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도 많고 항상 바쁘고 그러다보니 퇴근 때는 녹초가 되기 일쑤. 퇴근길에 여동생이 추천한 영화 <싱글 인 서울>을 며칠간에 걸쳐 보았다. 존재도 몰랐던 영화인데 여동생이 보고 내 생각 난다고 알려준 것. 주인공이 출판사 직원이라고. 곳곳에서 내 생각이 난다기에 나도 보았다.
현진(임수정) 이 다니는 출판사에서는 도시에서의 싱글에 대한 책들을 기획하고 있고 '싱글 인 서울' 에 대해서 논술강사 영호(이동욱)에게 에세이를 써달라 부탁한다. 평소 작가가 되고 싶었던 영호는 그 제안을 수락하게 되는데 그렇게 비로소 작가의 길로 들어서게 되는 거다. 이 시리즈는 '싱글 인 바르셀로나' 라는 책과 셋트가 될 예정인데 싱글 인 바르셀로나를 쓰는 주옥(이솜)은 이미 로맨스계에서 이름난 작가라는 설정이다.
인쇄소, 출판사, 서점이 자주 보이기 때문에 친근하고 등장인물들이 책을 보는 모습도 자주 보여서 좋다. 현진의 본가에도 영호가 혼자 사는 집에도 책장이 나온다. 여동생은 영호의 집 책장을 보고 내 생각이 났다고 했는데 하하하하 영호가 가진 책은 적은데? 내가 가진 책이 훨씬 많다. 작가 되고 싶다면서 책 너무 적은 것 같다 영호야, 쪼렙.. ㅋㅋ 여동생이 내 생각났다고 하는 장면은 나도 영화 보자마자 '아 여기구나' 했던 장면인데, 바로 바로 ㅋㅋ 현진의 차 안 풍경이었다. 현진이 영호 집에 데려다 준다고 타라고 했는데 일단 차 겉에부터 지저분하더니 여니까 차 안이 완전 정리 안돼 지저분해 난리 난리. 영호가 그거 보고 너무 어이없어서 물티슈로 좀 닦아주고 정리해주려고 하자 현진이 그만두라고, 나름 정리된거라고 말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알지알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그거 너무 알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 책장도 침실도 엉망진창이지만 그렇다고 건드리지 마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무튼 나같은 사람은 이게 문제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대로 안하면서 내가 알아서 한다고 하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영화에서 영호는 책을 쓰다가 첫사랑에 대한 질문을 받고 첫사랑에 대한 글도 쓴다. 공교롭게도 바르셀로나 편의 작가도 첫사랑에 대해 쓰고. 처음부터 이 둘이 연관이 있다는 걸 관객들은 알 수 있는데 각자가 회상한 그 당시의 사랑이 사람의 입장에 따라 기억이 왜곡되기도 하고 달라질 수도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영화는 보여준다. 아니 글쎄, 영호의 첫사랑은 젊은 시절 호텔에서 일하면서 만났단 말야?. 그 둘은 연애를 시작했고 같이 책을 읽고 또 글을 쓰고자 하는 욕망도 같았다. 당시 인터넷에 글을 연재하며 댓글을 많이 받던 첫사랑은 자신도 대학에 가고 싶다고, 문창과에 가고 싶다고 말한다. 이미 대학생이었던 영호는 쓸데없이 그런데 뭘 가냐고 문창과 갈 시간에 소설책 몇 권을 더 읽으라고 한다. 나도 들어본 얘기인데, 내가 들었던 건 뭐랄까, 문창과 안가도 충분히 잘 쓸 수 있다는 말로 들렸다면, 영화에서는 그 톤이 달라서 되게 기분 나쁘게 들렸다. 이미 자기는 대학생이면서 대학에 뭐하러 가냐고 하는 것부터가 상대를 좀 밟는 느낌이랄까. 영화속에서 영호가 첫사랑에게 '문창과 갈 시간에 소설 몇 권 더 읽어라'는 조언으로 들리는 게 아니라 상대를 무시하는 잔소리로 들렸다. 그 때 그 말을 듣는 첫사랑의 표정은... 대학생 영호는 돈이 없어 대학에 가고 싶다는 여자친구에게 대학가지 말라더니 돈을 타서 친구들을 만나러 갑니다.... 찐따..... 누구에게나 찐따 시절은 있는 거겠죠.
출판사와 서점이 나오고 책 읽는 모습도 많이 나오고 글이란 쓰는 사람에게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도 나와서 좋긴한데, 결정적으로 영화 속에서 영호와 주옥이 쓰는 책 자체가 내 취향이 아니었다. 내가 안 사고 안 읽을 책임. 인스타 감성의 사진들과 짧은 글.. 으.. 별로입니다. 나중엔 편집장이었던 현진이 책을 내는 것도 나오는데, 오히려 그 책이 더 좋을 것 같았다. 싱글 인 서울 이라니. 제목부터 안 읽을 책임 ㅋㅋㅋㅋ 이동욱이 정말 그 책 써도 나는 안 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렇지만, 내가 써볼까? 나야말로 싱글 인 서울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영화속에서 내가 제일 좋아한 장면은, 그러니까 첫사랑과 재회한 영호가 공항에 그녀를 배웅하러 간다. 오만년만에 재회해서 서로의 기억 때문에 얼굴 붉히긴 했지만, 그래도 헤어지면서 미안하다 잘가라, 이러면서 마지막 포옹을 한단 말야? 마지막 포옹을 하면서 첫사랑이 영호의 등을 톡톡 두드리다가 그 손이 점점 내려와서 엉덩이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그 장면이 제일 좋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영호가 "아 진짜 정말!" 이러고 포옹을 푸는데, 나는 오래전에 헤어진 연인이 잠깐 우연히 재회했다가 헤어지면서 포옹하고 그리고 엉덩이로 손이 내려가는.. 그 부분에서 여성의 장난끼가 너무 느껴져서 너무 좋았다. 언젠가 반드시 꼭 써먹어야지! 다짐했다. 그러려면 일단 헤어진 놈을 다시 만나야...... 아, 어렵구먼.
그나저나 이동욱 너무 잘생겼는데 잘생긴거 너무 잘 알겠는데 왜 나는 매력을 1도 못느낄까? 비참하다. 역시... 나는 못생긴 남자가 취향이란 말인가... orz
간식으로 생크림과 팥이 잔뜩 들어간 커피번을 먹었는데 ㅋㅋㅋ 점심 뭐 먹지 ㅋㅋㅋㅋㅋ 느끼한 거 피해야 하나 ㅋㅋㅋㅋㅋㅋ 뼈해장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