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는 친구와 함께 제주도에 있었다. 뉴스를 볼 때면 외로워져서 누군가와 함께 살고싶다고 생각하는 나는, 이번주 [그것이 알고싶다]를 친구와 함께 볼 수 있어서 정말 좋다는 생각을 했다. 친구와 함께 나가서 흑돼지로 저녁을 먹고, 와인과 문어튀김 안주를 차려놓고 텔레비젼 앞에 앉아 그것이 알고싶다를 시청했다. 보면서 우리는 우울했고 무서웠고 끔찍해했다. 좋았던 분위기가 가라앉았고, 그런데 이런 걸 볼 때 옆에 친구가 있어서 정말 좋다는 생각을 했다. 술과 안주를 거의 입에 대지 않은채 우울하게 앉아있는데, 친구가 리모콘을 들고 채널을 돌렸다. 우리는 그렇게 영화 [노팅힐]을 봤고, [나 혼자 산다]를 보았다. 노팅힐 얘기는 잠시 후에 하고, 일단 [나 혼자 산다] 얘기를 해보자.
나는 평소에 이 프로그램을 보지 않는데, 그건 내가 텔레비젼을 보지 않는 삶을 살기 때문이다. 볼 시간이 없어, 나는..어쨌든 이번에도 친구가 채널을 돌리다가 평소같으면 그냥 넘겼을것을, 무려, '다니엘 헤니'가 나온다고 해서 보자보자, 하고 보게된거다. 다니엘 헤니라고 하면 [내 이름은 김삼순]을 보고 엄청 잘생겼다고 생각한 적이 있고, [미스터 로빈 꼬시기]를 보면서도 잘생겼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 배우였다. 그저 '잘생긴' 배우인줄로만 알았는데, 엊그제 본 다니엘 헤니는 그간 나이 들어서 성숙해진 모습으로 나타났다. 얼굴에 그냥 잘생김 뿐만이 아니라, 성숙미까지 같이 갖추고 있달까. 그래서 내가 봤던 몇 년전보다 훨씬, 훠어어얼씬 근사해진 거다.
화면상에 드러나는 그는 진짜 젠틀하고 잘 웃고 멋있었다. 미국 드라마 출연당시 계약서에 늘 그 몸의 사이즈를 유지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어서 다이어트에 신경쓰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마트에 장을 가서도 고칼로리 음식이 아닌 과일을 사더라. 15년 된 개와 함께 살고 있는데, 자신의 일과를 마치고 밤에 돌아와서는 피곤할텐데도, 개를 데리고 산책을 나갔다. 아무 옷이나 걸쳐도 멋있었고, 무얼 해도 멋있더라. 사람들이 말하는 '일상이 화보'라고 하는 게 무슨 말인지 너무 잘 알겠달까.
그가 주연으로 출연중인 드라마에서는 그에게 트레일러를 제공해줬는데(이건 다 제공해준단다), 마지막 시즌 촬영을 앞두고 같이 출연하는 여자배우가 그의 트레일러에 놀러왔다. 선물과 카드를 주고, 같이 엔지방송을 신청하며 이야기나누고 웃는데, 와, 그 여자도 엄청 사랑스럽더라. 다니엘 헤니에 대한 호감을 가진 게 너무 드러나고, 그래서 되게 밀착해서 대화를 시도하는 거다. 다니엘 헤니도 그녀의 거리감에 대해 언급했다. 그녀는 되게 특이하다, 보통 사람들은 사람들 사이에 이만큼의 거리감이 있다면, 그녀의 거리감은 이만큼이다, 하며 손과 손으로 좁은 폭을 만들어낸거다. 와, 저 여자 되게 밝고 사랑스럽다! 고 감탄하고 있는데, 그와 그녀는 그 사이에 세번쯤 포옹을 했다. 다니엘 헤니는 군살없는 몸의 사이즈를 유지하고 있고, 키가 188센치나 되어서, 그와 그녀가 포옹하는 장면에서 진짜 갑자기 너무 흥분이 되면서 나도 꼭 다니엘 헤니를 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안기보다는 아마도 안기는 게 될텐데, 나는 늘상 단단한 남자의 몸에 대한 판타지가 있으니, 저 품에 안기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마냥 상상의 나래를 뻗어가게 되는 거다. 게다가 그는 키도 크니 팔도 길 터. 나를 폭- 안지 않을까. 안기면 겁나 단단하겠지. 아 미치겠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하게 되었는데, 그러자 바로 그런 생각이 드는 거다. 내가 저렇게 그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몸을 보고 판타지를 가지며 그에게 안기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그 역시 마찬가지가 아닐까. 그 역시 노력해서 만들어진 여성(혹은 남성일 수도 있겠지만)의 날씬한 몸, 모델같은 몸을 보고 안고 싶다고 생각하고 매력을 느끼지 않을까. 그렇다면, 다이어트를 해서 내가 그런 몸이 되어야 하나, 그래야 저런 몸을 가진 남자에게 '나랑 포옹하자' 라고 말할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드는 거다.
흐음.
싫은데?
저 사람과 안기 위해서 내가 내 몸을 다르게 만들고 싶진 않은데? 그런 생각이 들자 두 가지의 생각이 싸우기 시작했다. 근사한 남자를 보고 안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나 역시 근사해져야 하지 않아? 아니, 근사하다는 게 왜 꼭 몸매여야 해, 다른 것일 수도 있잖아? 그렇지만 니가 지금 저 남자 근사하다고 생각한 거, 몸 보고 그런거잖아? 그렇지만 안기기 위해서 몸을 만들어야 한다니, 좀 어처구니 없지 않아? 그렇지. 그런데 사람이 처음 상대를 매력적으로 생각하려면 사실 외모가 중요하잖아? 물론 그래,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사람의 매력을 느끼게 되는 건 외모가 아니었잖아? 그렇다면 나는, 내 외모를 보고 끌려서 너랑 안고 싶다, 하는 사람을 안아줄것인가? 아니, 그런 사람하고 안고 싶지 않아. 그렇다면 너는 어떻게 살고 싶은거야? 음, 안기기 위해 몸을 만들지는 않겠다는 거야. 그런데 그런 몸이 아니라면 그가 안아주지 않을텐데? 그럼 안지 않으면 되지. 안고싶다며? 응, 그렇지만 나를 다르게 만들어서까지 그러고 싶진 않아. 그래서 결론은? 굳이 먹는 즐거움을 포기해서 그에게 안기느니, 안지 않고 즐겁게 살래. 음... 괜찮겠어? 어. 남자 안지 않아도 사는 데 아무 지장 없어. 안고 살면 좋긴 하겠지만... 안고 살기 위해서 먹는 걸 포기해야 한다면, 그냥 먹는 걸 택할래. 먹는 즐거움 만세!
이런 생각을 하게된 것이었다. 아, 그래도 다니엘 헤니는 진짜 멋져.. ♡.♡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어, 음, 강력한 다이어트 말고 뭐랄까, 먹는 건 좀 신경쓸까? 생각해보자..
오, 그리고 영화 《노팅힐》!!!!!!!!!!!!!!!!!! 내가 이걸 언제 봤었지, 아주 오래전에 보고는 딱히 기억나지 않는 영화였는데, 얼마전에 친구가 이 영화 좋다고 얘기한 적이 있었더랬다. 그 말을 들으면서 나는 오래전에 봤지만 그냥 그랬는데, 라고 생각했는데, 아아, 이번에 다시 본 노팅힐은 진짜 최고였다. 친구랑 중간부터 보기 시작했는데 완전 흥분해가지고, 다 보고나서 친구에게 '노팅힐 가자, 꼭 가자'고 이백번 얘기하고, 아아 주옥같은 대사가 너무 많이 나와, 하고서는 바로 굳다운로더로 다운 받았다. 그리고 어제, 집에 돌아와서 처음부터 다시 보기 시작했다.
여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 스타고 남자는 여행책 전문 서점의 주인이다. 남자의 서점은 늘상 적자이고, 그가 평생 사랑한다고 생각했던 여자 두 명은 자신을 떠났다. 그런 남자는 친구들에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할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고 말한다. 오! 나야말로 늘상 그런 생각을 해온터였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할 확률은 정말이지 제로에 가깝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한다는 것은 기적과 같다고! 그런데 이 영화속에서 남자가 그런 말을 하는 거다. 와우-
여자는 영화 촬영차 노팅힐에 왔다가 남자의 서점에 들르게 되고, 거기에서 책을 구입하게 된다. 그렇게 잠깐 안면을 텄는데, 길에서 만나 남자가 여자에게 오렌지쥬스를 실수로 쏟는 바람에 그 인연이 잠깐동안 더 이어지게 되고, 사흘 후에 그들은 남자의 여동생 생일파티에 함께 참석하게 된다. 남자의 주변인들은 하나같이 성공과 거리가 먼 사람들인데, 파티의 마지막, 브라우니 한 조각을 남겨두고 '가장 불쌍한 사람'이 이 브라우니를 먹자며 불행을 경쟁한다. 한 명은 일에서 실적을 못내고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알지도 못하겠다고 한다. 다른 한 명은 사고로 불구가 되어 휠체어에 앉아 살아야 하는데 아이까지 갖지 못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자 남자는 이혼하고 서점은 적자고..등의 얘기를 하며 불행을 경쟁하는데, 그때 이 대스타인 여자가 얘길한다.
나는 이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 먹는 걸 신경써야 했고, 지금 십 년째 굶주리고 있어요.
아....아...... 날씬한 몸을 유지한다는 것은 이토록 고통스러운 것이야. 십 년째 굶주리다니. 음식이 없는 것도, 돈이 없는 것도 아닌데, 굶주려야 하다니... 그것이 그녀에게 명성과 부유함을 가져다주었겠지만, 오, 굶주려야 하다니.. 음... 그 장면을 보면서 나는 새삼 '다이어트를 하지말자'고 생각했다. 굶주린 채로 이 신나는 세상을 잿빛으로 살고 싶지 않아.... -0-
이 영화에는 좋은 장면이 진짜 백만스물두개쯤 나오는데, 되게 인상깊었던 장면은, 둘이 한 공간에서 함께 하루종일 머무는 거였다. 여자는 가난한 시절에 누드사진을 찍었던 게 세상에 알려져서 절망하다가 남자의 집을 찾는다. 이때 남자는 '차를 줄까요, 목욕할래요?' 묻고는 그녀를 달래준다. 그 후에 같이 거실에 있으면서 이야기도 나누도 빵도 먹고 하지만, 저녁 무렵에는 남자는 신문을 보고 여자는 자신의 대본을 보면서 각자의 시간을, 함께 거실에서 가진다. 그러는 사이사이, 상대가 거기 있다는 걸 의식하고 있으므로 살짝살짝 곁눈질을 하기도 하고. 대화를 함께 나누는 사이도 정말 완벽하지만, 침묵까지 함께 나눌 수 있다면 정말 더할나위가 없는데, 이들은 그걸 하는 거다. 각자 또 너무 편해 보여서, 남자는 테이블에 발을 올리고 있었는데 여자는 조용히 가만 있다가 그에게 '발이 크네요' 한다.
발이 크네요.
네.
발이 크면 뭔지 알죠?
뭔데요?
big feet.............large shoes.
이런 실없는 농담을 하고 둘이 깔깔대고 웃는데, 와, 진짜 너무 좋은 거다. 멋져! 짱이야!
그러나 이러저러한 오해로 인해 그 둘은 다시 헤어지게 되고, 그가 이별을 극복하며 시간이 흐르는 걸 다 보낸 후에, 여자는 남자를 다시 찾아와, '당신이 나를 다시 좋아해줄 수 있을지'를 묻는다. 남자는 그녀에게 거절을 말하고는 친구들에게 '내가 그녀를 거절했다'고 말한다. 그녀에 대한 그리움으로 내내 힘든 시간을 보냈다는 걸 친구들은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래 잘했어' 라고 다들 얘기하지만, 사실 표정으로는 그가 잘못했다는 것을 드러낸다. 이미 내린 결정이니 어쩔 수 없이 '잘했다'고 했을 뿐. 그때 친구 한 명이 그에게 이런 얘길 한다.
그녀는 좋은 사람인 것 같아. 너에게 사귀자고 한 걸 보면 그 사람이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알 수 있잖아.
와- 이 영화를 통틀어서 정말이지 가장 좋은 대사였던 것 같다. 너에게 사귀자고 하다니, 그 사람 정말 제대론데! 하는 느낌. 그건, 친구들도 그가 얼마나 괜찮은지를 이미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는 거니까. 가장 친한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으로 느껴지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은 정말 좋은 사람이 아닌가. 게다가 다른 누군가가 이 좋은 사람이 얼마나 좋은지를 알아봤다니, 그 사람 역시 좋은 사람이 아닌가! 진짜 멋진 상황이 아닌가 말이다. 남자는 그녀를 다시 찾기로 결심하고 이에 친구들 모두 다같이 애써준다. 너무 거대하게 빛나는 사람이라서 도무지 자신의 사람이 될 수 없을거라고 했던 여자는, 그렇게 남자와 결혼을 하고 일상을 공유한다. 남자의 무릎을 베고 눕기도 하지만, 여자의 공적인 자리에 남자가 함께 나가기도 한다. 서로 사랑한다고 생각해서 함께 산다해도 그 사랑과 관계가 오래 유지되는 건 퍽 힘든 일인데, 이 남자와 여자라면 잘해나갈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대화와 침묵을 공유할 수 있는 사이니까. 한 공간에 있으면서 대화와 침묵을 공유하는 게 자연스럽다면, 사실, 더 필요한 게 무얼까. 진짜 좋지 않은가. 이 영화는 진짜 짱이다!!
게다가 대스타인 여자를 제외하고는, 어수룩한 사람들만이 수두룩하게 나온다. 식당을 차렸지만 일 년만에 문닫는 친구, 직장에서 짤린 친구, 주급을 가장 적게 받는 친구, 옷차림이 괴상한 친구, 늘상 요리를 망치는 친구, 사고로 다리를 잃은 친구, 자위나 해대는 웨일스 친구 그리고 늘상 적자를 내는 서점 주인. 모두 화려한 것과는 거리가 먼, 다양한 사람들이 나오는데, 인생의 어느 한부분에서 실패했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또 서로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그것을 흉보거나 하는 게 아니라 기쁨의 순간들을 늘상 공유하고 서로에게 너무나 다정하다. 그들이 함께 모여 밥을 먹고 와인을 마시는 장면을 보면서 나는 같이 보는 친구에게 '나도 저렇게 살고 싶어!' 하고 친구의 어깨에 기댔다. 진짜 퍼펙트한 장면이었다. 우리 모두는 이 큰 세상에서 봤을 때 어딘가가 부족한, 세상에 널리고 널린 그런 사람이지만, 우리끼리 있을 때는 서로에게 다정한 좋은 사람들, 서로에게 힘이 되는 사람들이라니. 진짜 좋지 않은가!
다시 글의 처음으로 돌아가면, 나는 혼자서 밥도 잘 먹고 술도 잘 마시고 영화도 잘 보고 여행도 잘 다니고, 정말이지 혼자 못하는 게 없고 혼자인 게 더 자유롭다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왜 뉴스를 보는 건 혼자서가 힘들고 외로운지 모르겠다. 뉴스를 볼 때마다 동거하고 싶다, 결혼하고 싶다,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그것이 동거나 결혼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는건, 뉴스가 하루종일 하지 않기 때문이고, 설사 한다해도 내가 하루종일 보지 않기 때문이다. 뉴스 혼자 보는 거 너무 외롭고 힘들어... 혼자서 스테이크는 먹으러 가지만 혼자서 뉴스는 못보는 나는... 뭘까. 어딘가에서 뭐가 틀어진걸까? 왜 이쪽으로 약할까? 어쨌든 그래서 요즘엔 그냥 뉴스 잘 안보는데, 그런 참에 대화와 침묵을 함께 나누는 노팅힐 속의 남자와 여자를 보니, 마음이 참으로 거시기 해지는 것이다. 오오, 저들은 같이 뉴스를 볼 수도 있겠네???
그리고 오늘 출근길에 펴든 책에서는, 오, 이런 구절이 나온다.
좋아요. 음, 이제 말할게요.
듣고 있어요. 루이스가 말했다.
가끔 나하고 자러 우리 집에 올 생각이 있는지 궁금해요.
뭐라고요? 무슨 뜻인지?
우리 둘 다 혼자잖아요. 혼자 된 지도 너무 오래됐어요. 벌써 몇 년째예요. 난 외로워요. 당신도 그러지 않을까 싶고요. 그래서 밤에 나를 찾아와 함게 자줄 수 있을까 하는 거죠. 이야기도 하고요.
그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호기심과 경계심이 섞인 눈빛이었다.
아무 말이 없군요. 내가 말문을 막아버린 건가요? 그녀가 말했다.
그런 것 같네요.
섹스 이야기가 아니에요.
그렇잖아도 궁금했어요.
아니, 섹스는 아니에요. 그런 생각은 아니고요. 나야 성욕을 잃은 지도 한참일 텐데요. 밤을 견뎌내는 걸, 누군가와 함께 따뜻한 침대에 누워 있는 걸 말하는 거예요. 나란히 누워 밤을 보내는 걸요. 밤이 가장 힘들잖아요. 그렇죠?
그래요. 같은 생각이에요.
잠을 좀 자보려고 수면제를 먹거나 늦게까지 책을 읽는데 그러면 다음날 하루 종일 몸이 천근이에요. 나 자신에게는 물론이고 다른 사람에게도 아무 쓸모없게 돼버리는 거죠.
나도 경험해봐서 알아요.
그런데 침대에 누군가가 함께 있어준다면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아요. 좋은 사람이, 가까이 있다는 것. 밤중에, 어둠 속에서, 대화를 나누는 것. 그녀가 말을 멈추고 기다렸다. 어떻게 생각해요? (p.9-10)
루이스에게 나랑 자러 우리집에 오지 않겠냐고 말하는 애디는 일흔살이다. 여기서 사실 나이는 중요한 게 아니다. 어떻게든, 언젠가는, 누구라도, 외로운 순간이 찾아오는 법이고 때로는 그 시간이 몹시 길게 지속되기도 한다. 그럴 때, 좋은 사람이, 가까이 있다는 것, 밤중에, 어둠 속에서,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위로가 될까. 뚜벅뚜벅 루이스네 집에 찾아가 저런 제안을 하는 애디라니. 아, 이들의 이야기는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까?
어느 순간이 오면 나 역시 누군가에게 그런 제안을 하게 되지 않을까?
침대에 누군가가 함께 있어준다면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아요.
좋은 사람이,
가까이 있다는 것.
밤중에,
어둠 속에서,
대화를 나누는 것.
어떻게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