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남동생과 술을 마시는데 남동생이 새로운 책을 추천해달라 했다. 녀석은 추리, 미스테리 물만 읽어서 내가 이 놈 때문에 책 살 때 이쪽으로 한 두권씩 꼭 껴넣게 되는데, 며칠전에 추천한 책이 마음에 안들었는지, 그거 읽기 싫다고 다른 거 달라고 하는 거다. 그래서 '응 아직 나는 안읽었는데 미야베 미유키 책 줄게. 그림자 밟기라고. 에도시대 얘기래.' 라고 했더니, '안읽어도 다 읽은 것 같다, 다 알겠어' 하는 거다. 뭘 다 알어 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내가 뭔데? 했더니 '에도시대라며, 가문에 대한 얘기 나오겠지' 이러는 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웃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귀여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도 아직 안읽어서 잘은 모르지만, 아마도 그런 것 같아. 어딘가에서 리뷰 읽었는데 잼나겠더라고. 하는 대화를 술 마시다 하고, 다 마시고 나서 내가 자려고 내 방에 누웠더니 노크하고 들어와서는, 책 준다며, 하는 거다. 나는 응, 맞다, 불 켜봐, 하고는 책장 앞으로 갔는데, 어? 그 책이 안보이는 거다.
산지 얼마 안되어서 책장에 꽂히진 않을 것 같고, 대충 놓여있을 것 같은데, 그게 어디지....안보여...어딨을까.... 이러고 찾고 있노라니, 남동생은 '뭐냐' 막 이러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어? 회사로 시켜서 회사에 있나? 집으로 배달시키지 않았나? 하고는 마침 인증사진 찍었던 게 기억나서 스맛폰을 열어봤다. 인스타그램에 올렸던 거다. 그런데 배경이 내 방인거다. 어? 이거 내 방인데? 내 방에 있어야 되는데? 그런데 보니, 그날 샀다고 인증한 책들이 모두 보이지 않는 거다. 응? 이거 한뭉탱이가 다 어디간거지? 나는 비좁은 내 방에서 책무더기를 찾지 못하고 뭐지뭐지 어이없어 하다가,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핳, 퇴근 후에 내가 벗어 던지 원피스가 불룩 튀어나와 있는 걸 보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앗, 하고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 원피스를 들어올렸더니, 거기에 책뭉탱이가 있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며칠전에 책 사진 찍고 그냥 그자리에 그대로 둔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그 위에 옷을 던져서 안보였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인생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남동생 완전 어이없다고 빵터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는, 인간이란 무엇인가, 하고 절망하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남동생에게 책을 건네고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다시 자리에 누우면서, 주말에 방 좀 치우고 책도 정리좀 하고 그래야지, 생각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는 책을 왜 사는걸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리고 그 인증사진 보면서, 어? 이런 책을 샀어? 막 이러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 아침에는 집에서 밥 먹기가 싫어서, 아침은 뭘 먹을까 고민했다. 양재역에서 모닝 우동을 할까, 스벅에서 샌드위치와 커피를 마실까, 편의점에서 라면과 삼각김밥을 먹을까, 하다가, 양재역에 가까워지자 세번째! 로 결정했는데, 컵라면은 불닭볶음면으로 하자! 결정하게 되었고, 편의점에 들러 불닭볶음면과 삼각김밥 두 개를 골라 계산했다. 아, 삼각김밥 세상 맛있고, 불닭볶음면 또 예술로 맛있어...그렇게 흡입을 했더니, 아아, 아침에 양 너무 많았나, 배가 터질것처럼 부른 거다. 그러자 하아, 이렇게, 이런 상황에서도, 왈칵, 그리움이 몰려왔다. 그러니까 운동맨이었던 내 과거의 연인 칠봉이 생각이 너무 난거다. 연애 당시 항상 나에게 '아침 뭐 먹었어?', '점심 뭐 먹었어?' 하고는 늘 뭐 먹었는지 묻곤 했는데, 그때 대답하면서 양이 너무 많거나 고칼로리 이거나 하면 나는 내심 '오늘은 뭐 먹었냐고 묻지마...'라는 마음이 되었던 거다. 그래서 오늘 불닭볶음면과 삼각김밥 두 개를 한꺼번에 먹고 배를 두드리면서, 아아, 칠봉이가 물었다면 나는 대답했을 거고, 무슨 아침부터 그렇게 거하게 먹었냐고 나는 또 잔소리를 들었겠지....하는 생각에, 그렇다면 나는 '대답하고 싶지 않아' 라고 말하고 회피했어야 했을거야...라는 생각을 한거다.
"아침 뭐 먹었어?"
"대답하고 싶지 않아."
이런 거 머릿속에서 그리고 있었던 거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대답하고 싶지 않아, 우리... 다른 얘기할까? 급 화제전환하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제는 이래저래 딥빡 개빡의 날이었다. 그래서 남동생과 술을 마셨는데, 맛있는 술과 안주를 두고도 내 기분은 딱히 나아지질 않았다. 그런데 오늘 아침 출근길 지하철에서 읽은 책이, 좋아서, 문장에, 내 마음이 조금 풀어지더라.
나의 국내 페이버릿 이승우 작가의 책인데, 전작들에 비해 내용이 다소 가벼운 느낌이 있지만, 내가 좋아하는 그 문장만큼은 여전했는데, 내가 오늘 지하철안에서 읽고 마음이 진정된 건 이런 부분이었다.
사랑한다고 말하는 순간, 그 말은 그 말을 듣는 사람만 아니라 그 말을 하는 사람도 겨냥한다. 더욱 겨냥한다. 그 말을 하는 사람은 자기가 하는 말을 듣기도 하기 때문이다. 듣는 사람은 듣기만 하는 사람이지만 하는 사람은 하면서 듣기도 하는 사람이다. 듣는 사람은 잘못 들을 수도 있지만 하는 사람, 하면서 듣는 사람은 잘못 들을 수도 없는 사람이다. 그래서 사랑한다고 말한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이 된다. 되지 않을 수 없다. 사랑한다는 말을 하기는 어렵지만 사랑한다는 말을 해놓고 사랑하지 않기는 더욱 어렵다.
그런데 이런 현상이 생기는 것은, 질문해 보자, 단지 그 말을 했기 때문일까. 말의 힘, 즉 주술일 뿐일까. 그것뿐일까. 주술사는 누구, 혹은 무엇을 향해 주술을 건다. 주술에 힘이 있다는 것은, 주술사가 겨냥한 그 누구, 혹은 무엇에 주술사가 의도한 어떤 현상이 결과로 나타나는 것에 대해 하는 말이다. 그런데 주술사가 건 주술이 누구이거나 무엇이 아니라 주술사 자신에게 나타난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 경우에는, 이 주술이 말하는 사람의 외부, 그러니까 누구이거나 무엇을 향하지 않고 자기를 향한다. '나는 너를 사랑한다.' 이것이 주술의 내용이다. 자기 자신에게 주술을 걸고 있는 형국이다. 말하는 나와 듣는 너가 동일인이므로 이 말을 할 대 그는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사람이면서 동시에 사랑한다는 고백을 듣는 사람이다. 주술이 이 사람을 피할 리 없다. (p.131-132)
사랑한다고 입밖으로 꺼내놓고 더 그 사랑의 감정이 진해져 당혹스러웠던 경험은 내게도 있다. 일단 입밖으로 나온 감정은, 그 감정에 무게가 더해진다고 해야하나. 사랑이 '더한' 사랑이 되어버리는 거다. 오늘 가만히, 이승우의 문장이 출근길의 나를 위로해서 나 많이 먹게 만들었다. (응?)
강요당하지 않고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그러니까 모든 사랑의 고백은 강요된 것이지만, 거꾸로 사랑한다는 고백에 의해 사랑이 이끌려 나오는 일도 일어난다. 없는 사랑이 갑자기 생겨난다는 뜻은 아니다. 그럴 수도 있겠지만 흔하지는 않다.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이끌어내진다. 수면 아래 깊이 잠겨 있거나 뒷방 구석의 어둠에 단단히 숨어 있던 것을 이끌어낸다는 뜻이다. 사랑하지 않으면서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은 어렵지만, 사랑한다고 말해놓고 사랑하지 않기는 더욱 어렵다는 말을 어떤 소설가는 자기 소설집 작가의 말에 쓴 적이 있다. 그런 뜻이다. 그 작가가 그 짧은 글에서 염두에 둔 대상은 독자였지만, 이것이 작가와 독자 사이에만 적용되는 원리일 리 없다. 기본적으로 이 문장은 말의 주술에 대한 것으로 읽힌다. 말이 가진 힘에 대한 말. (p.129-130)
사랑하지 않으면서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은 어렵지만,
사랑한다고 말해놓고 사랑하지 않기는 더욱 어렵다.
사랑한다고 말해놓고 사랑하지 않기는 더욱 어렵다.
이 책을 다 읽고나면 편지형식의 리뷰를 쓰고 싶다, 고 생각하고 있는데, 정말 내가 쓰게될지는 아직 나조차도 알 수가 없다.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
어쩌다보니 전작해버린 시인 박연준의 새 시집이 나왔다. 그래서일지 내게는 좀 특별한 시인이란 느낌이 있다. 박준의 산문집도 새로 나왔다는데, 이 두권을 조용히 사는 순간, 마음은 지금보다 조금 더 나아져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시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잘 읽지도 못하고 잘 이해도 못하면서, 그런데도 왜, 이 시집을 읽으면 나 좀 괜찮아질거야, 하는 생각이 드는건지 통 모르겠다.
내일 아침부터는 거하게 먹지 말아야지, 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