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레터
뽀게터블님.
추억에 관련된 시를 드릴까, 이별에 관련된 시는 너무 아프겠지, 하다가 골라낸 것이 '흔적' 이에요. 제 댓글은 이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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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
-박연준
남자의 가슴이 왜 좋은지 알아요?
종이처럼 평평하니까
여자의 가슴이 왜 좋은지 알아?
무덤이 두 개나 있으니까
그날, 엎질러진 밤은 환하게 어두웠다
밤이 환할 수 있다니
내 무덤가에서 밤새 뒤척이던 손가락들은
아침이 되자 무덤 속으로
아예, 아예 들어가버렸다
혼자 목욕을 하는 저녁이 찾아왔을 때
외로운 팔과 다리, 등, 배, 가슴, 흐린 얼굴
도저히 내것이라고 하기 어려운 각각의 개체들이
거울 속에서 서로 어색하게 꿈틀대고 있을 때
하얗고 둥그런 왼쪽 가슴에 난 이빨자국
보랏빛으로 선명하게 찍힌 당신의 자국
이렇게 금세 흔적을 남기다니
내 몸은 소문이 빨라
맨 아래 발가락들까지
열 가지 목소리로 수군대고 있는데
보랏빛은 지워지지도 않는데
어둠이 환할 수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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