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rah Jones - The Fall
노라 존스 (Norah Jones) 노래 / 이엠아이(EMI)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내가 내 방에 혼자 있을 때는 주로 책을 읽거나 화장을 하거나 잠을 자거나 한다. 때때로 멍하니 생각에 잠기기도 하고, 누군가의 전화를 받기도 하고(난 전화는 혼자 있을 때 받고 싶다), 그리고 아주 가끔은 혼자서 울기도 하고 실실거리고 웃기도 한다. 그러니까 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혼자 방안에 있을 때 하는걸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럴때 이 노라 존스의 앨범은 그 혼자 있는 시간이 조금 더 완벽해지도록 도와준다. 내가 무얼 하든, 그러니까 화장을 하거나 멍하니 생각을 한다거나 할때, 혹은 문자메세지를 보내면서 엎드려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있을 때, 혹은 이 다음에 무슨책을 읽어야 하나 책장 앞에서 서성일때, 그 시간 자체를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해준다고 하면 제대로 설명이 되는걸까. 인터넷에 글을 쓰는 시간 조차도 노라 존스의 보이스가 들려 오면 방해받지 않을 수 있다. 책을 읽거나 글을 쓸 때는 음악을 듣지 않는 편인데, 노라 존스의 이번 앨범은 그다지 거슬리지 않는다. 음악은 음악대로 그저 그렇게 방에 울리게 놓아둔채로, 그리고 나는 나대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보내기에 적절하다. (음, 그래도 역시 책 읽을 때는 안듣게 된다.)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는 것은 사실 그다지 어렵지 않다. 회사에서도 그리고 친구를 만나고 나서도 또 대중교통 안에서도 언제나 사람에 치어 있으니, 내가 어디에서 무얼하든 혼자 있는 시간만큼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소중하고 아름답다. 그러나 그럴때 노라 존스의 이 앨범을 울리게 놓아둔다면 어쩐지 조금 더, 그 시간이 즐거워지고 안정되게 느껴진다. 

어떻게 노라 존스는 이런 목소리를 가지고 있을까? 이렇게 평안을 주는 목소리를, 이렇게 완벽함을 느끼게 해주는 목소리를, 이렇게 충만함을 느끼게 해주는 목소리를 가지고 있을까? 브랜디 칼라일의 음반은 귀에 이어폰을 꽂고 듣는 쪽이 훨씬 좋은 앨범이었다면, 노라 존스는 당연하게도 시디 플레이어에 걸어놓고 방안 가득 조용하게 울려 퍼지게 하는 쪽이 훨씬 좋은 그런 앨범이다. 

그녀는 악을 쓰지도 않고 기교를 부리지도 않는다. 애원하지도 않는다. 그저 편안하다. 그 편안함은 내게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래서 그녀의 앨범을 듣는 동안은 이 시간이 완벽하다는 만족감이 조금씩 조금씩 나를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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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리풀말미잘 2010-02-15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 좋은 리뷰에요.

노라 존스 좋지요. Don't Know Why는 자주 들었어요.

제게는 에바 캐시디나 에릭 클랩튼의 몇몇 곡이 그래요. 아직 한국에서 저작권법의 저촉을 받지 않는 곡으로는 Alexi Murdoch의 Orange Sky가 있네요.


다락방 2010-02-15 20:17   좋아요 0 | URL
노래 잘 들었어요, 말미잘님. 저는 기타 치면서 노래 부르는 남자에 대해서는 전혀 로망을 갖고 있지 않은데, 이 영상 속에서 남자가 가만가만 기다란 손으로 기타 치는 걸 보자니 로망이란게 생길수도 있을 것 같아요. 게다가 노래도 조곤조곤해요.

말미잘님, 혹시 무라카미 하루키의 [4월의 어느 해맑은 아침, 100퍼센트의 여자아이를 만나는 일에 대하여]란 단편 소설을 알고 있나요? 제가 무척 좋아하는 소설인데요, 말미잘님의 며칠전 페이퍼 [아버지]에 비하면 그 단편소설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말미잘님의 페이퍼 [아버지]는 별찜해두고 수시로 들어와서 읽고 있어요. 외우고 싶어서 말이죠. 물론, 그렇다고 위워지진 않지만 말입니다. 다음 생에는 아이큐가 300쯤 되는 여자로 태어나고 싶어요. 외우고 싶은 건 다 외울 수 있게 말이죠.

뷰리풀말미잘 2010-02-15 21:00   좋아요 0 | URL
정말 기진맥진해서 집에 들어 오는 날 가끔 이 곡을 틀어놓고 눕는데요 그럼 뭔가 안도감이 확 느껴져요. 다 끝났구나 하는 생각이 들죠.

네, 재미있게 읽은 단편이에요. '지금은 없는 공주를 위하여'에 있었던 것 같은데 찾아보니까 없네요. 어느 단편집에 나오는 얘기었죠? 헉, 별찜은 무슨. 부끄럽게!

다락방 2010-02-15 21:03   좋아요 0 | URL
제 책장에서는 보니까 [그때 그여자는 나를 원했던걸까?] 라는 단편집에 실려있어요.

단편집 제목을 쓰다보니까 또, 단편집 제목 참 좋지 않나요? 그때 그여자는 나를 원했던걸까? 신해철 1집에선가 [아직도 날 원하나요]란 노래가 있었는데 이것도 제목이 참 좋고 말입니다.

... 2010-02-15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노라존스는 어떻게 그런 목소리와 함께 어여쁜 미모도 가지고 있는 걸까요? 처음 노라존스가 데뷔했을때 정말 깜짝놀랐었어요.

다락방 2010-02-16 08:38   좋아요 0 | URL
정말 예쁘죠? 그런데 목소리도 정말 좋아요!! 옆에서 나직하게 노래 불러주면 참 행복할 것 같은 그런 목소리에요. 방안에 그녀의 목소리가 울려퍼지는 그 순간이 참 만족스러워요. 아 정말 예쁘기도 하지. 뮤비의 머리스타일조차 예쁘더군요. 흑 ㅜㅡ

비로그인 2010-02-17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듣고 있으신 음반만 바꾸어 적으면 딱 지금 이시간, 저의 느낌이 될 법한 마법같은 얘기네요^^
아,, 화장하는 것은 빼어야겠지만요~

참! 아실지도 모르겠지만 이불로 동굴 만들어 놓고 자면 가끔 기분좋고 유쾌한 꿈이 나타나기도 하더라고요.

다락방 2010-02-18 08:25   좋아요 0 | URL
참! 아실지도 모르겠지만 엄청 좋은 사람을 엄청나게 생각하다가 잠들면 그 사람이 꿈에 나타나기도 하더라고요. :)

레와 2010-02-19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 앨범은 패쓰했는데, 이런이런..;; ㅎ

다락방 2010-02-19 18:00   좋아요 0 | URL
난 괜찮더라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