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엔 아가 조카의 생일이어서 식구들이 함께 모였다. 아가조카는 이제 다섯살이 된다. 아아, 다섯살이니 이제 아가 조카라고 부르면 안되는데.. 지난번에도 아가 조카에게 아가야, 불렀다가 아가가 "나 아가 아닌데. 네 살이야!" 하지 않았던가. 더이상 아가 조카라고 부르면 안되는데, 아가.. 라고 부르고싶은 나의 마음 무슨 마음? 아가가 무럭 무럭 자라나는 것을 보는 건 행복인데 불쑥불쑥 또 아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동생들에게 "이제 아가 한 명 더 나아줄 때 되지 않았니?" 하고 말하면, "언니(누나)가 나아!" 라고 말하는 바람에 더이상 말할 수가 없... 그런데 아가, 정말 예쁘고 소중하지 않나요.
지난번에도 언급한 적 있지만, 나는 싱글 여성이고 명절 연휴면 씬나서 들로 산으로 놀러 다녔던 사람이다. 달력 보고 연휴다 싶으면 비행기표 예약하고 호텔 예약해서 훅- 떠나고 그걸로 큰 재미 느꼈던 사람인데, 아아, 어느 순간 명절에 가족들이 다 모이는게 너무 좋은거다. 사실 좁은 집에 모두 모여 왁자지껄한거, 피곤하기도 한데, 그런데 내 조카들이 무럭무럭 자라서 함께 노는 모습을 보면 왜이렇게 눈물날만큼 감사하고 아름다운지. 언젠가부터 그 시간에 내가 계속 함께하고 싶어지고 '충족된다', '충만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명절에 집에 있기를 선택하게 되는거다. 여행은 다른 때 가도 된다, 나는 아이들이 다 모이는 때에 함께 있겠다, 이렇게 되어버리는 거다. 바로 이런게 나이들어가는 것인가 싶다. 이렇게 나이들어가는구나.
이번 주말에도 다섯살 조카는 둘째조카인 초등 오빠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오빠! 오빠!" 불러대는데, 어찌나 이쁘던지! 초등 조카는 다섯살 조카 보고 싶다고 노래를 불러대다가 이제 만나게 되면서 다섯살 조카에게 줄 선물도 제 돈으로 마련해왔다. 머랭핑과 피카츄 인형인데, 내심 머랭핑을 더 좋아하겠지, 생각했다가 뜻밖에 다섯살 조카가 피카츄 인형을 내려놓지 않아 어라? 했다. 그리고는 같이 노는데 다섯살 조카 방에서 다섯살 조카의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소리내서 계속 웃는 바람에 내가 "쟤 저렇게 계속 웃어도 괜찮은건가?" 물을 정도였다. 그 웃음소리가 너무 좋아서 '녹음할까?' 생각도 몇차례 했고. 한참 웃다가 나와서 제 엄마에게 코 나왔다고 코 닦아달라더니
"너무 웃다가 코나왔어"
하는게 아닌가. 오빠가 아주 제대로 웃겨주는 모양이었다. 다섯살 조카랑 놀고싶었던 초등 조카도 제대로 소원을 성취한 것 같았다.
다음날은 일어나니 눈이 내려서 세상이 하얗게 변했다. 베란다 창문을 열고 밖의 눈을 보게된 다섯살 조카는 "메리 크리스마스네!" 라고 말했고, 오리 눈사람 만들 생각에 들떴더랬다. 다같이 아침을 먹고 나가서 눈을 굴려 눈사람을 만들고, 오리도 만들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초등 조카는 벌써 다섯살 조카가 보고 싶다고 했다. 오빠가 돌아가고난 후 다섯살 조카는 오빠랑 같이 살고 싶다고 했단다. 나는 집으로 돌아가서도 내내 조카들의 모습을 떠올렸다. 아, 내 조카들 진짜 너무 예뻐, 하는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이렇게 한없이 예쁜 존재가 있다는 거 너무 좋아..
책을 샀다.
전날 내린 누으로 아직도 베란다 난간이 젖어서 신문 깔고 그 위에 책 올렸다.
[인체 시장]은 사실 존재도 몰랐던 책인데, 아마도 마리아 미즈의 책을 읽다가 생명과학 부분에서 '로리 앤드루스'란 이름을 만났던 것 같다. 생명과학과 윤리에 대해 마리아 미즈가 더 말해주기를 바랐는데 아쉬운 마음에 언급한 작가의 책을 읽어볼까, 하고 로리 앤드루스 검색했지만 번역된 책은 [인체 시장]이 유일했고 그렇지만 아아, 품절이었다. 하는수없이 중고로 샀다.
덕분에 이번 책들은 죄다 중고로 사게 됐는데, [우리에겐 논쟁이 필요하다]도 마찬가지. 이 책을 받아들고 그런데 나는 흐음, 어쩐지 집에 있을 것 같아..라는 생각을 했지만, 찾을 자신이 없으므로 그냥 두기로 한다.
[내 인생의 거품을 위하여]는 '네덜란드와 함께한 730일' 이란 부제에 끌려 사게되었고, [레몬과 살인귀] 완전 내가 안사게 생긴 제목과 표지인데 중고 무료배송하려고 한 권 더 고르다보니....
어젯밤에 [장미의 이름]을 꺼내야 할 일이 있었다. 열린책들 단테의 [신곡]과 비교샷을 찍어서 e 에게 보여주기로 했던 거다.
그런데 책장 앞에 섰는데 장미의 이름이 보이질 않아.. 여기에도 안보이고 저기에도 안보이고 이중으로 쌓은 책들을 뒤적여가면서 이걸 언제 다 뒤적여, 이러고 결국 찾지 못하고 포기하면서 스트레스.. 하아 책장 정리 시급하다. 그러다가,
어쩌면 나는 그 책을 산 게 아니라 샀다고 착각하는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전에 어렵게 읽고 다시 읽으려고 생각만 하다가 교보문고 에디션 이뻐서 사야지, 하고 산 걸로 기억하는데, 산건 아니었나.. 싶어서 오늘 아침 알라딘에서 검색했더니, 내가 2022년에 샀다고 쓴 페이퍼가 나왔다. 그러니까, 내가 산 게 맞았다. 그렇다면, 집에 있는 것도 맞았다. 하아. 제기랄..
어제 책장 앞에서 장미의 이름을 못찾기도 했지만, 보이는 책들이 죄다 낯설어서 너무 놀랐다. 아니, 이런 것도 샀어? 이건 또 뭐야? 이렇게 죄다 낯선책들 투성이라, 아 진짜 이것들 먼저 읽자, 책 그만 사자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 방바닥에도 책이 널려버렸으니, 책장 딱 하나만 더 사고..
그렇다, 나는 이 책장의 존재를 알게된거다.
이 책장이 회전이라서 200권 가량의 책이 들어가는 것 같다.
그러면 방바닥 책.. 정리될 수 있지 않을까.
문제는 이걸 둘 공간인데, 도무지 공간이 나오질 않아.
집에 가서 내 방에 책상 옆을 보니, 거기에 두면 문이 활짝 열리질 않을 것 같고, 침대 옆에 두면 옷장이 열리지 않을 것 같고.. 하다 보니 책장 두 개 나란히 있는 곳에 약간 공간이 있어, 책장 이 두 개를 옆으로 살짝 밀면 이 책장 하나 들어갈 공간.. 이 나오겠는데? 하고 고심하노라니, 엄마가 와서 너 뭐하냐 물으셨고 나는 이 상황을 얘기했다. 이 책장까지 보여드리면서, 여기 이렇게 하면 공간 나오겠지? 했더니 엄마는 말씀하셨다.
"이거 하나 놓는다고 이 책들 다 들어가겠냐?"
.... 엄마? ......
그리고 이어서 말씀하셨다.
"그러지말고 옷장에 있는 옷들 중에 버릴 거 다 정리해서 옷장에 책 넣어."
흐음.. 나쁘지 않은 방법이네?
아직 저 책장을 주문하지 않았는데 내가 나사 박고 조립해야 해서 약간 마음 가짐이 필요할 것 같기 때문이기도하고, 무엇보다 자꾸 미루는 이유는 저 책장이 쿠팡에서 주문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름 불매를 이어가는 기업들이 있는데 쿠팡도 그 중 하나란 말야? 멤버십도 아니었다가 얼마전에 피치 못하게 멤버십 또 해버릴 수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쿠팡.. 에서 물건 주문하기 싫어서 네이버 검색했는데, 네이버에서 검색해도 쿠팡에서 판다고 나오는 겁니다. 쩝... 나는 쿠팡 불매를 하고싶다!! 멤버십도 해지할거라고!!
하여튼 2025년엔 책 진짜 덜 사는 걸로 마음먹는다,
고 책탑 페이퍼 쓸 때마다 얘기하고 있네. -.-
위의 [마지막 일터, 쿠팡을 해지합니다]를 사고 싶은데 종이책은 품절이다. 흐음. 전자책으로 읽어야 하나.
이 책 신간 알림이 떳길래 나는 조카용인줄 알았다. 얼마전에 에그박사 똥 이야기 사준 적이 있으므로 그래서 연관되어 나온 책인줄 알았더니, 아니었네, 성인용 과학책이었어. 똥..
궁금하지 않나요.
그런데 정가 44,000 원이다. 일단 보류.. 집에 벽돌책도 안읽고 쌓아둔 게 너무 많으므로.. 벽돌책 하나 읽으면 벽돌책 하나 사는 걸로 해보자.
이런 책 사고 싶어져서 어떡하냐 진짜.
정가 72,000원 1,152 페이지.
아.. 집 안에서는 책 정리가 안되어서 스트레스
집 밖에서는 범죄자가 체포되지 않고 있어서 스트레스.. 전국민 스트레스.. 일하면서 뉴스 소리없이 영상 보느라 스트레스다. 휴우-
월요일의 반나절이 지나고있다. 남은 반나절 동안 좋은 소식이 들려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