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좀 일찍 먹었더니 10시 경부터 계속 배가 고팠다.

참고 버티다, 12시 반부터 테니스를 보며 러닝머신으로 7킬로를 달렸다.

운동 후 샤워로 땀을 씻어내는 쾌감, 이 순간을 위해 그토록 먼 길을 달렸나보다.

샤워를 하고 나니까 배가 너무 고파 현기증이 났고

난 배 속의 악마와 타협을 했다.

라면을 먹어 준다, 하지만 밥은 절대 말아먹지 않을 거다!

새벽에 혼자 먹는 라면이 어찌나 맛있는지

다 먹고 난 냄비에는 면 한조각, 국물 한방울도 남아 있지 않았다.

7킬로를 안뛰고 잔 게 더 나았을까?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Mephistopheles 2007-07-04 0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죄송합니다..제가 잠깐 들어갔다 나왔었습니다..호호호

비로그인 2007-07-04 0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밤중에 뭔가 미치도록 먹고 싶어도, 요즘은 다 먹고 난 뒤 양치질 하기가 귀찮아 꾹 참곤 해요. 게으름이 이럴 땐 도움이 되는데, 차라리 부리 님처럼 다 먹는 게 나아요. 부지런이라도 하잖습니까.

무스탕 2007-07-04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테니스를 보면서 러닝머신을 뛰셨다니.. 셋이서 같이 테니스 치셨네요 ^^;

비로그인 2007-07-04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밤중에 러닝머신을 뛰면 옆집에서 시끄럽다하지 않나요?

세실 2007-07-04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그러고 보니 오랜만이어요~~ 잘 지내시죠? 긴긴 방학때 뭐하시나요? 아 부러워라....
전 5킬로 감량했답니다. 이젠 더이상 공포의 팔뚝이 아니어요. 흥~~

홍수맘 2007-07-04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뛰고, 먹은 거 잘 하셨어요.
저의 옆지기 요즘 밤마다 30분씩 절운동을 하고 있는대요, 엊그제 밤에 김치찌개에 소주한병 먹고는 절 운동 하다가 먹은게 자꾸 올라와 결국 포기했다지요.

프레이야 2007-07-04 1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리님, 세실님의 염장성(아니, 독려성) 댓글에 자극 받으시려나...
저도 밤마다 뭐 먹었더니 요샌 2킬로 늘었다지요..

마노아 2007-07-04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악! 저도 지금 당장 운동해야겠어요. ;;;;

춤추는인생. 2007-07-05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참 105의 부리님도 괜찮은데;;
걷는거 좋아하세요? 저는 지구끝까지도 걸을자신이 있는데.
다음에 뵈면 함께 걸어보아요^^

울보 2007-07-05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옆지기어제 밤에 저보고 라면했다가 국물도 못 얻어먹었다지요
요즘 배가 나오고 있는 중이거든요,

미즈행복 2007-07-05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러고보니 방학중이시군요.
아~ 좋으시겠어요.
저도 방학을 다시 갖고파요.

부리 2007-07-08 1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즈행복님/사람들이 잘 모르는 게 대학생이 방학이라고 선생들도 쉰다고 생각하는 거죠. 저도 방학이 갖고파요.
울보님/흐음, 옆지기 몸매를 관리하고 계시군요
춤인생님/음, 여름엔 더우니 가을 지나서 걷도록 해요^^
마노아님/앗 라면은 제가 먹었는데 왜 님이 운동을??
정아무개님/제게 필요한 건 이런 따스한 위로입니다
혜경님/지금사 말씀드리지만 님 이미지 캡 멋져요 악마 프라다 이 분위기가 님과 잘 어울리네요
홍수맘님/절운동이라, 으음.... 허리 아플 것 같은데요
세실님/안그래도 미모이신데 5킬로 빼시면 저같은 사람은 안만나주겠군요. 흑
민서님/재벌집이라 전혀 상관없습니다. 아래층은 가정집이 아니라서....
무스탕님/잉 그게 그렇게 되나요???
주드님/아아 양치질이 싫어 야식을 안하신다니 새로운 다이어트 요법이군요! 양치질을 한 30분 정도 하는 습관이 들면 귀찮을만도 하겠네요^^
메피님/흑....책임지시어요!!
 

 

오늘, 세벽 세시에 소스라치듯 놀라 일어났다.

전날 10시도 안되어 잠이 든 탓이기도 하지만, 나를 불안하게 하는 뭔가가 있었다.

그리고 난 그게 뭔지 바로 알아차렸다.

“휴대폰이 어디 갔지?”

가방에도, 화장실에도, 다른 방에도 내 휴대폰은 없었다.

안그래도 지난 수요일 버스에 휴대폰을 놓고 내려 고생을 했는데, 이번엔 또 어디다 흘렸을까? 게다가 이번엔 두 개 모두 없다!




집 전화를 가져다가 내 휴대폰에 전화를 걸다가 관뒀다.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어도 자느라 못받을 것 같아서.

전화를 거는 대신 전날의 행적을 곰곰이 떠올렸다.

친구 셋과 더불어 술을 마셨고, “달렸다”고 할만큼의 양이었지만

9시 쯤 집에 온 탓에 취할 새도 없었다.

집에 올 때도 친구들과 같이 택시를 탔고, 내가 가장 먼저 내렸는데

택시에 놓고 왔다면 친구들이 챙겨줬을 거다...

하지만 내 마음은 점점 “2차 갔을 때 다른 테이블에 놓고 왔을 것”이라는 쪽으로 기울었다.

2차에서 전화를 한통 받았는데, 창가 쪽 테이블에 앉아 이야기를 했던 것.

아무래도 그때, 전화기를 놓고 안가져온 모양이다.

속이 상했다. 그 안에 적혀있는 600여개의 전화번호들이 없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어찌나 마음이 아픈지 다시금 잠이 들었을 때 휴대폰 2개를 모두 찾는 꿈을 꿨을 정도.


‘날이 밝으면 학교 가는 거 때려치우고 휴대폰이나 찾아야겠구나.’


이런 우울한 생각을 하며 눈을 감았다 떴다 반복하는데, 엄마가 내 전화기 두 대를 가지고 방에 들어오신다.

“아니 엄마! 그걸 왜 엄마가 갖고 계세요?”

“니가 어제 자는데 계속 전화벨이 울리잖아. 푹 자라고 전화기 엄마방에 감춰놨다.”

전화기를 보니 부재중 통화가 무려 15통, 그 중 14통이 같은 사람이다.

그리고 그는, “이형택이 경기 시작하면 나 좀 깨워달라”고 부탁했던 내 친구였다.

“전화가 새벽 한시까지 오더라.”




배려에는 두 종류가 있다.

전화가 계속 오니 급한 전화인 걸로 생각하고 날 깨워줄 그런 배려와

보나마나 술마시러 나오라는 걸로 생각하고 전화기를 감춰 버리는 배려,

우리 어머니의 배려는 후자 쪽이었고

그간의 내 행태로 보아 그건 지극히 타당한 판단이었다.

그 배려 때문에 몇시간 동안 속상했고-휴대폰을 잃어버린 줄 알고-

이형택의 멋진 경기를 보지 못하는 등의 손해를 봤지만

어머니의 마음을 다시금 생각하게 된 순간이었다.




* 아무리 그래도 할머니의 배려는 좀 문제다.

선풍기를 얼굴에 쏘이지 않으면 잠을 못자는데

자꾸 선풍기를 꺼버리는 바람에 번번이 잠에서 깬다.

그러지 말라고 사정사정 하는데도 그 배려는 그치질 않고

오늘 아침에도 그래서 깼다는....




댓글(8) 먼댓글(1)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마늘빵 2007-07-01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 친구분 잘 두셨는데요!

2007-07-01 22: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춤추는인생. 2007-07-01 2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배려에 대한 독특한 글 재밌게 보고가요
휴대폰 잃어버리셨다면 제가 다시 이곳에 번호 남기고 가려 했는데 다행이네요ㅎㅎ

Mephistopheles 2007-07-02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때론 배려가 부담으로 다가오는 경우도 종종 있죠..^^

무스탕 2007-07-02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5통의 전화중 1통이 유일한 미녀분 전화?? ^^

비로그인 2007-07-02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풍기 얼굴에 쐬면 얼굴 부어요.

부리 2007-07-02 1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민서님/제가 그래서 얼굴이 큰가봐요...
무스탕님/비밀이옵니다^^
메피님/님의 배려는 별로 부담 안됩니다 많이 배려해주세요!
춤인생님/님 번호는 절대 안까먹을 거예요!! 호호호
치카님/풍이라....선풍기는 바람이고 바람은 풍이니 풍이 맞겠군요 으음....그래도 더운데 어떡합니까...
아프락님/그 중 여덟통은 님이잖아요!

2007-07-03 23: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장마답게 연일 내리는 비 때문에 통 테니스를 치지 못했다. 게다가 일요일도 비 예보가 있다. 그러던 터라 간만에 해가 뜬 토요일날, 한번 치자는 클럽 사람의 제안이 더없이 반가웠다. 사람이 많이 안나올 것 같아 난 친구를 데려갔고, 햇볕은 좀 덜했지만 습도가 높아 짜증스런 날씨 속에서 다섯 게임인가를 쳤다.




그러다보니 시간이 어느덧 4시 40분, 그곳은 삼성동이었고 난 6시에 신촌에서 약속이 있었다. 마침 테니스 코트에 샤워실이 딸려 있기에 친구와 난 거기서 간단히 씻고 가기로 했는데, 문제는 빤스였다. 원래 계획은 두세시까지 치다가 집에 들러 옷을 갈아입고 약속장소에 가는 거여서 여벌의 빤스를 준비하지 않았던 것. 갈아입을 티셔츠와 긴바지는 있었지만 빤스가 없다. 역시 빤스를 준비 안한 친구에게 말했다.

“요 앞에 편의점 있잖아. 거기서 하나씩 사자.”

난 그에게 내 사이즈를 말해줬고, 친구는 자기 혼자 갔다오겠다며 홀연히 떠났다.




잠시 후 돌아온 내 친구는 큰 소리로 말했다.

“백오 사이즈가 없어서 100짜리 두 개 샀어. 두군데나 들렀는데 백오는 없더라.”

그 바람에 거기 있는 사람들이 다 내 사이즈를 알게 됐고, 몇몇은 내가 105씩이나 되냐고 놀랐다. 난 됐다고, 그냥 젖은 걸 입겠다고 했다. 샤워를 끝내고 옷을 입는데 친구가 다시 꼬신다.

“그냥 입지 그래? 이게 좀 크게 나온 것 같은데.”

난 다시금 거절했다. 내가 입었다가 작으면 버려야 하니까. 게다가 내가 입어 찢어지기라도 하면 사람들이 한 몇 년간 그 얘기를 울궈먹을 게 아닌가. 젖은 빤스를 입으며 생각했다. 105가 그렇게 특대 사이즈는 아닌데, 아무리 편의점이라지만 100과 105를 골고루 갖춰놔야 되는 게 아니냐고. 옛날만 해도 95를 입었었는데. 샤워를 하고 나면 보통 크기의 타월로 허리를 두르고 다녔었는데. 옛날보다 현재를 더 사랑하는 나지만, 가끔은 옛날이 그립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부리 2007-07-01 1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아무개님/제 사이즈를 미리 말해줬기 때문에 100으로 안 건 아니었답니다 글구 아무리 열심히 쳐도 100은 안될 것 같은데요. 105를 유지하기 위해 열심히 테니스를 치는 거랍니다^^

파란여우 2007-07-01 1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110을 막는 그날까지 아자!!! ㅎㅎㅎ

마늘빵 2007-07-01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파란여우가 둘이네요?!

마노아 2007-07-01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그인을 하지 않고 댓글을 쓰면 저렇게 나오는 게 아닐까요? 파란여우님이 혹시 두탕 뛰신 겁니까? ^^

춤추는인생. 2007-07-01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105의 부리님도 좋아요.
110이라도 제 사랑은 변하지 않을꺼예요 ㅎㅎ

무스탕 2007-07-02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편의점 나빠욧!

비로그인 2007-07-02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간에 파란 여우님에게 시선집중되었네요.
저도 110을 막는 기원에 동참할게요.

울보 2007-07-02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리님 너무 크게 입으시는것 아닌가요,,
운동 좀더 열심히,,,하셔야 겠어요,ㅎㅎ

부리 2007-07-02 1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보님/운동...안그래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이미지가 아주 예쁘네요 류가 많이 컸군요!
민서님/110은 꼭 막아 주세요 기도의 힘으로...
무스탕님/그죠? 크다고 차별을 하다니....
춤인생님/역시 님밖에 없어요. 하지만 전 방심하지 않을 거예요...100을 향해서 아자아자
마노아님/저도 의심스러워요^^
아프님/사실은 셋일 수도 있어요
여우님/여우님의 마음은 제가 잘 알고 있습니다 100을 향해 달리겠습니다

미즈행복 2007-07-03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재밌어요~
근데 젖은 옷 입고 계시느라 좀 찝찝하셨겠어요.
그냥 노팬티로 계시는게 더 낫지 않았을까요? ^^
 

 

"이 선풍기 좀 고쳐 볼래. 선풍기가 안되니 어째 덥다."

내 앞에 낡은 선풍기를 갖다 놓으시며 할머니가 한 말이다. 할머니가 일본서 쓰시던 거니 일제이긴 하지만, 요즘엔 드문 110V 짜리고, 할머니가 일본서 나오신 게 82년이니 최소한 26년 이상을 써오신 터였다. 집에 있는 110V짜리 플러그에 끼워봤지만 선풍기는 작동되지 않았다. 갑자기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5월 말부터 날이 더웠는데, 선풍기도 없이 어떻게 지내셨을까. 나랑 엄마는 각각 각자의 선풍기가 있고, 특히 더위를 타는 나는 늘 선풍기를 얼굴에 바짝 쏘이며 잠을 자는데 말이다.

"걱정 마세요. 제가 내일 고쳐드릴께요."

 

다음날 난 출근을 왕창 늦게 했다. 집 근처에 있는 삼성 대리점이 문을 여는 시간-알고보니 10시였다-까지 기다려 선풍기를 샀기 때문이다. 힘 좋고 튼튼한 놈을 골랐고, 가격은 5만원이었다. 착한 일을 한 애들이 다 그렇듯, 나 역시 할머니가 시원하게 밤을 보낼 생각을 하며 혼자 좋아했다. 집에 오자마자 할머니 방문을 열어 선풍기가 잘 도는지를 확인하고자 한 것도 다 그런 까닭, 하지만 선풍기는 할머니 방에 없었다.

"할머니, 선풍기 어디 갔어요?"

할머니는 황당한 대답을 하신다. "난 안만졌다."

그것이 어디 갔나 찾다가 내 방 구석에 예쁘게 놓인 선풍기를 발견했다.

"이걸 왜 여기다 두셨어요?"

"손도 안댔다. 내 것도 아닌데... 너 써라."
짜증이 났다.
"제가 할머니 쓰시라고 사드린 거잖아요. 전 선풍기 있으니까 오늘부터 이거 쓰세요, 네?"

다음날 밤, 선풍기는 여전히 할머니 방에 없었다. 어디 갔나 찾았더니 이번엔 마루 구석이다. 전날과 같은 대화가 또다시 오갔고, 난 선풍기를 할머니 방에 넣고 코드를 꽂아 드렸다.

그저께, 밤 11시가 넘어 집에 온 나는 또다시 선풍기의 행방을 찾았다. 흔적도 안보인다. 여기저기를 찾아다녔지만 집이 넓어서 그런지 도저히 못찾겠다. 십분을 그러고 헤매다 결국 찾아낸 장소는 할머니 방이었는데, 할머니는 그 선풍기를 가을에 들여놓는 것처럼 정성스럽게 싸서 방구석에 놔둔 거였다. 선풍기를 덮은 비닐을 벗기고, 칭칭 동여맨 끈을 가위로 자르며 할머니한테 짜증을 냈다.
“아니 왜 선풍기를 안쓰세요? 더워 죽겠구만.”

옆에 더 높은 집이 있어서 그런지 우리집은 겨울엔 춥고 여름에 더운데, 할머니 방은 상태가 더 안좋다. 근데 왜, 부채는 부치면서 선풍기는 안틀까. 할머니가 선풍기를 다시금 보자기로 덮어놓은 어제, 대체 왜 선풍기를 안쓰냐고 여쭤봤다.
“전기도 아까운데 어떻게 쓴다냐. 너희집 전기라고 막 써서는 안되지.”

이런 비유가 적당할지 모르지만, 말을 물가에 끌고갈 수는 있어도 물을 못먹인다는 말이 있다. 할머니에게 선풍기를 사드리는 건 쉽다. 하지만 할머니가 선풍기 바람을 쐬게 해드리는 건 너무 어렵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비로그인 2007-07-01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풀방지위원회 상부상조팀 팀장입니다. 출동했습니다.

비로그인 2007-07-01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안만졌다...할머니 너무 귀여우십니다 ^^

비로그인 2007-07-02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더위를 별로 타지 않아 아직 선풍기를 꺼내지 않고 있는데 이걸 보니 꺼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걸요.
아직 에어컨 청소도 안했는데,그것도...
여름을 맞으려면 바빠지겠어요.

무스탕 2007-07-02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할머니에겐 26년도 넘은 110V 선풍기가 '할머니꺼' 라는 고정관념이 있으신가봐요.
에고.. 어떻게해야 할머니께서 새 선풍기를 맘 편하게 사용하실까요..?

미즈행복 2007-07-03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오래된 선풍기는 고칠 방법이 정녕 없나요?
할머님을 향한 님의 애정을 할머님께서 언제 알아주시려나?
 



구와타는 일본의 명문고교인 PL학원 출신으로, 드래프트 당시 “대학에 가겠다”고 선언, 다른 팀들이 그를 뽑는 걸 주저하게 만들었다. 다른 팀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다른 선수를 뽑은 반면 요미우리는 그를 지명했는데, 자신의 말과 달리 구와타는 흔쾌히 요미우리와 계약을 해 “그게 다 요미우리에 가기 위한 작전이었다”는 비난에 시달리기도 했다. 괴물투수 에가와가 요미우리 입단에 실패하자 진짜로 대학에 가버린 것처럼, 일본 선수들은 명문 요미우리에 입단하는 걸 일생의 꿈으로 생각하기도 하는데, 아무튼 그는 86년 15승을 올림으로써 기대에 부응했고, 21년간 요미우리에서 뛰며 통산 173승을 거둔다.


그랬던 구와타는 지난해 말 갑자기 “메이져리그에 가겠다”고 선언해 팬들을 놀라게 한다. 놀라움의 정도가 컸던 건 1968년 생으로 나이도 마흔에 가까웠고, 최근 들어 성적이 하락세였기 때문. 2005년엔 1승도 거두지 못했고(7패), 2006년에도 단 1승만 올렸다. 그래도 그는 결국 메이져리그에 도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 입단한 뒤 중간계투로 괜찮은 활약을 하고 있다. 어찌되었건 자신의 꿈을 이루고자 도전하는 모습은 무척이나 아름답다.


지금 난 구와타 얘기를 하고자 하는 건 아니다. 구와타의 전적을 찾기 위해 GOOGLE을 뒤지다가 영어를 한글로 자동 번역해 주는 서비스를 클릭해 봤는데, 글을 보다보니 마음이 아팠다.

'season'을 ’절기‘라고 번역하는 등 번역된 글 전체가 괴이하기 짝이 없지만, 몇몇 대목은 개탄 수준이었다. 

-“구와타는 2.17의 시대를 가진 그의 두 번째 년”; 대체 이게 무슨 의미일까? 2.17의 시대라니. 원문에는 이렇게 되어 있다. “his second year (1987) with a 2.17 ERA” 여기 나온 ERA를 ‘시대(era)'라고 번역한 것. 물론 ERA는 시대가 아닌, earned runs average, 즉 평균 자책점의 약자다.


-“그는 사와무라 상, 사이 젊음 포상의 일본 동등물,을 받고”; 사이 젊은 포상은 또 뭘까? 원문은 이렇게 되어 있다. ‘Sawamura Award (the Japanese equivalent of the Cy Young Award)’ 여기서 사이영 상은 그 해 메이져리그 최고의 투수에게 주는 상으로, 511승을 올리고 은퇴한 사이 영 선수를 기리기 위한 것이다. 일본에는 그 비슷한 걸로 사와무라상이 있고, 우리나라에서 만든다면 선동렬상 정도가 될 터, 근데 선수 이름인 ‘사이 영’을 ‘사이 젊음’으로 번역한 거다.


-“2006년 말에 그는 메이져리그에서 노는 그의 의향을 알려서 팬을 놀랬다”; 원문은 이렇다. ‘At the end of the 2006, Kuwata surprised fans by announcing his intent to play in the Major Leagues’ 다들 아시겠지만 여기서 ‘play'는 논다는 뜻이 아닌, 메이져리그에서 뛰겠다는 그런 의미다. 이 구절을 읽다보면 정말이지 의문이 간다. 이 번역은 대체 누가 한 걸까?


-“그는 3루수 알렉스 로드리게스에 홈런에 2이닝에 있는 2개의 뛰기를 포기했다”; 번역된 글 중 가장 괴이한 이 문장의 원본은 이렇다. ‘He gave up 2 runs in 2 innings on a home run to third baseman Alex Rodriguez.’ 여기서 ’run'은 ‘뛰기’가 아니라 ‘득점’을, ‘gave up'은 ’포기하다‘는 뜻보다 실점을 허용했다는 뜻이다.


복거일의 영어 공용화론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공용화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라 그러다 말았지만, 인터넷 시대의 개막 이후 영어 실력의 차이가 곧 정보 획득의 차이로 연결되는 현실은 분명 생각해 볼 일이다. 그런 면에서 난 번역 서비스를 실시하는 구글의 선의에 전적으로 찬성한다. 나 역시 스포츠를 제외하곤 그리 영어에 능통하지 않는지라 웬만하면 번역본을 이용하고 싶다. 하지만 번역본 자체가 더 난해해 원문을 찾을 수밖에 없는, 구글의 자동번역 서비스는 아직 이런 수준에 머물러 있다.


뭔가 모르는 게 있으면 네이버를 찾긴 하지만, 그리고 구글은 국적이 미국이지만, 난 네이버보다는 구글이 더 좋다. 검색으로 사업을 시작한 건 같은데 한쪽은 뉴스 서비스를 시작함으로써 미디어계의 공룡이 되어 버렸고, 다른 한쪽은 오직 검색 기능에만 충실하니까. 구글이 지금보다 돈을 더 많이 번다면 구글에서 제공하는 영어 번역본이 보다 충실해지고, 영어를 잘 몰라도 빠른 속도로 정보검색을 할 날이 오지 않을까. 메이져리그의 꿈을 이룬 구와타를 보면서 했던 생각이다.


* 참고로 구와타는 PL 학원 4번 타자인 기요하라와 동기인데, 그 역시 역시 요미우리 유니폼을 입고 싶었지만, 자기 대신 구와타가 지명받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세이부에서 최초의 고졸 신인 4번타자가 되기도 한 기요하라는 레전드급의 활약을 한 뒤 요미우리 유니폼을 입어 뒤늦게나마 자신의 꿈을 이뤘다.



댓글(9)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얼음장수 2007-06-29 0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글이 영어보다 더 어렵습니다. 정말 도대체 누가 번역을 한 건지...
MLB에 NPB까지 챙기시나 보네요. 야구 이야기 많이 올려주세요. 낼름 와서 구경하겠습니다.

moonnight 2007-06-29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야구에 대한 정열, 대단하시군요. 오랜만여요. 많이 바쁘시죠? ;;

비로그인 2007-06-29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구해설을 이렇게 꼼꼼하게 재미있게 해주면 저도 좋아하며 야구보겠어요.

Mephistopheles 2007-06-29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니맥의 미스터 3000이란 영화를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일단은 야구가 주제인 영화니까요...^^

2007-06-29 18: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6-30 0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7-06-30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구글을 즐겨해요. 검색은 짱이예요 ^..~ 근데 밑에 글보단 영어를 훨씬 잘하시는데요? 여하간, 스포츠는 별로 안좋아하는데 재미있게 글을 쓰셔요. 스포츠 컬럼니스트하셔도 될거 같은데요.

부리 2007-07-01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구리님/하하 스포츠칼럼이라뇨 전 아직 멀었습니다^^ 5년 정도는 더 노력해서 도전해보긴 할께요
앵초꽃님/아 그런가요. 자동번역이 저정도 수준에 머문다면 있을 이유가 없는데...저도 구글 좋아요
메피님/아 역시 님은 영화의 대가세요
민서님/아 그래요? 더 열심히 할께요
달밤님/어머 달밤님 보고 싶어요! 마음은 언제나 대구!
얼음장수님/오 야구를 좋아하는 분이 또 있으시군요. 열심히 할께요

미즈행복 2007-07-03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스포츠 컬럼니스트보다는 스포츠 해설자를 더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