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명히 어젯밤 택시비는 카드로 계산했는데 왜 수첩에 꽂아뒀던 오만원짜리 지폐 한장이 보이지 않는걸까? 등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잃어버린 셈 치자, 라고 아무리 되뇌어 봐도 그걸 어떻게 잃어버린 셈 치냔 말이야, 하면서 눈물만 나올라고 한다. 출근길, 버스안에서 자리에 앉아 다시 가방안을 이리 뒤적, 저리 뒤적 해본다. 귀걸이 한쪽이 보인다. 앗! 어제 예쁘게 보인다고 귀걸이 했다가 오면서 뺐나보구나, 싶어졌다. 그러면 한쪽이 어딨지? 이 귀걸이 비싼건데 ㅠㅠ 이따가 회사가서 찾아봐야지, 하면서 다시 가방안을 뒤적뒤적. 오, 찾았다, 오만원. 어휴. 역시 술은 나를 멍청하게 만든다.
- 머리가 댕댕 울리고 속이 아프다. 엄마가 끓여주신 감자국을 후루룩 퍼마셨는데도 그렇다. 감자는 다 남겼다. 씹기도 힘들어.. 밥을 몇 술 뜨고 회사 근처에서 술 깨는 약을 사먹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런데 회사 근처의 약국은 내가 출근할 때도 문을 열지 않았다. 이런 게으름뱅이들 ㅠㅠ 그렇다. 나는 아직도 술이 안 깬 상태다. ㅠㅠ
- 회사에 도착해서 물을 한잔 마시고, 포도 쥬스를 한잔 마시고, 얼음 가득 넣어 커피를 한잔 마시고, 이제는 뜨거운 커피를 한잔 마셔야겠다고 생각하면서 가방안에서 귀걸이 찾기에 몰두했다. 가방안에 있는 물건들을 다 꺼냈다. 하나씩, 하나씩. 참...내 가방이지만 어지럽고 지저분하고 복잡하다. -_- 앗, 찾았다. 귀걸이 두개. 가방안에 있는 걸 다 꺼냈더니 찾았다. 그런데 오, 뜻밖의 수확이다. 천원짜리 세장이 접혀가지고 구석에 처박혀 있었다. 오, 오, 이건 뭐지? 이건 대체 언제 넣어둔 걸까? 그리고 오백원짜리 두개랑 백원짜리 세개도 나오더라. 앗싸~
- 어젯밤 열두시에 남동생과 42초간 통화한 기록이 있다. 흐음. 잔소리 꽤나 했겠군, 이라고 생각하며 오늘 아침을 먹는데 엄마가 그러신다.
"너 어제 대빵이(남동생)가 너한테 잔소리 했던거 기억나?"
오, 모르겠다. 아니, 그랬어?
"응. 너 늦게왔다고 그리고 술에 떡이 되서 왔다고 엄청 잔소리 했어.
그랬을거라 짐작했는데 역시 그랬군. 남동생은 내가 술 '취해서' 들어오는 걸 싫어하고 밤늦게 들어오는 것도 싫어한다. 아빠 엄마보다 더 잔소리를 심하게 한다. 그러니 어제도 분명 그랬을 터. 그런데,
기억이 안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잔소리가 기억이 안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신나 ㅋㅋㅋㅋㅋㅋㅋㅋ 얼마나 억울할까 ㅋㅋㅋㅋㅋㅋ막 잔소리 퍼부었는데 나는 기억도 못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잔소리 들은 기억이 없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쩐지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다.
술 취한 사람에게는 잔소리를 해 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걸 아주 강하게 깨달았다.
- 어젯밤, 몇번의 포옹을 했는지 기억도 안난다.
- 어젯밤, 2차에서 안주를 먹은 기억도 없다.
- 어젯밤의 결론은, 그러니까, 인간에게는 누구나 저마다의 변태끼가 있다는 거였다.
- 자, 이제 일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