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 프롬' 에게는 몸이 아픈 아내 '지나' 가 있다. 지나는 자신이 전보다 더 아파졌다며 새로운 의사를 찾아다니고, 그렇기에 집안일을 '전혀' 해서는 안되기 때문에 하녀를 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침울하고 불만에 가득찬 아내, 집안의 따뜻한 온기 따위는 관심이 없는 아내. 이선은 그런 아내 때문에 숨이 막히고 삶이 족쇄같이 느껴진다. 그런 그들 부부에게 아내의 먼 친척 '매티'가 찾아온다. 젊고 발랄한 그녀는 집안일에 서툰 대신 따뜻하고 감성적이다. 이선은 그녀에게 점점 끌리게 되고, 아내는 매티를 꼴도 보기가 싫어 내쫓으려고 한다. 이선은 그런 아내가 더 싫어지고, 그래서 아내를 떠날 결심을 한다.

 

 

이럴 수는 없다는 생각이 어지럽게 머릿속을 맴돌았다. 삶의 희망을 이렇게 쉽게 상실하기에는 그는 너무 젊고, 강하고, 삶의 활력으로 넘쳤다. 그처럼 한이 많고 불만투성이인 여자 옆에서 평생을 낭비해야 할 것인가? 그에게도 한때는 여러 가지 포부가 있었지만 지나의 옹졸함과 무지 때문에 하나하나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얻은 게 무엇인가? 그녀는 결혼 때보다 백 배나 더 차갑고 불만이 많았다. 그녀에게 남은 낙이라곤 딱 하나, 그를 괴롭히는 것이었다. 그는 그런 쓸데없는 희생에 맞서 싸워야 한다는 건강한 본능이 솟아오름을 느꼈다 ‥‥‥.(p.111)

 

 

 

 

 

 

 

 

 

 

 

 

 

 

 

 

 

 

그는 아내로부터 쫓겨난 매티와 함께 도망갈 생각을 한다. 매티를 이대로 보낼 수 없다. 자연을 소재삼아 함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매티를, 자신의 앞에서면 볼이 발개지는 수줍은 처녀를, 다정한 저녁식사를 위해 아내가 아끼는 그릇을 몰래 꺼내어 놓는 그녀를, 그는 보낼 수가 없다. 매티도 그를 떠날 수 없긴 마찬가지. 그의 옆에 머물고 싶다. 그가 아니면 아무도 그녀에게 다정하게 대해주질 않는다. 그는 그녀와 함께 도망치고 싶지만, 전재산을 아내에게 넘기고 도망치고 싶지만, 그 전재산이란 것이 언제 현금화 될지도 모르고 설사 현금화된다 한들 적은양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에겐 현금이 전혀 없다. 매티를 데리고 어딘가로 떠나고 싶어도 그에겐 그 차비조차 없다. 그래서 둘은,

 

동반자살하기로 결심한다. 그렇게해야만 함께 있을 수 있다면, 서로와 함께 하는게 아니라면 의미없다 여겨진다면, 그것 말고는 그들에게는 방법이 없는 것. 그래서 둘은, 나란히 썰매에 타고 저기 저 앞에 보이는 나무에 자신들이 탄 썰매를 박기로 한다. 그렇게 자살을 결심한다.

 

 

그리고 맞이하게 된 이들의 결말은, 아마도 결말이라고 쓰여지게 될 모든 것들 중 가장 슬픈 결말이 될 것 같다. 삶은 내 계획대로 진행되는 게 결코 아니고, 사람의 삶과 죽음은 결심대로 되는것도 아니기 때문에. 그래서 더 슬픈 결말을 그들은 맞이하고 만다.

 

 

가난한 자에게는 사랑도 사치이고 돌아오는 건 지독한 일상의 무한반복이다. 그보다 더 비극적인건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는 것. 내가 사랑했던 사람이 끔찍하게 여겨질 사람으로 변한다는 건, 아, 정말이지 슬프지 않은가. 사랑이 끔찍해지는 순간마다 또다른 새로운 사랑을 찾는것은 그다지 좋은 방법이 되질 못한다. 그 사랑도 결국은 변질될 것이기에. 이디스 워튼은, 이야기를 비극적으로 풀어나갔다. 책장을 덮고나면 후- 하고 한숨을 내쉬도록. 이선에게 건배를.

 

 

 

 

 

 

지난주 일요일이었나, 소파에 누워 개그콘서트를 보고 있는데, 우엇, 갑자기 다니엘 헤니가 나오는거다. 나는 벌떡 일어나 어머 웬일이야 웬일이야 했는데, 남동생은 곧 다니엘 헤니 나오는 영화가 개봉할거라 저런것 같다고 했다. 어머 그래? 최근에 증권회사 광고에서 너무 멋있어서 이욜~ 하고 다니엘 헤니 같은 남자를 만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오호라, 영화를 찍었단 말이야? 마침 친구랑 영화를 보러 가기로 약속한터라, [엘리시움] 대신 [스파이]를 보자고 말했다.

 

그렇지만..............다니엘 헤니는 영화속에서 내 생각보다 별로였다. 무엇보다 앞머리를 내린건...초큼 찐따 같았어;; 그다지 멋있지 않았달까. 영화는 나름 괜찮게 보긴 했는데 다니엘 헤니에 대한 환상은 무너졌다. 역시 액션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재이슨 스태덤 정도는 되어줘야.................

 

영화속에서 설경구가 다니엘 헤니를 화장실에서 맞닥뜨리고, 그 때 설경구가 소변을 보고 있는 헤니의 거기를(응?) 훔쳐보는

 

장면이 나온다. 그 때 그 장면은 모자이크 처리가 되어있고, 상황실에서 그 장면을 보던 정부요원들은 그 크기에 다들 경악한다. 이 장면에서 관객들이 다 웃는데, 그보다 더 웃긴 장면은 내 옆에 있었다. 그 장면을 보는 나를 내 친구가 자꾸 쳐다봤던 것. 아니 이사람아, 영화를 보지 왜 나를 봐. 자꾸 웃는 나한테 뭐가 그렇게 좋냐고 물어보는거다. 아놔...나 보지 말고 영화를 보란 말야, 이사람아!!!

 

 

그런데 그렇게 목숨 내놓고 일하는 사람의 연봉이 고작 6천이라니. 나는 그 연봉의 절반 밖에 못받지만 목숨을 내놓지 않아도 되는 바, 걍 이 일 하며 살아야겠다.

 

 

 

 

 

 

이 영화는 토요일, 대전에서 보았는데. 하아- 대전의 극장이 너무 열악해서 깜짝 놀랐다. 요금은 7천원이고 현금으로만 받았는데,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3층에 자리한 극장에 올라가는 빌딩 계단에서는 퀴퀴한 냄새가 났고 지저분했던 것. 내가 마치 싸구려 비디오방에 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영화를 보러 가는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는 말하지 못할 불순한 짓을 하러 가는 느낌을 주는 그런 극장이었달까. 이 영화가 대형개봉관에서 상영하지 않을거란 사실을 짐작했고, 그렇기에 상영해주는 극장이 대전에 있다는 게 무척 고마웠지만, 왜 이런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은 낡고 초라해야 할까. 쩝... 자유석인것도, 입장료도, 좌석도 훌륭하진 않지만 나름 괜찮았다고 생각하는데,  이 극장이 위치한 빌딩, 그 계단들이 좀 거시기하다.

 

 

영화는 딱히 재미있진 않다. 뭐, 기억나는 장면이 없네;;

 

 

 

 

 

일주일만 잘 버텨내면 추석연휴라는 게 신나기는 한데, 추석 연휴가 끝나면 대체 뭘 기다리며 살아야 할까. 삶은 기다림의 연속인것 같다. 점심시간을 기다리고, 퇴근시간을 기다리고, 주말을 기다리고, 공휴일을 기다리고, 연휴를 기다리고..........얼마전에 이 비슷한 문장을 어느 책에서 본 것 같은데 기억이 안나네. 암튼 그렇다는거다.

 

아, 그런데 문득 이선 프롬에게는 더이상 기다릴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데에 생각이 미친다. 기다릴 게 있는건 그나마 행복한 거라는 것도.

 

 

그나저나 오늘 점심은 무얼 먹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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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3-09-09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점심 고민 중..ㅎ

다락방 2013-09-11 13:32   좋아요 0 | URL
그래서 오늘 점심은 무얼 드셨나요, 비연님? ㅎㅎ

자작나무 2013-09-09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과장님은 업무도 많은데 그 사이 독서를 많이 하시네요 항상 부럽습니다. 전 책을 한달에 한권도 못읽어요. 쓸데없는 일만 하느라 ...점심은 순대국 이겠죠?

다락방 2013-09-11 13:32   좋아요 0 | URL
가만있자, 어제 점심은 뭘 먹었더라...된장찌게였나....
여하튼 오늘 점심은 라면에 김밥이었습니다. 제가 매일 순대국만 먹는 건 아닙니다. ㅎㅎㅎㅎㅎ

Mephistopheles 2013-09-09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아내를 독살하면 막장으로 가는 비상구가 열리겠죠.

2. 앞머리를 내리느냐, 앞머리를 밀어버리느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린다는 사실.
(같이 영화 보러 가신 분의 시선의 의미가 궁금해지는군요....음..)

3. 양재 사거리 한정식집을 한 번 가보시라니까요..

다락방 2013-09-11 13:32   좋아요 0 | URL
1. 이것은 '이디스 워튼' 의 소설인겁니다. 막장으로 갈 수가 없습니다. 이디스 워튼 만세!! ㅎㅎ

2. 앞머리 있는 남자가 멋있기는 진짜 힘든일인 것 같아요. 뒤로 넘겨버리지 말입니다.
(같이 영화본 사람은 아마도 제가 음탕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메피님도 아시다시피 전 정말 그런 여자사람이 아닌데 말이지요.)

3. 저 어제 양재동 그 유명한 영동족발 다녀왔어요, 메피님. 맛있긴 했지만 많이 불친절해요. 너무 시끄럽기도 하고. 전 이제 안갈거에요, 거기 ㅠㅠ

마노아 2013-09-09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우리도 사랑일까'가 떠오르네요.
저도 주말에 스파이 봤어요. 헤니도 설경구도 액션은 좀 아니더라구요. 전 맷 데이먼 생각했어요. 역시 스파이는 본이 짱이야! 아님 007의 다니엘 크레이그~ 나이가 있어도 액션이 되는 배우는 따로 있다 싶어요. 제이슨이 그렇지요. ㅎㅎㅎ

2013-09-09 13: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3-09-11 13:26   좋아요 0 | URL
전 액션엔 딱히 불만 없었는데 헤니가 생각보다 안멋져서...그리고 왜 거기를!! 모자이크 처리한 것인가(응?) 뭐 그런 생각들이 ㅋㅋㅋㅋㅋ 영화는 나름 갠춘했어요.

아니 그런데 마노아님, 이 책은 얇으니까 직접!!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저는 결말을 스포하지 않겠습니다!!
(약오르시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메롱~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혜윰 2013-09-10 0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머리 내린 헤니는 상상만으로도 싫어요ㅠㅠ미스터 로빈일때 콩닥콩닥했는데 말이죠..

다락방 2013-09-11 13:25   좋아요 0 | URL
꺅 저도 미스터 로빈일 때 완전 사랑에 빠져가지고 저 남자 내 남자 할테닷. 했었는데 앞머리 내린 헤니는 진짜 쮠따 같네요. ㅎㅎㅎㅎㅎ

가연 2013-09-10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난한 자에겐 사랑도 사치다ㅜㅜㅜ 어헝헝... 슬픈 이야기군요

다락방 2013-09-11 11:47   좋아요 0 | URL
네. 사랑하는 여자와 도망치고 싶어도 차비가 없는 슬픈 현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