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에는 코끼리가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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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우리 동네에 나타난 코끼리 한 마리.
코끼리는 거대한 동물이라 쉽게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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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사람들도 어쩔 줄 몰라 우왕좌왕하지만 곧 “코끼리를 잡읍시다.”,“코끼리를 묶어 놓읍시다.”, “사진을 찍어 전시합시다.”
등등. 다양한 의견을 내놓는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코끼리의 주인을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
주인이 나타날 때까지 코끼리를 잡지도, 쫒아내지도 못하는 사람들 앞에 코끼리 주인이라고 외치는 서커스 단장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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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는 주인이 나타나기 전까지 동네 공원에서 자리잡고 있으면서 물놀이도 하고, 나무 그늘에서 쉬기도 하면서 어느새 ‘봄날’이라는 이름까지 얻고 있었다.
사람들은 과연 ‘봄날’을 서커스 단장의 손에 넘겨줄까?
거대한 코끼리가 한바탕 동네를 누비고 다니면서 일어나는 일련의 소동을 극적 전개 속에 버무려 재미있게 그려내고 있는 그림책이다.
허술한 듯 하면서도 정감 있는 그림이 자꾸 책장을 넘기고 싶게 만든다.
그래서, 그래서? 그 다음은, 그 다음은 어떻게 되지?
아이와 함께 온동네를 누비는 코끼리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끝장에 다다르게 되고, 아쉬운 마음에 다시 한 번 처음부터 책을 넘겨보게 되는 매력을 가진 책!
쉼없이 코끼리에게 종알종알 말을 건네게 되는 책!
아이들이 코끼리의 표정 하나하나에 집중하며, 저도 모르는 새에 커다랗고 무서울 것 같은 코끼리에 대한 두려움에서 무장해제 되어 실실 웃게 되는 책!
여기 이 책에서 코끼리를 ‘외국인 노동자’라고 바꿔 부르면 묘하게 합치되는 점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어느 날, 우리 동네에 나타난 외국인 노동자 한 명.
그는 피부색도 다르고, 하는 말도 달라 쉽게 눈에 띈다.
처음에는 사람들도 어쩔 줄 몰라 우왕좌왕하지만 곧 “쟤는 어디서 왔대?” “말하는 것도 희한하지? ” “알아들을 수가 없네. 일하러 온거야?” “어디 살지?”
등등. 뒤에서 조용조용히 속삭인다.
우리 집 앞에는 1년 전, 인도네시아 영사관이 생겼다. 1층에는 인도네시아 전문 음식과 커피를 파는 카페 "루왁"이 들어섰고, 2층 위로는 인도네시아 여행사며, 영사관에 준하는 사무를 보는 곳으로 알고 있는 사무실이 있다. 아침이면 피부색이며 하는 말이 다른 인도네시아 인들과 한국인들이 함께 출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작은 아이 유치원이 그 건물 바로 옆이라 맬 아침 보는 풍경이다.
우리 아들은 처음 외국인을 본 날 외에는 아무런 코멘트가 없다. 그런데 영사관 앞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어른들은 무지무지 호기심어린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본다.
마치...코끼리 보듯이...
이 책은 버스장류장 앞에 서 있던 어른들의 시선을 고스란히 드러내 보여준다.
‘뭔가 달라.’
‘그래서 불편해.’를 온몸으로 발산하는 어른들.
‘동물원이나 아프리카, 인도 등에 살고 있어야 할 코끼리가 왜 여기 있지?’
눈빛에서 슬슬슬 쏟아져 나오는 tv자막같은 대사들.
유치원 옆에 인도네시아 영사관이 서 있는 이유는...
아이들만큼 차별 없는 시선으로 보아주는 사람들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이 대한민국에...
만약, 정말 그런 이유라면 정말 서글퍼진다.
슬퍼진다.
우리 또한 미국이나 유럽 등에 나가면 황색인이라 놀림받는 위치에 있는 건 마찬가지인데...
제발 ‘우리 동네’에 살고 있는 코끼리가 행복한 엔딩을 맞이했으면 좋겠다.
며칠 전, 한국과 인도네시아 수교 10주년(인가?)을 기념하며 1층 카페에서 음악회가 열렸었는데, 직접 참여하지는 못했어도, 아파트에서 부채춤 추는 무희도 보이고, 어눌한 발음이나마 아리랑을 부르는 노래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도 빠지지 않았다.^^)
그들이 편견 없는 우리나라에서 마음 편하게, 노래 부르는 즐거운 기분으로 일하고 생활하길 바란다.
코끼리야~ 행복하렴~
한우리 북카페 서평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