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아이 외 책세상문고 세계문학 24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 지음, 진일상 옮김 / 책세상 / 2005년 1월
평점 :
품절


이건 딱히 내가 편집자라서 트집 잡는 게 아니라, 맞춤법과 띄어쓰기 틀린 곳이 부지기수다. 심지어 책 후미에는 그 무섭다는 '정오표'까지 들어 있었다. 올해 주문을 했는데도 도착한 건 초판 1쇄였는데, 재쇄에서(재쇄를 찍긴 찍었다면) 얼마나 고쳐졌을지 정말 궁금하다. 편집자 탓은 아니다만, 글줄이 상하로 심각하게 안 맞는 쪽도 다수. 그럼에도, 장황체와 대화체로 점철된 고전임을 고려하면 번역은 좋은 편이다. 전공자가 한 번역이니 나빠서야 되겠냐마는.

해설을 보면 클라이스트는 괴테를 이기는 작가가 되고 싶었다 했다는데, 정작 눈에 들어오는 소재는 (주로) 살육과 염문. 그게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만, 괴테처럼 겉으로든 속으로든 고상한 척하는 소설들과는 전혀 비할 바 없다 하겠다. 즉 '클라이스트는 동시대의 고전주의자 괴테를 두렵게 하고'라는 보도자료 카피는 완벽한 뻥튀기. 단, 이어지는 '실존주의 문학의 선구자 카프카를 매료시켰던 것으로도 유명하다'라는 말은 다소 공감이 가기도 하는 게, 책에 실린 첫 작품 「미하엘 콜하스」는 특히 실존주의 문학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거대한 부조리'와 맞닿은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물론 현대 기계문명에서 비롯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소설들, 곧 「칠레의 지진」 「산토도밍고 섬의 약혼」 「결투」까지 이러한 관점에서(다소 자의적이긴 하나) 읽히기도 한다. 끝으로 이 책에 실린 단편들에는 대부분 '반전' 장치가 들어 있는데, 이 역시 흥미롭다면 흥미로운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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