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도서, 다문화주의와 페미니즘은 잘 읽고 계십니까? 잘 읽히고 좋은 내용이라서 아주 만족스러운 독서였습니다.
다 읽으신 분들은 읽느라 고생하셨고 아직 다 읽지 못한 분들은 분발하세욧!!
9월 도서 안내합니다. 9월은 '마사 누스바움'의 [교만의 요새] 입니다. 소리질럿!!
교만의 요새는 '성폭력, 책임, 화해' 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데, 그래서 읽기 싫고 그래서 읽고 싶다.
며칠전 트윗의 내 타임라인에서는 친족성폭력에 대한 증언들이 쏟아졌다. 아주 많은 여성들이 남동생, 오빠, 아빠로부터 어릴적부터 성폭행을 당한 경험을 갖고 있고 어떤 여성들은 싸우고 경찰에 신고하고 어떤 여성들은 참고 외롭게 버티어낸 증언들이었다. 나는 그 증언들을 읽다가 너무 힘들어서 내가 수렁에 빠질 것 같아 트위터 앱을 삭제했다. 며칠 있다 다시 들어가자, 하고. 교만의 요새를 읽는 일은 그렇게 잠깐 쉬게 하는 그런 독서가 될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힙냅시다, 여러분.
이어지는 다음 도서 목록은 아래와 같다.
10월, '애나 칭' 의 [세계 끝의 버섯]
11월, '다나카 미쓰', [생명의 여자들에게:엉망인 여성해방론]
12월, '마리아 미즈' , [마을과 세계]
얼마전에 나랑 이메일을 주고받는 남자사람은 내 추천으로 마리아 미즈의 [가부장제와 자본주의]를 읽었다. 감탄하며 읽었다고 추천에 대해 내게 감사했다. 고전이 괜히 고전이 아니라고. 너무나 놀라운 책이었다고 했다. 아무튼 학습능력 좋은 사람이라서 청출어람 이라고 내가 기뻐하고 있다. 으흐흐흐.
여러분, 페미니즘 책읽기를 놓지 말자.
이성애와 성적대상화와 코르셋 강요가 넘치는 이 세상에서 잠깐이라도 페미니즘 책 읽기에 소홀한다면, 페미니즘과 멀어지기는 너무나 쉽다. 정신 단단히 붙들어매고 페미니즘 책 꽉 붙잡고 계속 읽어나가야 한다. 계속 열심히 읽고 단단해지도록 하자. 이 세계를 사는 나 뿐만이 아니라 어릴 때부터 딥페이크에 노출되는 어린 여성들을 위해서도 우리는 페미니즘 읽기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 아는게 힘이고 아는만큼 보이고 알아야 말도 할 수 있다. 책을 읽는 건 그만큼 언어를 습득하는 일이다. 놓지말고 계속 읽자. 힘내서 계속 읽자. 계속 읽고 단단해지도록 하자.
내가 지금보다 젊었을 때, 드넓은 대학 캠퍼스에서 여학생들이 강간을 당하자 대학 측은 모든 여학생에게 해가 지면 밖에 나가지 말라고, 아니면 아예 나돌아다니지 말라고 일렀다. 건물 안에 있어라. (감금은 호시탐탐 여성을 감싸려고 대기하고 있다.) 그러자 웬 장난꾸러기들이 다른 처방법을 주장하는 포스터를 내붙였다. 해가 진 뒤에는 캠퍼스에서 남자들을 몽땅 몰아내자는 처방이었다. 그것은 똑같이 논리적인 해법이었지만, 남자들은 겨우 한 남자의 폭력 때문에 모든 남자더러 사라지라는, 이동과 참여의 자유를 포기하라는 말을 들은 데 대해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리베카 솔닛, p.111
리베카 솔닛의 책에서만 등장하는 얘기가 아니다.
딥페이크 사건이 일어나자 어떤 학교에서는 여학생들을 모아 딥페이크 범죄에 노출되지 않기 위해 온라인에 사진을 올리지 말라고 했단다. 지금 우리가 여자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것이 피해 당하지 않기 위해 조심하라는 것 뿐인가? 리베카 솔닛이 책에서 언급한 '지금보다 젊었을 때' 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단 말인가.
열심히 읽자.
열심히 읽고 열심히 쓰고 열심히 말하자. 중심 똭 잡고 휩쓸리지 말자.
자, 그러면 8월 남은 독서도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독서도 화이팅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