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출근길에는 듣고 싶은 노래를 골라 듣지 않고 아무렇게나 랜덤재생을 시켰다. 그랬더니 불쑥, 마이클 볼튼이 부른 [missing you now] 가 나왔다. 마이클 볼튼의 노래는 언제 들어도 좋구나.
내가 중학생이었을 무렵, KBS 에서는 [지구촌 영상음악]이라는 프로그램을 방송하고 있었다. 내 기억이 맞다면 아마도 매주 월요일에 방송했었을 거다. 나는 그 프로그램을 웬만해서는 빼놓지 않고 시청했다. 그다지 다양한 뮤직비디오가 나왔던 것 같지는 않다. 하루는 그때 한창 인기 있었던 마이클 볼튼의 [when a man loves a woman]의 뮤직비디오를 보여줬다. 나는 그의 뮤직비디오를 보는 순간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았다. 맙소사. 정말 근사해! 멋져!
그에 대해서는 아주 말이 많았다. 그의 목 둘레가 비비안리의 허리 둘레와 사이즈가 같다는 것, 세계적 갑부 도널드 트럼프의 여자를 그가 가로챘다는 것 등등. 돈많은 노인의 여자를 가로챘다는 건 사춘기 시절의 나를 짜릿하게 만들었다. 멋져! 그는 그녀의 손을 잡고 오토바이를 타고 갔을까? 게다가 그는 그 여자를 데리고 공개석상에 나타나기도 했다고 했다. 아우~ 게다가 베짱도 있는 남자잖아! 나는 그의 굵은 목이 그리고 그 굵은 목에서 나오는 목소리가 무척 좋았다. 역시 난 정엽 취향이 아니라, 윤도현 취향이 아니라, 마이클 볼튼 취향.
내가 그 시절 보았던 뮤직비디오를 찾아 올리고 싶었는데 도무지 찾을 수가 없다. 하긴, 벌써 이십년전의 일이니.
케니지의 연주에 마이클 볼튼이 피쳐링을 몇번 했는데, 그 둘이 진짜로 사이가 좋은지까지는 알 수가 없다. 당시에 케니지의 인기도 정말 대단했는데, 한번은 그래미상 시상식인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연주를 하는데 자신의 아내가 앉아있는 객석으로 내려가 아내 앞에서 연주를 하는 장면이 이슈가 됐었다. 그 영상을 어디서 본건지 모르겠는데, 어쨌든 친구들이 모여서 정말 멋지다고 낭만적이라고 흥분했었던 기억이 난다.
마이클 볼튼의 뮤직비디오를 볼 때 숨이 막혔다면, 거기에 눈물까지 나게 했던 가수가 있었다. 게다가 꺅 소리까지 지르게 했던 가수.
아 젠장. 라이브 올리고 싶은데 라이브를 찾을 수도 없고, [의적 로빈후드]영상은 소스복사가 안된다. 아, 이럴때 라이브를 올려줘야 제맛인데. 나는 '내가 하는 모든일은 당신을 위한 것이에요'라고 노래하는 이 남자에게 아주 흠뻑 반해 있었다. 지구촌 영상음악에서 그의 뮤직비디오를 보여주면 나는 꺅 소리를 지르고, 그 때 생각나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지금 브라이언 아담스 뮤직비디오 나온다고 흥분해서 말하곤 했었다. 그리곤 그말만 하고 끊고. 나와 한 방을 쓰는 여동생에게는 강압적으로 그의 노래를 외우도록 시키기도 했다. 하핫.
[의적 로빈후드]를 보고 케빈 코스트너에게 홀딱 반해서, 케빈 코스트너의 사진을 사서 코팅한 뒤에 책받침으로 썼었다. 맨 마지막, 여자를 구하기 위해 성으로 들어가야 하는 장면에서 무어인 친구가 그에게 묻는다.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여자인가?"
그때 케빈 코스트너는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여자지' 라고 대답한다. 아우~ 사춘기 소녀에게 그런 멘트는 도무지 잊혀질 수 없는 법이잖아.
이 영화속 로빈후드는, 당연히, 활을 잘 쏘는 사람이었는데, 한번은 숲에 그를 찾아온 여자에게 그 모습을 보여주면서, 바람이 분다든가 하는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림없이 과녁에 제대로 맞추어야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시범을 보이려고 하는데 그가 활을 쏘기 직전, 그녀가 갑자기 그의 얼굴 가까이 자신의 얼굴을 대고
후-
하고 입김을 분다. 로빈후드가 쏜 화살은, 우-, 빗나간다. 아 좋아. 그녀는 얼마나 좋았을까. 자신 때문에 활 잘쏘기로 유명한 남자가 흔들렸다니. 로빈후드가 힘이 센 남자라면, 그녀는 로빈후드보다 힘이 센 여자다.
오전에 부산에 가는 비행기표를 예매했다. 심지어 마일리지로. 로빈후드의 그녀가 힘이 센 여자라면, 나는 마일리지로 비행기티켓 예매할 수 있는 차가운 도시여자. 멋지다. 뭔가 부티 난다. 그 마일리지를 십년간 모았다는 것에 대해서는 뭐, 굳이 말하지 않기로 하자. 제주도에 두번쯤 더 갔다올수있는 마일리지가 아직도 남아있다. 힛. 아 정말 멋져. 뽀대난다.
그런데 점심은 햄버거 or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