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거....거짓말!!
사주를 보지 않았던 때에, 막연하게 그것은 '미래를 내다보는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래서 부질없다 여겼었다. 무슨 소리야, 그게, 미래를 어떻게 봐, 그러면 사람들이 왜살아, 하고 말이다. 그러나 처음 사주를 보고나서 내 운명에 쓰여진 팔자, 그 여덟글자를 가지고 다른 사람이 나에 대해 조곤조곤 말해준다는 게 나를 얼마나 위로하는지를 알게 됐다. 그 위로의 경험은 카운셀러의 역할을 톡톡히 했으므로, 나는 책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처음 명리학에 관해 읽은 책은 고미숙 쌤의 《나의 운명 사용 설명서》였는데, 이 책에서도 사주는 미래를 내다보는 일이라 말하는 대신, 쓰여진 글자로 내가 어떻게 내 삶을 지혜롭게 살아가야 하나를 말하는 것이라 했다. 그리고 다음 책으로 골라들은 '강헌'의 이 책, 《명리- 운명을 읽다》에서도, '살'이 있다고 다 나쁜 것도 아니고 '귀인'이 있다고 무조건 좋기만 한 게 아니라는 걸 말해준다. '대운'이란 것도 마찬가지. 대운이 빵 터지는 대운이 아니라, 십 년에 한 번씩 바뀌는 흐름이라고 말한다. 또한 사주는 미래를 내다보는 일이 아니라는 것도 역시. 만약 내가 우울하고 답답하다면, 내 글자들 중에 무엇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나 가만 들여보고 그것을 풀어가면 될터였다.
강헌의 책에서는 우울증을 앓고 있는 약사에 대한 사례가 나왔는데, 아침 일찍 동네 약국에 문을 열고 저녁에 문을 닫는 생활속에, 안정적인 직업을 갖고 있음에도 그가 우울해했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의 사주를 보니 '역마'가 있었던 것. 역마가 있으니 좀 돌아다녀야 하는데 그의 삶은 그를 돌아다니게 하지 않았던 거였다. 그래서 그에게는 '주말에는 약국 문을 닫고 지방 어디에라도 꼭 여행을 다니라'고 했다는 것. 일전에 내 친구는 사주를 봐주는 쌤으로부터 '저녁에 취미를 가지라'는 말을 들었더랬다. 그 당시엔 그냥 그런가보다, 취미란 게 있으면 좋지, 하고 무심히 넘겼었는데, 책들을 읽고나니 그 말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알게 되었다. 친구가 취미를 가지는 것은, 삶을 좀 더 활기차게 만들어줄 것이었다. 나로 말하면 '일기를 쓰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는 이미 미친듯이 일기를 쓰고 있었다고 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서 사주쌤들이 나를 보면 그렇게나 칭찬칭찬을 했던 것 같다. 그러니까 무언가 필요하다고 하는 것들을, 내가 이미 다 하고 있었던 거다. 장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멋져.
아, 아무튼 이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고,
이 책을 읽으면서 나와 몇몇 친구들의 사주팔자를 가만 들여다보면서 흐음, 이렇군, 하면서 파악하려고 노력중인데, 사실 이게 쉽지가 않다. 강의를 듣고 싶은데 봄이 지나고나면 강의를 알아보고 좀 들어볼 참이다. 지금은 간단히 여덟글자를 보면서 아, 너는 이 글자가 있으니 이런 성격이 있겠구나, 하는 정도인데, 어제 잭 리처를 읽고나서 밤에 잭 리처에 대해 생각했다.
이노믄 자식이, 이 책에서 자신보다 열 살 많은 여성의 매력에 빠지게 되고 그간 경험해보지 못한 섹스를 했다고 하는데, 그래서 자꾸 또 하고 싶어하고 또 하자 그러고 틈만 나면 하려고 하는데, 그래서 '이번 일 끝나면 같이 로마에 다녀오자' 해놓고서는, 일 끝나기가 무섭게 사라져버린 거다. 시리즈에서 늘 있어왔던 일이었는데, 그러니까 또 다음 시리즈가 되고 그러긴 하지만, 아, 어제는 대단히 빡이 치는 거다. 나는 남겨진 연상의 여자가 되어서 이 개똥같은 시키... 바람같은 놈..... 이라고 생각한 거다. 물론, 그 여자는 떠나간 잭 리처를 보고싶다고 울고불고 한다든가 식음을 전폐한다든가 하지 않고 잘 산다. 나처럼...(응?) 그러다 문득, 잭 리처가 시리즈마다 여자를 만나고 그 여자랑 어떤 삶을 함께 하지는 않은 채로 또 이리저리 떠다니는 삶을 산다는 생각을 하니,
오호라, 이 놈 공망살이 있구나. 싶었다. ㅋㅋㅋ
이건 내게도 있는 건데, 결혼하고 일찍 혼자가 되거나 연인이 멀리 있어서 자주 만나지 못하는 걸 얘기한다. 이 놈, 정착하지 못하고 여기서 여자 만나고 또 훌쩍 떠나버리니, 공망살이 있어...라고 생각하게 된 것. 그러다 혼자 빵터졌다. 잭 리처의 공망살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은 지구상에 얼마나 될까? 그러자 연이어 떠오른 것이 역마살이었다. 역마살도 다 달라서 누군가는 그냥 '성북구' 정도의 역마살을 가지고 있고 또 누군가는 '전국' 지역의 역마살을 가지고 있는데, 나로 말하자면 '무무병존'의 사주라, 세계를 넘나드는 역마를 가지고 있는 거다. 내 경우에 잭 리처 역시 세계를 넘나드는 역마를 가지고 있을 것 같은데, 그렇다면 나처럼 무무병존이려나, 잠깐 생각했다, 그것은 그렇지가 않다, 하는 데 생각이 미쳤다. '무무병존'의 사주는 오행중에 '토(土)'에 해당하는데, 토는 또 이 땅에 붙어있으려고 하는 성질도 있는 거라. 안정적으로 자리잡으려는 성향도 있어. 그러므로 어딘가에 가면 다시 돌아와야 하는 거다. 그런데 잭 리처는 돌아올 어딘가가 없어 자꾸 여기저기 떠다닌다. 그러므로 일단 그에게는 '토'의 성질은 별로 없을 것 같고, 또한 '무'는 음양중에 양의 기운인데, 잭 리처는 음의 기운을 보이는 듯하다. 그간 사람을 사귀는 것도 나처럼 반드시 소통해야 되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자기 일을 묵묵히 하는 타입이었어. 그러므로 잭 리처의 일간에 있는 글자는 양이 아닌 음의 기운일 것 같은 거다. 게다가 그는 시리즈에서 자주 '약한 것을 보호하고자 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1편에서 아이들이 무사한 걸 보고 크게 안도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런 그에게는 어질고 인자한 면이 있을 터, 그는 아마도 내가 가지지 못한 '목(木)'의 기운을 가졌을 것 같다.
그런 그에게도 귀인이 있을텐데, 그 좋다는 '천월이덕'이 있는 건 아닐까 잠깐 생각했지만, 만약 천월이덕이 그에게 있다면 그가 그렇게 가는 데마다 악당을 만나 싸울 일 자체가 없을 것 같은 거다. 삶이 평탄해야 할 것 같은데 늘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그러므로 천월이덕 귀인은 없다. 대신, 그렇게 싸워도 그가 계속 무사하니, 아마도 뒤에서 그를 묵묵히 지켜주는 보이지 않는 힘, '암록'은 있지 않을까 싶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오늘 출근길에 잭 리처의 사주팔자를 궁금해하며 곰곰 생각했던 것.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아직 명리 이 책을 읽고 '합'이라든지 '극'이라든지 뭐 이런 거에 대해서까지 이해를 한 건 아니어서 이렇게 단편적으로 생각해봤는데, 만약 내가 이 한자와 저 한자가 만나 조화를 이루는 것까지 공부를 더 깊게 한다면 잭 리처에 대해서도 더 볼 수 있을 것 같다. 사주쌤들 중에는 사주팔자를 주지 않아도 얼굴로 아는 사람들도 있더라. 관상을 보고도 오행중에 어떤 게 있는지 알아차리는 것. 아무튼 열심히 공부해서 내가 잭 리처, 너를 분석해주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잭 리처는 그간 시리즈를 읽었으니 몇 번 만난터라 이렇게 파악이 가능한데, 사실 소설 한 권 읽고 캐릭터에 대해 이런식의 분석을 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 그래도 또 해봐야지. 가능하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