

이것이 풍류로구나

 

-그냥 임동창

-319

 

지금은 나같은 사람도 홈쇼핑에서 자주 얼굴을 볼 수 있는 임동창의 아내 <효재>. 이 책에서는 효재와 임동창 부부의 특이한 삶도 살짝 엿볼 수 있고, 화두를 풀어낸 후 음악을 하면서 교육에 뜻을 둔 그의 생도 볼 수 있다.

 

나는 교육을 전공한다는 것이 모순이라고 생각한다. 자기 스스로가 죽어라 공부해서 내면을 갈아엎고 무언가 터득이 되었으면 안 가르칠 수가 없다. 내가 공부한 결과가 교육이고, 내가 가진 것을 진정으로 나누는 것이 교육이기 때문이다.

-308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밑줄 치거나 책 페이지 표시하려는 작업을 아예 포기하고 말았다. 읽어 내려가는 속도도 빨라질 뿐더러, 책 곳곳이 명언 아닌 곳이 없기 때문이었다.

음악, 인생의 화두, 나아가 교육에까지.

그가 일생을 바쳐 몰두해 온 화두 풀이에 덤으로 그의 음악이 어디서 나온 것인지를 알아채는 기쁨은 무엇과도 견줄 수가 없다.

이 책을 읽는 동안은 오롯이 그의 인생과 함께 할 수밖에 없었다.

술술술 막걸리 넘기듯 술술 넘어가는 책장이 다 넘겨질 무렵, 내 머리도 쫙쫙 펴졌다.

그의 책을 읽고 다시 태어난 기분이었다.

저 옛날, 신라 시대의 원효 대사가 춤추며 불렀다던 ‘무애가’를 이 현세에서 구현할 이가 있다면, 그가 바로 임동창이리라.

바람결에 찰랑찰랑거리는 머릿결과 함께 뭔가 훌훌 털어버린 시원함이 느껴졌다.

세상은 아름다워~

랄까, 훗!

 

 

 

이 글은 한우리 북카페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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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패밀리
고종석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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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패밀리>

 

해피, 해피, 패밀리.

 

나는 항상 흡족하다는 표정으로 산다. 가증스러운 위선이다. 아니 가증스럽다는 말은 너무 강하다. 강하다기보다 차라리 왜곡이다. 내 위선은 지혜로운 위선이다. 가족들 사이에 평화를 만들어내는 위선. 가족들 사이에 사랑을 만들어내는 위선. 비록 그 평화가 당장이라도 바스러질 듯 위태위태한 것이고, 그 사랑이 보기에만 아름다운 치장일 뿐이라고 하더라도 말이다.-82

 

해피 패밀리의 가족들은 지나치게 담담하고 이성적이다. 그들이 처한 상황은 매일매일 소리 지르고 던지고 악다구니를 써도 결코 과하다 할 수 없을 만큼 미치기 일보 직전의 상황일 텐데도 조용하다.

그 사건 이후 이미 시간이 흘러서 모든 게 잠잠해진 탓일까.

그렇게 큰 상처를 모두들 잘 교육받은 지성의 힘으로 꾹꾹 눌러 담고 위태위태하고 감추어 두고 살아간다.

이야기는 가족 구성원의 각각의 독백으로 이야기는 전개되어 나가는데, 그나마 사건의 심각성에 정상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은 중심인물로 여겨지는 한민형의 어머니 민경화 뿐이다. 서양 귀족들의 우아한 식사시간을 방불케 하는 장면. 기다란 식탁 끄트머리에서 얼굴을 마주보며 우아하게 대화를 하자고 아내 민경화에게 청하는 한민형의 아버지 한진규. 끝에 가서야 겨우 밝혀지는 감질나게 궁금한 사건의 씨앗을 발아시킨 장본인이라고 할 수 있는 부모 세대의 어쭙잖은 위선이 적나라하게 까발려지는 식탁 대화 씬은 이 소설의 중요한 한 장면이면서 우리 시대 중상류층 사람들의 의식에 깔려 있는 암묵적인 생각의 덩어리가 여실히 보여지는 장면이라 할 만하다.

 

너무나 아름답고 흠잡을 데 없어 아도니스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한민형.

그의 가족은 남들이 보기에 완벽한 것 같다.

남부럽지 않은 부모에다 아들 딸 고루 잘 성장해 주어 모두가 부러워할 만한 가족.

그러나 가족 각각이 쏟아내는 독백에서는 냄새가 난다.

썩은 냄새.

자신이 못다 이룬 고위공직자의 꿈을 아들 한민형에게 투사한 아버지. 옛날 친구가 죽자 그 딸을 데려다 친딸처럼 키운다는 칭송을 받지만 실제로는 하녀처럼 부려먹는 역사교사 어머니.

그 부모에게서 난 자식들과 길러진 자식은 어떻게 자랐나.

그렇게 자라난 자식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나.

끝으로 갈수록 드러나는 그 삶이란 것은 소설적 장치를 통해서 아주 선명하게 드러난다.

 

소설책 표지의 무채색 거실 사이에 피어있는 노란 꽃 한 송이.

절망 속의 희망을 말함인지, 희망마저 시들해 보이는 가족의 분위기를 극적으로 드러내 보이는 것인지.

읽는 이에 따라 달리 해석될 일이다.

 

가족이기에 감싸 안고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은 분명 한계가 있다.

내 아버지와 어머니의 이혼도 내게는 상처이고, 내게 상처를 준 부모님은 나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한 번쯤은 받아도 할 말이 없는 것이다.

불효자, 불효녀 이전에 부모 세대의 잘못이 내게 영향을 미쳤으면, 나도 아프다고 나도 불행했다고, 한 번쯤 속시원히 털어놓을 때가 분명 온다.

가족이니까 넘어가주고 덮어주고 무조건 효도해야한다는 말.

그 말 때문에 상처받고 산 세월이 얼마인가.

한 번쯤 털어놓고 원망할 건 원망하고 속시원히 쏟아내고 나면 관계를 회복하기 어려울까?

아니. 홀가분하다.

가족과의 관계 단절이 두려워 쓴소리 못한다면 질러라!

너무 잘 단련된 도덕성 교육 탓에 내 정신이 피폐해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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