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권력》을 읽기 위한 준비 도서인 《경계에 선 줄리아 크리스테바》를 어제 가까스로 완독했다. 이걸 빨리 읽고 공포의 권력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래야 1월 안에 읽을 수 있다! 하고. 그렇게 꾸벅꾸벅 졸면서 간신히 끝내놓고 만세!! 하고 오늘 아침 지하철에서 공포의 권력을 다시 펼쳤다. 어떤 자신감이 내 안에서 솟아났다. 나는 이제 능히 이해하지 못할 것이 없써!!!
그러나 입문서 읽은 나는 어디에??????????????????
또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하아.. 뭐여 시방 이거슨..... 나는 형광펜까지 한 손에 쥐고 각잡고 읽기 시작했지만 연신 뭐여, 뭐냐.. 이렇게 읽다가, 어휴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한 이후로 처음으로 완독하지 못하는 책이 생기는 것인가, 절망하다가 다시 글자 읽으면서 뭔말이냐, 이러다가 고개를 들어 지금 여기가 어딘지 보았고, 나는 내가 내릴 역을 지나쳤다는 것을 알게 됐다. 오
마이
갓
아니, 그러니까 재미있어서 내릴 역 지나치는 건 자주 있던 일이지만, 너무 어려워서 '뭐여 뭐여' 이러다가 지나치게 되는 일도 있네요? 새로운 경험, 새로운 깨달음! 짜릿해!!
는 뻥이고 하나도 안 짜릿하고 피곤하다... 얼른 남부터미널 역에 내려서 반대편으로 총총총 건너가 다시 타고 돌아왔다. 아 우울하네. 아침부터 이게 뭐야. 책은 어렵지 내릴 역은 지나쳤지. 빵이나 사자.
우울해서 빵을 샀어...
공포의 권력도 그렇고 경계에 선 줄리아 크리스테바도 그렇고 읽다가 자꾸 다른 책을 집어들게 한다. 흑흑. 너무 어려워서요. 그래서 자꾸 짜릿한 책을 집어들게 되네요?
《하우스 메이드》엄청 재미있게 읽고 오오 간만에 재미있었네, 하고 남동생 빌려줬는데, 어제 남동생으로부터 문자메세지가 왔다.
<하우스메이드 졸라 재밌다. 책장 넘어가는 게 아까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난번에는 뭐였지? 퀴즈쇼였나? 그 책 읽고 나한테 전화해서 엄청 뭐라고 했다.
<생각 안하고 주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내가 아니, 그게 새 책인데, 나도 너가 재미없을 줄 알았는데, 팔건데, 그래도...
<팔기 전에 아까워서 한 명이라도 더 읽히고 싶었냐?>
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여덟건의 살인사건은 내가 읽을라고 읽은게 아니고, 내가 엊그제였나, 뭣땜시 책장에서 뭔가를 찾아야했는데(뭔지 기억이 안남) 그 때 이 책을 똭 !! 본 것이다. 읭? 나한테 이 책이 있어?? 내가 샀어? 나는 내가 피터 스완슨을 또 살 거라고 생각을 안했기 때문에 당황했다. 일전에 피터 스완슨의 《죽어 마땅한 사람들》을 읽고서는 흐음, 더 안읽어도 되겠군 했던걸로 기억하는데, 이 책이 왜 여기에 있죠? 여하튼, 그렇다면 빨리 팔아치우자, 하고 꺼내서 읽었는데, 오!!
재미있는 겁니다. 재미있어요. 홀랑홀랑 책장이 잘도 넘어갑니다.
게다가 8건의 완벽한 살인사건은 추리책 서점을 운영하는 남주가 만든 리스트다. 자기가 생각하기에 완벽한 살인이 등장하는 책들의 리스트를 만들어본거다. 당연히 그 책들에 대한 설명이 나오겠쥬? 나는 그중에 급박한 마음으로 한 권을 사고 오늘 또 한 권을 장바구니에 넣어두었다. 그것은 다음주 책탑으로 만나보실 수 있어요. 샤라라랑~
재미있게 읽긴 했지만, 좀 찜찜하다. 아마 그래서 일전에 한 권 읽고 다시 안읽어도 되겠다고 생각한 것 같은데. 뭐랄까. 음. 이번 책에서도 그렇고 보통사람에게 살인이 너무 쉽게 찾아왔다고 해야 하나. 물론 그것으로 인해 죄책감을 갖고 살게 되지만, 음, 명쾌하지 못한 기분이다. 이 책에서도 역시 죽는 사람들, 살해당하는 사람들은, 선하기만 한 사람이 아니라 어떤 부분 '죽어 마땅한' 사람들이다. 나 역시 어떤 사람들은 죽어 마땅하다고 생각하고 가끔 분노에 차 부르짖기도 하지만, 음, 잘 모르겠다. 죽어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건, 누구의 기준일까. 게다가 설사 그것이 대부분 사람들의 보편적인 생각이라 하더라도, 그래도 될까? 아, 물론 책속 등장인물들이 그래도 된다고 독자를 설득하려고 하는 건 아니다. 내가 찜찜한 건 이 부분이 아니다. 이건 작가도 생각하라고 넣어둔 것 같고 독자 역시 생각하며 읽을 테니까. 그보다는 음, 살인이 너무 쉽게 이루어지는 부분에 있어서랄까. 분명 추리소설에서 살인은 단골로 등장하는데, 어째서 피터 스완슨의 책에서는 약간의 찜찜함이 남는걸까? 엄청 재미있게 팔랑팔랑 읽었는데 고런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 어제 감은빛 님의 페이퍼에서 알게 돼 기사를 하나 찾아 읽었다.
모으다 보니 2만 권 그 남자의 아파트엔 사람 없이 책만 산다
기존에 알라딘 MD 로 일하셨던 분인데, 일전에 알라딘 무슨 행사 갔다가 나도 잠깐 인사를 드린 적이 잇었더랬다. 독자와의 만남이었나 무슨 행사였는데, 하도 오래돼가지고.. 최근 트윗을 보면서 아 이 분 출판사 가셨나보구나, 했는데 알라딘 퇴사하고 출판사 들어가셨나 보더라. 여하튼 그간 사모은 책이 2만권 이라는 게 아닌가! 2천권도 아니고 2만권!!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난 역시 쪼렙이었어!
우리집에 있는 책들 귀요미! 쪼꼬미!! 나는 쪼렙!! 살 때마다 이래도 되는 것인가 할 게 뭐있담? 2만권도 아닌데!!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나는 책을 더 사도 된다!!
그러나 저 분은 책을 위한 집이 따로 있고
나는 없지.
인생..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책이나 사러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