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릿 오브 원더 Spirit of Wonder
츠르타 켄지 지음 / 북클럽(만화)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켄지 츠르타 / 스피릿 오브 원더

상당히 독특한 만화다. 장르를 따진다면 사실 SF 만화라고 할 수 있는데, 기계나 기술 중심이 아니라 인간 중심의 SF다. 즉, 우리가 흔히 SF 하면 떠올리는 외삽적 방법론과 보통 그에 수반되는 디스토피아적인 세계관이 담긴 SF와는 거리가 멀다.

인류가 최초로 과학기술에 '배신'을 당한 계기는 세계대전이었다. 그 전만 해도 인류는 과학이 인류를 풍요롭게 해주리라는 사실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다. 이 작품은 바로 그 당시 과학자들의 부푼 꿈과 희망찬 열정을 시종일관 밝은 톤으로 그리고 있다. 과학에 대한 무모하리만큼 순진한 열정과 믿음, 그리고 케 세라 세라 식의 낙천성만이 존재한다. 얄팍한 상술로 비판적인 메시지를 주장하는 척하는 삼류 SF들보다는 백배 이백배 유쾌한 만화다.

케이 토우메(따라서 히로아키 사무라와 연결되는)를 닮은 섬세하고 사실적인 드로잉도 매력적이다. 작가는 그런 드로잉으로 10년 동안 이 한 권의 SF 만화를 그렸다. 한 칸 한 칸마다 배경도 빼먹지 않고 말이다. 그만한 필력을 요구하는만큼 집필기간이 10년 가까이 되는 비정기 연재물이었다고 한다.

분명 만화책 치고는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지만, 말도 안 되는 발명품들과 그보다 더 말도 안 되게 낙천적인 과학자들을 구경할 수 있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이 정도로 독보적인 SF 만화도 또 없다.

으레 이런 SF 만화는 일본 외에도 유럽 등에서 큰 인기를 끌기 마련인데, 국내에서도 세주문화가 2권으로 나누어 발매했던 적이 있다. 그리고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일이지만, 당시 국내에서는 전혀 인기를 끌지 못했다. 투니버스에서 OVA(국내에도 DVD가 출시되었다)이 방영되는 등, 나중에야 입소문이 퍼졌지만 이미 책은 절판된 뒤였다. 그리고 마침내 올해초, 북클럽에서 깔끔한 1권 짜리로 새로 발매되었다. 일본어를 거의 모르기 때문에 번역 수준을 논하기는 힘들지만, 우리말 구사 수준에 있어서는 세주문화와 별반 차이는 없는 듯하다. 그럼에도 절판된 책을 구하지 못해 아쉬워했던 숨은(오래된) 팬들에겐 놓쳐선 안 될 책이다.

03.8.30 / 07.3.6 by f.y.

알라딘 only 덧:

  • 알라딘은 상품명 수정바랍니다(스프릿→스피릿)
  • 제 서재 배경이미지가 바로 이 작품 DVD 커버랍니다 :)
  • 원래는 03년에 썼던 글인데, 알라딘에는 책이 없어 다른 곳에만 올렸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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