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와타는 일본의 명문고교인 PL학원 출신으로, 드래프트 당시 “대학에 가겠다”고 선언, 다른 팀들이 그를 뽑는 걸 주저하게 만들었다. 다른 팀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다른 선수를 뽑은 반면 요미우리는 그를 지명했는데, 자신의 말과 달리 구와타는 흔쾌히 요미우리와 계약을 해 “그게 다 요미우리에 가기 위한 작전이었다”는 비난에 시달리기도 했다. 괴물투수 에가와가 요미우리 입단에 실패하자 진짜로 대학에 가버린 것처럼, 일본 선수들은 명문 요미우리에 입단하는 걸 일생의 꿈으로 생각하기도 하는데, 아무튼 그는 86년 15승을 올림으로써 기대에 부응했고, 21년간 요미우리에서 뛰며 통산 173승을 거둔다.


그랬던 구와타는 지난해 말 갑자기 “메이져리그에 가겠다”고 선언해 팬들을 놀라게 한다. 놀라움의 정도가 컸던 건 1968년 생으로 나이도 마흔에 가까웠고, 최근 들어 성적이 하락세였기 때문. 2005년엔 1승도 거두지 못했고(7패), 2006년에도 단 1승만 올렸다. 그래도 그는 결국 메이져리그에 도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 입단한 뒤 중간계투로 괜찮은 활약을 하고 있다. 어찌되었건 자신의 꿈을 이루고자 도전하는 모습은 무척이나 아름답다.


지금 난 구와타 얘기를 하고자 하는 건 아니다. 구와타의 전적을 찾기 위해 GOOGLE을 뒤지다가 영어를 한글로 자동 번역해 주는 서비스를 클릭해 봤는데, 글을 보다보니 마음이 아팠다.

'season'을 ’절기‘라고 번역하는 등 번역된 글 전체가 괴이하기 짝이 없지만, 몇몇 대목은 개탄 수준이었다. 

-“구와타는 2.17의 시대를 가진 그의 두 번째 년”; 대체 이게 무슨 의미일까? 2.17의 시대라니. 원문에는 이렇게 되어 있다. “his second year (1987) with a 2.17 ERA” 여기 나온 ERA를 ‘시대(era)'라고 번역한 것. 물론 ERA는 시대가 아닌, earned runs average, 즉 평균 자책점의 약자다.


-“그는 사와무라 상, 사이 젊음 포상의 일본 동등물,을 받고”; 사이 젊은 포상은 또 뭘까? 원문은 이렇게 되어 있다. ‘Sawamura Award (the Japanese equivalent of the Cy Young Award)’ 여기서 사이영 상은 그 해 메이져리그 최고의 투수에게 주는 상으로, 511승을 올리고 은퇴한 사이 영 선수를 기리기 위한 것이다. 일본에는 그 비슷한 걸로 사와무라상이 있고, 우리나라에서 만든다면 선동렬상 정도가 될 터, 근데 선수 이름인 ‘사이 영’을 ‘사이 젊음’으로 번역한 거다.


-“2006년 말에 그는 메이져리그에서 노는 그의 의향을 알려서 팬을 놀랬다”; 원문은 이렇다. ‘At the end of the 2006, Kuwata surprised fans by announcing his intent to play in the Major Leagues’ 다들 아시겠지만 여기서 ‘play'는 논다는 뜻이 아닌, 메이져리그에서 뛰겠다는 그런 의미다. 이 구절을 읽다보면 정말이지 의문이 간다. 이 번역은 대체 누가 한 걸까?


-“그는 3루수 알렉스 로드리게스에 홈런에 2이닝에 있는 2개의 뛰기를 포기했다”; 번역된 글 중 가장 괴이한 이 문장의 원본은 이렇다. ‘He gave up 2 runs in 2 innings on a home run to third baseman Alex Rodriguez.’ 여기서 ’run'은 ‘뛰기’가 아니라 ‘득점’을, ‘gave up'은 ’포기하다‘는 뜻보다 실점을 허용했다는 뜻이다.


복거일의 영어 공용화론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공용화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라 그러다 말았지만, 인터넷 시대의 개막 이후 영어 실력의 차이가 곧 정보 획득의 차이로 연결되는 현실은 분명 생각해 볼 일이다. 그런 면에서 난 번역 서비스를 실시하는 구글의 선의에 전적으로 찬성한다. 나 역시 스포츠를 제외하곤 그리 영어에 능통하지 않는지라 웬만하면 번역본을 이용하고 싶다. 하지만 번역본 자체가 더 난해해 원문을 찾을 수밖에 없는, 구글의 자동번역 서비스는 아직 이런 수준에 머물러 있다.


뭔가 모르는 게 있으면 네이버를 찾긴 하지만, 그리고 구글은 국적이 미국이지만, 난 네이버보다는 구글이 더 좋다. 검색으로 사업을 시작한 건 같은데 한쪽은 뉴스 서비스를 시작함으로써 미디어계의 공룡이 되어 버렸고, 다른 한쪽은 오직 검색 기능에만 충실하니까. 구글이 지금보다 돈을 더 많이 번다면 구글에서 제공하는 영어 번역본이 보다 충실해지고, 영어를 잘 몰라도 빠른 속도로 정보검색을 할 날이 오지 않을까. 메이져리그의 꿈을 이룬 구와타를 보면서 했던 생각이다.


* 참고로 구와타는 PL 학원 4번 타자인 기요하라와 동기인데, 그 역시 역시 요미우리 유니폼을 입고 싶었지만, 자기 대신 구와타가 지명받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세이부에서 최초의 고졸 신인 4번타자가 되기도 한 기요하라는 레전드급의 활약을 한 뒤 요미우리 유니폼을 입어 뒤늦게나마 자신의 꿈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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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장수 2007-06-29 0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글이 영어보다 더 어렵습니다. 정말 도대체 누가 번역을 한 건지...
MLB에 NPB까지 챙기시나 보네요. 야구 이야기 많이 올려주세요. 낼름 와서 구경하겠습니다.

moonnight 2007-06-29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야구에 대한 정열, 대단하시군요. 오랜만여요. 많이 바쁘시죠? ;;

비로그인 2007-06-29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구해설을 이렇게 꼼꼼하게 재미있게 해주면 저도 좋아하며 야구보겠어요.

Mephistopheles 2007-06-29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니맥의 미스터 3000이란 영화를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일단은 야구가 주제인 영화니까요...^^

2007-06-29 18: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6-30 0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7-06-30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구글을 즐겨해요. 검색은 짱이예요 ^..~ 근데 밑에 글보단 영어를 훨씬 잘하시는데요? 여하간, 스포츠는 별로 안좋아하는데 재미있게 글을 쓰셔요. 스포츠 컬럼니스트하셔도 될거 같은데요.

부리 2007-07-01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구리님/하하 스포츠칼럼이라뇨 전 아직 멀었습니다^^ 5년 정도는 더 노력해서 도전해보긴 할께요
앵초꽃님/아 그런가요. 자동번역이 저정도 수준에 머문다면 있을 이유가 없는데...저도 구글 좋아요
메피님/아 역시 님은 영화의 대가세요
민서님/아 그래요? 더 열심히 할께요
달밤님/어머 달밤님 보고 싶어요! 마음은 언제나 대구!
얼음장수님/오 야구를 좋아하는 분이 또 있으시군요. 열심히 할께요

미즈행복 2007-07-03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스포츠 컬럼니스트보다는 스포츠 해설자를 더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