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앨범은 시디로는 구입할 수 없는가보다. 검색이 안되네. 나는 음원을 사서 듣고 있는데, 오늘 아침 이 앨범에 실린 곡 중에 <아무렇게나 질끈 묶은 머리칼>이 생각나서 들으며 출근했다. 그러다 갑자기 빵터졌는데, 그건 가사 때문이었다.
너는 별것도 아닌 일에
귓볼까지 붉어지게
마음 약한 너무 착한 남자
좀 재미없다 생각했지
한때 왜 날 사랑하는지
보채며 네게 물어봐도
대답 못 해 정말 단 한 번도
난 늘 못내 그게 서운했어
아무렇게나 질끈 묶은 머리칼
화장기 없는 맨 얼굴이
싫은 건 아닌 건지
너의 곁에 어울리는 사람
정말 내가 맞는지
난 끝도 없이 확인하려 하지만
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우린 또 싸우게 돼
항상 나만 바라본 것 같아
넌 나를 보지 않는데
헤어지고 나서도
오래 아플 만큼 아파한 뒤에
이제 정말 잊어보려는데
밤 늦게 걸려온 네 전화
아무렇게나 질끈 묶은 머리칼
꽃줄기보다 붉게 웃던
조그만 입술까지
항상 나를 네 오른쪽에서
걷게 하고 싶었다며
처음 느껴본 마음이 너무 많아서
어떻게 표현할지 몰라
망설인 순간들을
지금까지 후회하고 있어
네 떨리는 목소리
내 떨리는 목소리
이제 와 아무 소용없는 말들을
힘없이 겨우 털어놓던
마지막 네 고백이
지금까지 내 가슴에 맺혀
난 누구도 사랑 못 해
난 누구도 사랑 못 해
요즘 급친해진 남자사람은 굉장히 조용하고 예의바르며 수줍음이 많은 사람이다. 한 번은 내가 무섭다(!!)는 발언도 했는데, 이 노래를 듣는데 갑자기 그 남자사람 생각이 나는 거다. 그러니까, '너는 별것도 아닌 일에 귓볼까지 붉어지게' 라는 가사에서 그랬다. 아하하하하. '마음 약한 너무 착한' 남자에서도 싱크로율이 백프로... 아아, 나는 왜 마음 약하고 착한 남자에게 무서운 여자인가....
나쁜놈들한테도 무서운여자여야 되는데.....
근데 이 가사에는 영원히 풀지못할 미스테리가 있다. '항상 나를 네 오른쪽에서 걷게 하고 싶었다며'가 그것인데, 왜 항상 여자를 오른쪽에서 걷게 하려고 한걸까? 혹시 지나다니는 차 때문이라면, 차는 오른쪽에서 걸으나 왼쪽에서 걸으나 튀어나오기 십상인데... '오른쪽'이라는 것이 무언가를 상징하는걸까? '넌 내 오른팔이야' 뭐 이런 거? 그렇지만 왼손 잡이도 있잖아? '물론 왼손잡이도 있지만 나는 오른손잡이고 그러므로 너는 내 오른팔이다' 이런 의미인가? 아니면 그냥 강박인가? 왜, 침대에 누울 때도 애인이 항상 오른쪽에 있어야 내가 잠이 잘온다, 라는 뭐 그런거 있는 사람들처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반드시 내 오른쪽에서 걸어야 한다...같은 강박인가??? 아..이해할 수 없다.....
요즘엔 이 앨범에 실린 <배워>를 자주 듣고 따라부른다. 처음 이 앨범의 이 노래를 들었을 때는 별 감흥이 없었는데, 콘서트에 가서 이 노래를 들으니 완전 좋은 거다. 너에게 배웠지 다아아~~ 사랑에 대한 것~~~ 하고 심규선이 열창하는데, 뭔가,
아아, 나도 그래, 나도 너에게 배웠지, 다아아~~ 하는 마음이 되었달까. 그러더니 요즘 생각나서 흥얼거리게 된거다. 그래서 듣는데, 듣다가 갑자기 팍- 하고 울음이 터지면 나는 소리내서 엉엉 울기도 하는 것이다. 크- 이래서 혼자서 술을 마셔야해. 언제 어디서 찌질해질지 몰라...
미워진 내 얼굴 어느 순간부터
보기 싫어
난 점점 거울을 피하게 됐지
쫓기듯 살아도 기억 속 한 곳에
널 찾아내는
난 점점 자신을 미워하게 돼
너에게 배웠지 다
사랑에 대한 건
난 아이처럼 아무 것도 모르고
네게 다 주었네 내 전부를
넌 내가 얼마만큼 강하고
또 얼마만큼 견뎌낼 수 있는지
알게 하는 거니
네가 떠나고 나는 매일 배워
그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아도
점점 무뎌지는 법 더 굳어가는 날
내 전부로
넌 나를 강해지게 만들려 했어
언젠가 떠날 것을 예고하듯
널 너무 닮아버린 걸 알게 됐어
날 버린 널 이제 나는 거울 속에서 봐
네가 가르쳐줬지 다 이별에 대한 건
난 아이처럼 아무 의심도 없이
네게 다 걸었네 내 전부를
전부를
넌 내가 얼마만큼 강하고
또 얼마만큼 견뎌낼 수 있는지
알게 하는 거니
네가 떠나고 나는 매일 배워 그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아도
점점 무뎌지는
아무 뜻도 없는 그런 사랑 노래
의미 없는 이별 노래 속에서도
너를 떠올리고 마는 내가
정말 미칠 것 같은 미쳐버릴 것 같은 건
너를 이제와 내가 이해하게 된다는 거야
넌 내가 얼마만큼 약하고
또 얼마만큼 무너질 수 있는지
알게 하는 거니
넌 내가 얼마만큼 강하고
또 얼마만큼 견뎌낼 수 있는지
알게 하는 거니
네가 떠나고 나는 매일 배워
그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아도
기다리는 이유를 널 기다리는 날
내 전부로
전부로
어제는 크레마 사운드를 구입한 친구와 함께 낙지볶음을 안주 삼아 술을 마셨다. 친구는 얼마나 가벼운지 모른다며 내게 보여주었는데, 아아, 좋다, 가볍다, 편하다, 눈도 안피곤해!! 스맛폰이나 아이패드와는 확실히 눈의 피로도가 다르다. 게다가 양쪽 옆에 버튼이 있어서 페이지 넘기는 것도 너무 수월한 게 아닌가!!
그러자 갑자기 사고 싶다는 충동이 찾아들었다. 마음 죽이고 있었는데 다시 찾아왔어...살까말까살까말까...... 겁나 망설이다가, 집에 사두고 안읽은 종이책들이 얼마나 많은지 떠올라 아아, 나를 다스리자, 하고는 가까스로 참고 있다. 그렇지만..이것은 너무나 가벼운 것. 여행 다닐 때 들고 다니면 진짜 편할 것 같은 거다. 그래서 내심 계획한 것이, 내년 생일 때까지 사둔 종이책들은 좀 읽고....내년 생일에 생일 선물로 크레마를 사자(혹은 받자)!! 인 것이다. 그렇다면 10개월이 남은 셈인데, 10개월동안 나는 사둔 책들 중에서 몇 권이나 읽을 수 있을까?
아, 나 어젯밤에 자기전에 [나나]주문했지...또 뭐 다른 거 한 권 주문했는데 뭐더라.... 어쨌든 이렇게 계속 주문을 하면 안되는건데....
이쯤에서 잠깐, <최근 3개월간 순수구매금액 : 284,200원> 이로구나. 10만원대로 줄여봐야지.
네 살 조카가 이제 혼자 짜장면을 먹을 수 있단다. 혼자 짜장면을 먹는다면 다 큰 거 아니냐고 여동생이 사진을 보내왔다. 지난 주말에 대전에 다녀오면서 튀김소보루 빵을 사왔는데, 칠 살 조카가 우유도 달라해서 그걸 한 입 가득 넣고 먹는 걸 보고는 또 내 마음이 흡족흡족해서 옆에 찰싹 들러붙어 앉아있었더랬다. (천천히 꼭꼭 씹어먹어, 응?) 그런데 네 살 조카가 짜장면 먹는 사진을 보는데도 마음이 흡족흡족하다. 사랑하는 존재가 먹는 걸 보는 건 진짜 행복인듯. 평생 이 아이의 짜장면을 내가 책임지고 싶어....
점심엔 짜장면 먹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