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읽기 시작했다.
친구랑 함께 1,2 월에 걸쳐 읽기로 했는데 1월에 내내 다른 책들만 읽다가 이제야 비로소 시작한 것. 하하하하. 그런데 너무 재미있다. 그러니까 첫장에 이런 쪽지가 나온다.
백작(혹은 공작), 혹시 당신이 더 멋진 계획을 세워 두지 않았다면, 그리고 가엾은 병든 여인의 집에서 저녁을 보내는 계획에 별 위협을 느끼지 않는다면 말이죠, 오늘 7시에서 10시 사이 우리 집에서 당신을 볼 수 있다면 무척 기쁠 거예요. -아네트 셰레르 (p.14)
안나 파블로브나는 자신의 집에 공작을 초대하면서 이런 쪽지를 보내고 그가 오자마자 환영 인사를 건네는데, 공작은 그 인사에 답하며 이렇게 말한다.
"사랑하는 벗이여, 먼저 당신의 건강이 어떤지 말해주겠습니까? 날 안심시켜 주시지요." (p.15)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너무 재미있지 않습니까. 이런 장황한 대화가 러시아 문화인건지 아니면 그 시대 문화인건지 모르겠지만 요즘에는 전혀 사용하지 않는 말이라서 너무 재미있다. 아니지 전혀 사용하지 않는건 나나 내 주변이 사용하지 않는다는거지 어쩌면 러시아 어딘가에서 아니면 다른 어딘가에서라도 저런 식으로 말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냥 저런 대화가 일상이라서.
우선 나였다면 저 쪽지 자체는 "우리집와서 밥 먹을래?" 정도로 대체할 것이고, 만약 나였다면 사랑하는 벗이여~ 하는 구절에서는 "몸은 좀 어때? 괜찮아졌어?" 로 물었을것이다. 너 몸 어떠냐는걸 묻는다고 사랑하는 벗이여, 먼저 당신의 건강이 어떤지 말해주겠습니까? 날 안심시켜 주시지요, 이러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나타샤 소냐 니콜라이 에다가 안나도 여러명 나오는것 같아서 하여간 이름이 헷갈리긴 하는데, 아직 조금 읽었지만 대화가 너무 재미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나도 나중에 친구들 아프다고 하면 이렇게 물어봐야겠다.
사랑하는 벗이여, 먼저 너의 건강이 어떤지 말해줄래? 날 안심시켜 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재미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금요일에 양갈비를 먹으러 갔다. 정확히는 갈비살이었는데 와 너무 맛있게 먹었어. 그런데 기본 반찬으로 준게 다 되게 특이하고 맛있었다. 하나는 고수랑 토마토 샐러드였는데 소스가 뭐냐 물으니 기성품 오리엔탈 소스라는게 아닌가. 오오, 나 집에 고수 있지!! 좋았어. 그리고 서비스라며 숙주볶음을 줬는데 이것도 맛있어. 양념 물어보니 소금 후추 약간이고 웍에 볶았다는거다. 좋았어. 마침 토요일은 우리 이모가 오기로 했고 우리는 나 고생시키지 말자고 배달음식 먹자고 했지만, 내가 있어바바~ 이러면서 나의 텃밭에서 고수를 똑 똑 따가지고 ㅋㅋ 내가 본대로 만들어보았다.
양파도 얇게 슬라이스해서 고수를 제일 밑에 그리고 양파, 토마토 순으로 놓고 오리엔탈 소스를 뿌렸다. 오오 맛잇었어! 엄마랑 이모도 이거 괜찮다~ 이러면서 잘 드셨다. 고수를 내가 키웠다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숙주도 만들어보았다. 식당에서 먹었던 것처럼 불향은 안났지만, 이것도 반응이 좋았다!
아삭아삭하고 맛이 좋았는데, 사실 이건 내가 양고기랑 먹었었기 때문에 이걸 먹기 위한 고기가 필요했고, 집에 마침 오리훈제가 있어서 같이 먹기로 했다. 구워먹지 말고 쪄먹자! 나는 알배추를 사와서 훈제오리를 넣고 후추 촵촵 뿌려 쪄냈다.
소스는 참소스 먹고.
아아 너무나 훌륭한 식사였다. 기름 쭉 빠진 훈제오리찜에 익힌 야채까지 가득가득.
아 나 너무 대단한것 같아. 나 너무 잘하는 것 같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런거 다 파티 음식이잖아. 게다가 고수 내가 키운거라니까? 내가 화분에서 똑똑 땄다니까?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 나 너무 대단해...
그렇게 피자까지 시켜서 맛있게 먹고(네?) 입가심으로 컵라면도 먹어주고(네??) 하여간 다음날에는 요가를 갔다가 오랜만에 한 번 다시 뛰어보자 하고 천천히 동네를 뛰었다. 5km 작정하고 뛰었는데 느리게 뛰어도 힘들었어. 페이스 9분대 나왔는데 4km 뛰고 나니까 너무 힘들어서 그만뒀다. 그래도 땀이 흠뻑 나더라. 뛰면서 머릿속에는 뼈해장국 생각뿐이었다. 뼈해장국 먹고싶다 달리고나면 뼈해장국 먹을거야... 그렇지만 내가 평소에 가던 뼈해장국집은 일요일에 문을 열지 않는단 말야? 마침 동네를 뛰고 있던 터라 뛰면서 주변을 살폈는데 저어기, 24시간 감자탕 집이 보인다. 나는 달리고나서 그 감자탕 집으로 향했다. 오오 나름 맛집인가보다! 연예인 사인이 잔뜩 붙어있고(그런데 누군지 다 모르겠네요?) 넓은 식당에 예약자들까지 있어서 자리가 꽉 찼다. 그래도 이 한 몸 앉을 자리 있어 앉아가지고 우거지뼈해장국을 시켰습니다. 나는 뼈해장국에 우거지 들어간게 좋다. 잘못가면 우거지 대신 깻잎 넣어주는데가 있는데 뼈해장국은 우거지죠.
영롱하지 않습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맛있게 먹고 아빠 드시게 포장도 해서 집에 갔다.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런데 이 집, 김치가 너무 맛없었네..
책을 샀다.
네, 이번엔 딸랑 한 권입니다. ㅋㅋㅋㅋㅋ
이거 트윗에서 보고 사고 싶었는데 품절인거다. 그런데 나같은 사람이 나뿐만이 아니어서 출판사가 재고를 풀겠다고 했고 그 때 신청해서 살 수 있었다. 으하하하하. 언제 읽을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책 주문을 어제 했는데 배송이 수요일에 된다고 한다. 으음.. 알았다.
이만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