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게 참 그렇다. 아름답고 반짝일 수 있는것이, 어느 순간 찌질해지고 광기로 변한다. 그건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 원래부터 '찌질했던'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그들이 빠져있는 사랑이 한쪽으로 기우는 걸 순간적으로 견딜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아주 오래전에, 연인과 헤어지고 몹시 힘드노라고, 잊을 수가 없다고 온라인에 글을 남겼던 적이 있다. 그때 누군가 댓글로 그랬다. 지금은 못잊을 것 같지만 나중에는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라고 생각하게 되더라고. 그때의 내게 그 말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게 사랑이 아닐수도 있어? 말도 안돼. 그러나 더 많은 시간이 지나니 억지로 떠올리지 않으면 그를 생각하지 않게 되었고, 또 시간이 흐르고나니 그때 그게 사랑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되었다. 그건 열정이나 욕망은 아니었을까. 분위기에 취한건 아니었을까. 그러나 그때 그것이 사랑이든 아니든 그걸 돌이켜 생각하면 무얼하나. 다 부질없는데.
남자는 길에서 아주 우연히 십오년전의 연인이었던 여자를 마주친다. 여자는 아직 그의 전화번호를 잊지 않고 있었기에 그에게 전화를 걸고 그들은 십오년만에 재회한다. 어색하고 반가운 분위기가 흐르고 나서 그들에겐 다시 예전의 감정이 되살아난다. 서로를 욕망하고 사랑한다고 속삭이게 되는 것. 그러나 여자에게도 남편이 있었고 남자에게도 아내가 있었다. 이 둘의 사랑이 격정적이 되기 위해서는 늘 시간이 촉박했으며 거짓말을 해야하고 일을 망쳐야 했다.
서로가 서로에게 푹빠져 각자가 맡고 있는 책임들을 뒤로 하고 둘이 함께 살기로 결정하지만, 사실 내가 가지고 있는 혹은 책임지고 있는것들을 버린다는 건 말처럼 쉬운게 아니다. 만남과 사랑이 반복되고 이것은 옳지 않아와 너를 원해가 반복되고 그리고 이 사랑은 다른 사랑들이 그렇듯 헤어짐을 맞게 된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여자는 헤어짐을 말했지만 남자가 헤어짐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그 지점부터. 남자는 그녀를 설득하고 애원해보고 그녀의 집에 찾아간다. 그녀를 잡아야겠다는 생각만 가득해서 그녀의 집엘 찾아갔지만 막상 그녀의 남편을 보니 숨게된다. 내가 사랑하는 여자를 잡고 싶은데 내 존재를 숨겨야 한다니, 이래서 불륜이 힘들어지는거 아닐까. '사랑'이란 감정만 놓고보면 그것은 숨겨야 할 감정이 아닌데, '이미 남의 사람'을 사랑하기 때문에 내 사랑을 숨겨야해서, 그래서. 게다가 남편은 이 남자가 어디 숨어있는지를 찾는데, 손에는 전기톱을 들고있었다!
남자의 사랑은 이제 집착으로 변했다. 달리고 운전하고 결국 그녀가 물건을 사기 위해 들어간 약국으로 찾아가서 그녀를 잡기 위해 애를쓴다. 이제 남자에겐 흥분과 집착뿐이다. 여자는 '아니' 라고 말하는데 남자에겐 그 말을 받아들일 머리도 가슴도 없다. 그의 눈에는 그녀밖에 보이질 않고 머릿속에는 그녀를 잡아야겠다는 생각뿐이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그가 그녀를 괴롭히는것만 같다. 그리고 이제 여자도 그런 그를 힘겨워하고 괴로워한다. 이때 약국의 주인이 와서 남자에게 말한다.
진정하세요.
그러나 남자는 자신은 이미 진정했다고 소리친다. 소리치고 여자를 잡고 미쳐 흥분하는 그 남자는 결코 진정되어 있질 않은데, 그는 그 자신이 지금 '진정이 필요한 상태'라는 생각을 결코 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약국의 주인은 그에게 재차 말한다.
진정하세요.
여자는 급기야 그로부터 도망치려고 한다. 뛰어가 자신의 차안에 들어가 문을 닫자 남자는 차 문을 부술 기세다. 여자가 차를 출발시키자 남자는 그 차위에 올라간다. 여자는 차에서 내려 뛰고 남자는 여자를 향해 뛰고 모든것이 폭발할것 같은 그 순간, 영화를 보면서 맙소사, 내가 저 여자라면 저 상황에서 나를 버리고 싶겠다, 저 남자를 사랑했던 시간들마저 지긋지긋해지겠어, 라는 생각을 하려던 순간에, 길에 있던 다른 남자들이 달려들어 그녀로부터 그를 떼어놓는다.
어떻게든 단 몇분이라도 만나고 싶었던 사이었던 그들이, 어느 한쪽은 도망치고 어느 한쪽은 잡기 위해 애를 쓰는 그런 사이가 되어버린다니. 이것이 바로 사랑의 끝인가. 종국에는 그를 피해 도망갔던 생각만 나면서 '대체 내가 왜 그런 사람을 사랑했던가' 하고 생각하게 되어버린다면, 그들이 했던 그 사랑은 대체 뭐란 말인가.
그가 원래부터 찌질하고 광기어린 미친 남자는 아니었다. 그도 처음엔 '나는 그냥 가는게 좋을것 같아'를 말했던 남자였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그는 '진정하세요'라는 말을 듣게 되어버리고 말았다. 사랑이, 그리고 그 사랑을 버리겠다고 말한 여자가 그를 그 순간 돌아버리게 만들었다. 그건 그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나도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될 수 있다. 돌이켜보면 후회되지 않는 순간이 왜 없을까. 남자도 시간이 흘러 결국 다시 일상을 찾는것처럼 어느 순간 우리는 내안에 있는지도 몰랐던 찌질함을 겉으로 드러내게 된다. 나도 몇몇 일들이 기억난다. 몇 년전에 헤어지자는 남자에게 충동적으로 내가 내뱉었던 병신같은 말. 그 말을 한 걸 두고두고 후회한다. 그 남자 얼굴은 기억도 안나는데(나는 안면인식 장애) 내가 내뱉은 그 말만은 기억난다. 어쩌자고 나는 그때 그에게 그런 말을 했을까. 그때 그가 웃으면서 대답했던 것도 기억난다. 좋은 사람이었구나.
물론, 모든 사랑이 그렇게 비극적인 결말에 맞닥뜨리게 되는건 아니고 또 모든 사랑이 그렇게 사람의 가장 찌질한 면까지 긁어내지는 않는다. 그러나 사랑을 하게된다면, 찌질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다.
그건그렇고, 세상은 가끔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건가 싶을때가 있는데, 오, 바로 이 영화의 개봉이 그렇다!
'채닝 테이텀' 주연의(꺅!! >.<) 『매직 마이크』. 6월 개봉 예정인 듯한데, 저 가운데 남자는 '매튜 매커너히'. 유후~ 자, 이제 쓰러질 준비하고 예고편을 감상해보자.
아휴 ~ 그냥 훈훈하구나! 내 너를 잊지 않으리. 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