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겸 3만명 돌파 축하 이벤트 -
뽀게터블님의 이벤트참여 글입니다.
9월6일이 생일이라구요? 축하해요. 뽀게터블님은 가을여자고, 처녀자리군요. 처녀자리라서 그렇게 예쁜가봐요. 나는 사자자린데...그래서......사자같은................ 뭐, 됐고.
내 물건이 나를 보여준다니, 어디 한번 보여줄게요. 방안에 있는 물건을 보여줄랬더니, 방안에 내가 있는 시간이 별로 없어요. 집이란 잠자는 곳 직장이란 전쟁터, 라는 노래 가사도 있죠. 그러니까 나는 깨어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보내고 있는 사무실에서의, 내 물건으로 참여합니다.
1. 다락방은 (아주아주아주아주 가난하) 다.
천원짜리 네장과 '현대백화점 식품전용구매 상품권 오천원권' 한장과 씨너스(극장)VIP 용 쿠폰을 지갑에서 꺼내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다락방의 지갑에 들어있는 건 이게 전부다. 언젠가, 기억나지 않는 아주 오래전에, 분명 나는 오만원짜리도 한장 가지고 있었던 것 같은데, 그날의 일은 꿈이었을까?
저 상품권은, 그렇다. 백화점 상품권이 아니다. 백화점 '식품전용구매' 상품권이다. 게다가 오천원짜리다. 나는 이것을 훗날 백화점 지하에 있는 푸드코트에 가서 베트남쌀국수를 사 먹으며 사용 할 생각이다. 음, 어쩌면 돈까스덮밥을 사먹는데 사용할지도 모르겠다. 마감시간에 간다면 떨이하는 빵을 사올 수도 있을것이다. 그날을 위해 내 지갑에 고이 모셔두고 있다.
씨너스 극장의 VIP 인데, 이건 그동안 씨네큐브였을 때 VIP 가 된거다. 그리고 VIP 가 되고보니 혜택이 좀 쏠쏠하다. 팝콘 쿠폰이 그냥 툭툭 텨나오고 (그러나 나는 영화보면서 팝콘을 먹지는 않는다), 평일 무료 초대권과 분기별 1+1 초대권도 준다. 나는 알라딘의 플래티넘이고, 씨너스의 VIP.
나는 쎄븐의 VIP 가 되고 싶은데..(응?) 박한별이 싫다.
어쨌든,
내 지갑에 들어있는 건 저게 전부. 나는 이토록 가난하다.
2. 다락방은 (한달에 한번, 고통에 시달린) 다.
우먼스 타이레놀이다. 고통을 견디는 것은 몸에 아주 나쁘다는 친구의 말에, 고통을 줄이기 위해 우먼스 타이레놀을 샀다. 그동안의 나는 고통을 견뎌내는 쪽이었는데, 그게 그렇게나 미련스런 방법이란다. 그래서 친구의 충고에 따라 진통제를 먹기로 했고, 회사 동료의 추천에 따라 우먼스 타이레놀로 낙찰.
그러나 오, 무섭다. 정말로 이것 한알을 먹으니 고통이 가라앉는게 아닌가! 대체 이것이 무엇이길래! 무엇이길래 그 고통을 잠재우는 거지? 나는 그래서 약이 무섭다. 감기에 걸려도 (라고는 하지만 3년간 감기에 걸린 적 없음), 비염에 시달려도 약 먹기를 꺼려한다. 대체 무엇이 나를 낫게 하는거지? 그것이 내 몸안에 있어도 되는걸까?
어쨌든 타이레놀은 한달에 한번씩 나의 고통을 덜어준다.
3. 다락방은 (낭만적이) 다.
오늘, 오른쪽에 있는 글씨가 빼곡하게 찬 편지를 받았다. 와우- 손 편지를 받는다는 것, 게다가 봉투에 넣어진 편지를 받는 다는 것, 그것은 요즈음 사람들이 자주 경험하는 일은 분명 아닐 것이다. 그러나 나는 가끔 왼쪽에 있는 것 처럼 어여쁜 글씨의 카드를 받기도 하고, 오른쪽에 있는 것 처럼 손글씨로 쓰여진 편지를 받기도 한다.
오늘 내게 편지를 보낸 친구는, 나에게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를 선물 받았었는데, 그 책을 읽고 너무 좋아서 [일곱번째 파도]까지 바로 읽고, 독일 아마존에서 작가를 검색하여 다른 작품을 살펴보기도 했다고 했다. 그런 말들이 저 편지의 어느 부분에 쓰여져 있다. 이미 문자메세지로 책이 정말 좋았다고 나에게 얘기를 한 적이 있었고, 또 이 공간을 알고 있으니 여기에 몇줄짜리 댓글로 남겨도 됐을텐데 저렇듯 속이 꽉 찬 편지를 보내왔다. 갑자기 도착한 친구의 편지와, 그 편지와 함께 날아온 몇권의 책들.
나는 가끔 손 편지를 받는 여자. 물론, 당연히, 나도 가끔은 내 글씨로 가득 채워진 편지를 누군가에게 보내기도 한다. 가끔, 아주 가끔. 그러니까,
나는 이토록 낭만적이다.
여기서부터는 덧붙이는 다른 얘기-
오늘 출근길에 읽은 책은 커트 보네거트의 [갈라파고스]
요 며칠, 피곤해서 책이 잘 안읽히는데, 오늘 마지막으로 읽다 덮은 42페이지에는 이런 문장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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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영혼이 그 여행길 내내 당신을 지켜줄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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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고, 또 말해 본 적도 없다. 그러나, 속으로 삼켰던 적은 있다. 속으로는 내가 사랑하는 누군가가 언제나 무사하기를 바라고, 아프지 않기를 바라고, 할 수 있다면 지켜줄 수 있기를 바랐던 적이 있다. 그러니까 어쩌면 우리 모두는 누군가로부터 직접적으로가 아니어도 저런 말들을 듣고 지내는 걸 지도 모른다. 우리가 하루하루를 무사히 잘 견뎌낼 수 있는 건, 그러니까 지금보다 더 나쁜 상황이 될 수도 있는데 이렇게나마 살아지고 있는 건,
누군가의 영혼이 내내 나를 지켜주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는 거다.
물론, 이건 내 나름대로의 낭만적인 해석일 뿐이지만.
깊은 산 속, 어느 동굴속으로 폭 들어가 숨어있고만 싶은 오후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