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 - 세상을 깨우는 시대의 기록 역사 ⓔ 1
EBS 역사채널ⓔ.국사편찬위원회 기획 / 북하우스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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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e>-여운이 나를 따라다닌다.

 

 

한 권의 좋은 책을 읽으니 다른 책을 읽을 때도, 영화를 볼 때도 그 책의 여운이 따라다닌다.

<역사 e>를 읽으니, <왕과 아들>같은 역사관련 책을 읽을 때도, 영화<광해-왕이 된 남자>를 볼 때도 <이상한 밀지>편의 광해가 겹쳐진다.

 

눈여겨 보지 않았던 시그널 하나에도 상징적 의미를 부여하고 역사에 대한 명징한 책임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역사 e>를 만들어내었다.

화면 가득 차 있는 검은 색 물은 기나긴 시간의 강, 역사의 강을 상징한다. 낡은 텔레비전은 미디어, 물거품은 미디어가 역사를 불러낼 때 생기는 시간의 마찰. 그들이 역사의 한 조각을 현재로 호출해는 임무를 충실히 해 낸 결과 이 한 권의 책이 내 손 안에 쥐어질 수 있었다.

조선 최고의 폭군으로 일컬어지는 연산군조차 두려워한 단 하나의 것.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역사 뿐이다,’

 

역사.

지금에 와서도 여전히 두려워할 만한 위엄을 가진 단어이다.

옛 사람들의 역사 인식이 얼마나 철저했는가는 말하기가 입 아플 정도.

우리 민족이 남긴 것 중 세계기록유산에 버젓이 올라 있는 것들을 보라.

훈민정음 조선왕조실록 직지심체요절 승정원일기 조선왕조 의궤 해인사 대장경판 및 제경판

동의보감  5.18 민주화운동 기록물  일성록 난중일기 새마을운동기록물 등의 나열하기 조차 버거울 정도로 가슴벅차게, 자랑스럽게 많이 남아있는

기록, 기록, 기록.

기록을 남겨두었기에 우리는 과거를 되짚을 수 있고, 반성할 수 있고, 뒤돌아보며 앞으로 계속 나아갈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역사의 힘이다.

 

 

앞에서 얘기했던 광해군 이야기를 계속 해볼까.

오늘날 광해군에 대한 해석은 크게 두 가지로 갈린다.

성군 혹은 폭군.

이병헌이 출연하여 크게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영화 <광해>는 광해의 이 두 면모를 적절히 보여주면서 판단의 여지를 독자에게 슬그머니 밀어놓고 있다.

천민이었던 한 광대가 왕과 닮은 얼굴 탓에 왕 노릇을 하는 동안 원래 광해가 품었던 정치의 이상을 대신 실현하고 성군의 면모를 다시 보여 주었다는 설정을 통해 과연 광해는 성군이었을까, 폭군이었을까...에 대한 무한 설전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준 것이다.

요즘은 자주외교에 초점이 맞추어지면서 균형있는 외교를 보여준 성군으로서의 광해가 각광을 받고 있는 듯하다. <왕과 아들>의 저자였던 한명기 교수의 입장도 그러했다. 그러나 오히려 민생파탄을 불러 일으키고 기회주의 외교를 펼친 이라고 평가하는 오항녕 교수의 입장도 같이 실으며서 역사 인식의 방향이 실로 다양하다는 것을 이 책은 인정하고 있다.

 

잊혀졌던 역사 속의 인물- 가령 신분, 재산, 인생 모두를 독립 하나만을 위해 바친 삶을 살았던 이회영 같은 이를 재조명한다든지 17세기 일본 ‘조선 스타일’에 빠지다 같은 표제를 내걸고 일본과 조선을 오간 통신사를 기억 속에서 되살려내는 작업을 한 부분은 우물에 빠져 있던 동전을 다시 건져냈을 때의 기쁨을 맛보게 한다.

 

어떻게 살 것인가, 나는 누구인가, 무엇을 기억할 것인가.

역사를 책임감 있게 살려낸 선인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이 책이 선정한 세 가지의 카테고리를 다시 한 번 되새겨 보게 된다.

 

 

 

매주 한 편,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는 각오로 만들어졌던 프로그램이 책으로 엮여 나오게 도니, 이 책 또한 역사 속에서 하나의 기록으로 남게 될 것이다.

세상을 깨우는 시대의 기록.

방대한 자료 조사를 통해서 나온 다양한 접근들, 독특한 편집이 특히 맘에 남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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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 호러작가가 사는 집 미쓰다 신조 작가 시리즈 1
미쓰다 신조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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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호러작가가 사는 집

미쓰다 신조 ‘작가’ 시리즈 첫 번째 이야기.

 

 

“와아아아아아~악”

“오래 기다렸지.”

 

오랜만에 머리털이 쭈뼛 서는 기분이 드는 책을 읽었다.

고전적인 줄거리이긴 하다.

모르고 들어가 살았던 집이 알고 보니 귀신들린 집이었더라...하는.

 

미쓰다 신조.

작가와 주인공의 이름이 같다.

이런 설정의 추리 소설은 처음이다.

실제 인물과 상상 속의 인물이 이름이 같기 때문에 이 소설의 이야기는 더욱더 경계가 애매모호해진다. 마치 에셔의 그림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구성.

 

 

 

 

 

에셔,[그리는 손], [올라가고 내려오고], <진중권, 미학 오디세이2> 중에서.

 

 

편집자이자 호러작가라는 상황도 똑같지 않은가.

소설 속으로 들어가 보자.

 

나(미쓰다 신조)는 호러작가이다. 그런데 내가 쓰지도 않은 [백물어라는 이름의 이야기]라는 소설이 일본 호러소설 대상에 응모되었다고 한다. 응모된 소설 속의 화자인 ‘나’조차도 ‘미쓰다 신조’라는 것이다.

 

쓰구치 이자히토라는 필명을 사용했다고는 하나, 내 이름을 사칭해서 응모한 것만으로도 기분이 나쁜데 작품 속의 일인칭 인물이 나 자신이라고 하니까 더더욱 떨떠름했다. -15

 

나는 편집자로 일하면서 괴기 환상 계열의 동인지 <미궁초자>에 <나뭇잎 사이의 밤 이야기>라는 이야기가 실리면서 연재를 제의받았다. 내년 봄부터 <악마의 집>이라는 괴기소설을 연재할 생각으로 있던 차에 숲을 거닐며 소설을 구상하다가 “그 집”을 발견하게 되었다. 소로센엔 근처의 숲에 버려지다시피 한 채로 서 있는 영국식 ‘하프팀버’양식의 그 건물을...왠지 괴기스런 분위기를 자아내는 건물이었지만, 집 자체에 쏠린 관심이 불안감을 웃돌았다. 석연치 않은 부동산 업자의 태도에도 불구하고 나는 인형장이라 불리는 이 집에 살게 되었고, 거기서 <미궁초자>에 연재할 <모두 꺼리는 집>을 집필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다락방에서 인형장과 완전히 똑같은 형식으로 만들어진 돌 하우스를 발견하면서 꺼림칙한 느낌이 점점 더해지는데 이상한 것은 그 이후로 연재 소설을 쓸 때마다 실제로 이야기가 내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것이었다.

괴기소설을 쓰는 작가 스스로 공포를 느끼는 소설.

하지만 무섭다고 느끼면서도 이야기를 자아내고 싶다는 욕구가 강렬하게 들끓는 나.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왠지 내가 자꾸 피곤해 보인다며 쉬라는 말들을 한다.

 

이 소설의 구성은 '내'가 그 집에 살면서 <모두 꺼리는 집>을 집필하는 과정과 <미궁초자>에 연재되는 소설인 <모두 꺼리는 집>이 교차편집 되는 구성이다.

나는 3회 연재분을 쓰고 나서 료코라는 여인을 알게 되었고, 그녀는 나의 팬이라면서 자주 찾아오지만 자꾸 야위어 가는 나를 보고 이상한 말을 남긴다. “홀린 거죠.” “홀려요?” “예, 집에 홀린 거예요...”

 

# 이 소설의 첫 번째 매력. 

독특한 구성 그리고  섬뜩한 불안감이 등뒤에서 서서히 몰려오면서 조장하는 공포감이 압권이다. 맨 첫머리에서 잠깐 공개했던 “와아아아아악” 소리는 소설 속에 나오는 대사이기도 하지만, 내가 그 부분을 읽으면서 엉겁결에 같이 내지른 소리이기도 했다. 휴~~정말 엄청 놀랐지 뭔가. 그나마 내가 책을 읽는 방 밖에 누군가 있는걸 알았기에 망정이지, 혼자 있을 때 읽었더라면 책을 내던지고 그 자리를 박차고 나가, 나 아닌 다른 살아 있는 사람의 존재를 확인하고서야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쉴 뻔 했다.

인형장의 역사를 파헤치면서 서서히 드러나는 인형장의 진실.

그리고 료코의 비밀.

내가 쓰지도 않은 소설을 응모한 사람의 정체.

 

 

# 이 책의 두 번째 매력.

나와 료코가 나누는 대화 속에서, 혹은 '내'가 읊는 말 중에서 줄줄이 엮어져 나오는 탐정소설의 역사가 무척이나 흥미롭다는 것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를 부르는 전형적인 케이스이다.

한 두 작가나 작품의 나열에 그치지 않고 박학한 지식과 평가가 곁들여진 그야말로 본격적인 탐정소설 역사이기에 두 말 않고 여기 소개된 책을 찾아 읽고 싶어진다.

에도가와 란포의 <붉은 방>,<음울한 짐승>,<바쇼 한 명의 문제>,

확률의 범죄가 처음으로 나타난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도상>

렌조 미키히코의 <변조 2인 하오리>,<연문>, <화장>시리즈.

탐정소설의 독자적 요소와 문학성을 두루 갖춘 단 하나의 작품으로 란포의 <음울한 짐승>을 꼽고 있는데, '나'는 란포 이후로 미스터리와 문학을 한층 높은 수준으로 승화시킨 사람을 렌조 미키히코라고 말한다. 그와 생각을 같이한 모리무라 세이치가 기억에 남는 미스터리로 렌조 미키히코의 <회귀천 정사>를 꼽자 작풍이 완전히 다른 사람이 이 작품을 골랐다는 사실에 새삼 대단하다고 느낀 걸 기억한다고 말했다.

지금도 에도가와 란포상 하면 일본에서도 대단한 권위를 가진 추리 문학상 아닌가?

본격이니, 탐정이니, 추리니...다 같은 말 같은데 알고보면 풍기는 뉘앙스가 살짝 살짝 다른 것 같다. 나는 아직 그 정도로 추리소설광은 아니라서 구분지을 수 있을 정도는 못되고 혼용하고 있으니, 추리소설 매니아들은 이 리뷰를 보고 분노하지 마시길...

어쨌든, 등줄기가 서늘해 지는 소설을 읽고 한나절을 시원하게 보낸 나는 부지런히 렌조 미키히코의 <회귀천 정사>를 찾아 읽고 있는 중이다.

<화장 시리즈>8작품 중에서 3작품이 실려 있었던 <저녁 싸리 정사>는 이미 읽었고, 그 서늘한 매력이 기억에 아스라이 남아 있는 상태이니...나머지 5작품이 실려 있는 <회귀천 정사>를 어서 마저 읽어야겠다.

사랑이야기가 주제이고 꽃이 공통된 모티프이니만큼 그 문장들은 유려하고 아름답기 그지없다.

 

<기관>의 두 가지 매력에 푹 빠져 오랜만에 시원한 여름을 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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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알라딘신간평가단님의 "<에세이> 분야 신간 평가단에 지원해주세요."

1. 최근 알라딘 서재를 열고 리뷰를 올리고 있습니다. 신간 평가단의 존재도 며칠 전에야 알았네요. 성실 서평 올릴 것을 약속드리며, 알라딘에서 도서 제공 받았다는 사실도 꼭 적도록 하겠습니다.^^ 오가는 공방을 보았기에...마음이 좀 무겁습니다. 전에는 소설만 읽었는데, 특히 추리소설^^요즘은 에세이에 마음이 갑니다. 아이를 키우고 있어 유아/어린이 쪽도 구미가 당기지만, 나를 위한 시간도 할애하고 싶어서 신청합니다. 2. 나의 리뷰 --http://blog.aladin.co.kr/fineday/6397155 3. 아니오 4. 아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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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에는 코끼리가 살아요 날마다 그림책 (물고기 그림책) 15
크리스티나 본 글, 칼라 이루스타 그림, 장지영 옮김 / 책속물고기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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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에는 코끼리가 살아요>

 

 

어느 날, 우리 동네에 나타난 코끼리 한 마리.

코끼리는 거대한 동물이라 쉽게 눈에 띈다.

 

처음에는 사람들도 어쩔 줄 몰라 우왕좌왕하지만 곧 “코끼리를 잡읍시다.”,“코끼리를 묶어 놓읍시다.”, “사진을 찍어 전시합시다.”

등등. 다양한 의견을 내놓는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코끼리의 주인을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

 

주인이 나타날 때까지 코끼리를 잡지도, 쫒아내지도 못하는 사람들 앞에 코끼리 주인이라고 외치는 서커스 단장이 나타난다.

 

코끼리는 주인이 나타나기 전까지 동네 공원에서 자리잡고 있으면서 물놀이도 하고, 나무 그늘에서 쉬기도 하면서 어느새 ‘봄날’이라는 이름까지 얻고 있었다.

 

 

사람들은 과연 ‘봄날’을 서커스 단장의 손에 넘겨줄까?

 

거대한 코끼리가 한바탕 동네를 누비고 다니면서 일어나는 일련의 소동을 극적 전개 속에 버무려 재미있게 그려내고 있는 그림책이다.

허술한 듯 하면서도 정감 있는 그림이 자꾸 책장을 넘기고 싶게 만든다.

그래서, 그래서? 그 다음은, 그 다음은 어떻게 되지?

 

아이와 함께 온동네를 누비는 코끼리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끝장에 다다르게 되고, 아쉬운 마음에 다시 한 번 처음부터 책을 넘겨보게 되는 매력을 가진 책!

쉼없이 코끼리에게 종알종알 말을 건네게 되는 책!

아이들이 코끼리의 표정 하나하나에 집중하며, 저도 모르는 새에 커다랗고 무서울 것 같은 코끼리에 대한 두려움에서 무장해제 되어 실실 웃게 되는 책!

 

여기 이 책에서 코끼리를 ‘외국인 노동자’라고 바꿔 부르면 묘하게 합치되는 점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어느 날, 우리 동네에 나타난 외국인 노동자 한 명.

그는 피부색도 다르고, 하는 말도 달라 쉽게 눈에 띈다.

처음에는 사람들도 어쩔 줄 몰라 우왕좌왕하지만 곧 “쟤는 어디서 왔대?” “말하는 것도 희한하지? ” “알아들을 수가 없네. 일하러 온거야?” “어디 살지?”

등등. 뒤에서 조용조용히 속삭인다.

 

우리 집 앞에는 1년 전, 인도네시아 영사관이 생겼다. 1층에는 인도네시아 전문 음식과 커피를 파는 카페 "루왁"이 들어섰고, 2층 위로는 인도네시아 여행사며, 영사관에 준하는 사무를 보는 곳으로 알고 있는 사무실이 있다. 아침이면 피부색이며 하는 말이 다른 인도네시아 인들과 한국인들이 함께 출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작은 아이 유치원이 그 건물 바로 옆이라 맬 아침 보는 풍경이다.

우리 아들은 처음 외국인을 본 날 외에는 아무런 코멘트가 없다. 그런데 영사관 앞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어른들은 무지무지 호기심어린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본다.

마치...코끼리 보듯이...

 

이 책은 버스장류장 앞에 서 있던 어른들의 시선을 고스란히 드러내 보여준다.

‘뭔가 달라.’

‘그래서 불편해.’를 온몸으로 발산하는 어른들.

‘동물원이나 아프리카, 인도 등에 살고 있어야 할 코끼리가 왜 여기 있지?’

눈빛에서 슬슬슬 쏟아져 나오는 tv자막같은 대사들.

 

유치원 옆에 인도네시아 영사관이 서 있는 이유는...

아이들만큼 차별 없는 시선으로 보아주는 사람들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이 대한민국에...

만약, 정말 그런 이유라면 정말 서글퍼진다.

슬퍼진다.

우리 또한 미국이나 유럽 등에 나가면 황색인이라 놀림받는 위치에 있는 건 마찬가지인데...

 

제발 ‘우리 동네’에 살고 있는 코끼리가 행복한 엔딩을 맞이했으면 좋겠다.

며칠 전, 한국과 인도네시아 수교 10주년(인가?)을 기념하며 1층 카페에서 음악회가 열렸었는데, 직접 참여하지는 못했어도, 아파트에서 부채춤 추는 무희도 보이고, 어눌한 발음이나마 아리랑을 부르는 노래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도 빠지지 않았다.^^)

그들이 편견 없는 우리나라에서 마음 편하게, 노래 부르는 즐거운 기분으로 일하고 생활하길 바란다.

코끼리야~ 행복하렴~

 

한우리 북카페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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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지 않는 즐거움 - 행복은 삶의 최소주의에 있다
함성호 지음 / 보랏빛소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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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것도 하지 않는 즐거움>-무위자연이 아니라도...

 

 

 

아무 것도 하지 않는대서 진짜, 정말 “無爲自然”(무위자연)인줄로만 알았다.

그러다가 작가가 직접 그린 삽화가 들어 있는 에세이인 걸 알고는, 제목을 맹신한 나를 꾸짖었다.

 

 

 행복은 삶의 최소주의에 있다.

이 말은 1부의 첫 꼭지 제목이 “삶의 최소주의”라서 끌어다 붙인 말일 게다.

이 책의 모든 꼭지를 관통하는 주제가 아닌 것이다.

작가는 그야말로 들쑤시고 다니지 않는 곳이 없는 전천후 인간인가 보다.

오죽하면 자칭, “오지래퍼”라고 명함에 새기고 다닐까.

“극단적으로 호기심이 많고 거절을 잘 못하는 성격”

이 말이 이 책의 주제를 알아내는 데 필요한 키워드이지 싶다.

 

카툰 에세이.

건축, 음악, 미술, 만화, 여행 등 많은 분야에 걸친 그의 지식이 전개되어 있고, 가끔 가다 만화를 사랑한다는 그의 그림도 볼 수 있다.

 

시인이기도 한 그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글솜씨를 보이긴 하지만, 음~그림은 좀 기괴하달까.

잠 오는 눈으로 책장을 넘기다가 화들짝 놀라 깰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 미리 경고해 두고 싶다. 진심으로!!!

 

쉬엄쉬엄 읽다가 쨍~하고 깨는 명징한 얼음 깨지는 소리 같은 울림을 들을 수도 있고,

(책에서 고인의 뜻과 만난다는 말도 있지만, 나무 한그루를 보면서도 고인과 만날 수 있다. 더군다나 그 그늘에 들어갈 수 있으니 나무는 천지 사방이 트인 끝없는 도서관이라는 생각을 해본다.-30)

 

그의 독서습관도 은근슬쩍 엿볼 수 있다.

(내가 어떤 책을 읽고 그 책을 이해하는 범위가 그 책의 범주보다 훨씬 넓다는 얘기를 듣는 거슨 순전히 그런 사소한 인연을 따지는  내 독서 습관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나는 그 책과 만남으로써 내 생을, 나의 지적 태도를 원심력으로 확장시킬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의 생각은 곧 나의 생각으로 연금술적인 변환을 치르게 된다. 그리고 그럴 수 있을때 나의 지식은 전 인류의 지식이 될 수 있지 않을까?-129)

 

 

무협지를 좋아한다는 대목에선 나도나도~를 외치게 되며,

(그런데 왜 무협지를 좋아하는가? 좋아하지 않는다. 다만 읽을 뿐이다. 끊임없이. 우리가 즐기는 주전부리 중에도 그런 게 있다. 맛이라고는 특별할 것도 없는데 계속 손이 가는 것들.-137)

없는 실을 억지로 꼬아서 임금님에게 입히는 소설가나, 그 임금님을 보고 칭송의 변을 늘어놓고 있는 평론가들이 난무하는 작금의 소설보다 훨씬 정직하기 때문이다. -138

이 대목은 현실의 평론에 대한  뼈있는 일침이 아닌가 한다.

 

무위자연이 아니라도, 제목만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즐거움”이라도 그의 글은 재미있다.

그가 여기 저기 들쑤시고 다닌 통에 제자리에 발붙이고 서 있던 나는, 한 걸음이라도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되었다.

그의 글을 온몸으로 흡수해서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경지까지 나아가지는 않더라도, 아니, 그럴 순 없겠지만, 최소한 나도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이끌어 내 주는 것만으로 이 책은 제 할 도리를 다한 것이다.

굼뜬 몸을 일으켜, 등산을 하든, 나가서 수다를 떨든.

생산적인 일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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