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토요일은, 내게 매우 특별한 날이었다. 살면서 특별한 날 혹은 특별한 순간이 몇 번이나 오게될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 특별한 날들 중에서도 더 특별한 날이었다. 내게 어제가 얼마나 특별했는지 아는 친구 R은 금요일에 회사로 와인과 치즈가 담긴 꽃바구니를 보냈다.
센스 있는 친구 덕에 나까지 더불에 센스있는 여자가 된 날이었다. 두근두근거리는 마음 때문에 미처 와인과 치즈의 사진을 찍어두지 못했지만, 바구니속의 화분을 들어내어 창가에 놓아두었다. 보기에 좋았고 마음도 좋았다.
오늘 낮에는 특별한 순간을 함께한 사람이 화분에 물을 주었다. 화분을 그늘에 두는 게 더 오래간대요, 란 말에 화분을 그늘진 데로 옮기면서 그 김에 물을 준 것.
어떤것들은 자신의 자리를 아는 것 같다. 특별한 사람이 화분에 물을 주고자 양 손으로 화분을 들고 서있는 그 잠깐동안, 꽃은 제자리를 찾은 것 같았다. 꽃이 예쁘고 꽃에 물을 주는 손이 예뻤다. 하나하나, 마음에 새기고 기억해야지.
좋을 줄 알았지만 그보다 더 좋다는 말을 수십번 말하고 들었던 시간들이었다.
피곤해서 일찍 자려고 누웠다가 이 좋은 마음이 쉬이 잠들게 두질 않아 기록해두어야지, 마음먹었다. 굳이 부러 기록하지 않아도 다 기억나겠지만.
'항상 원하던 일이 내게 일어나는 거야. 그건 루크레시아와 한 호텔에 있는 거고 그녀가 한 시간 후에도 떠나가지 않는 거야. 내일 아침 눈을 뜨면 그녀는 나와 함께 있을 거야. 우리는 리스본에 가는 거야.' (p.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