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인류애는 있지만 사랑을 하지는 않는 사람인 것 같다. 나는 세상 사람들이 각자 저마다의 이유로 기쁨과 행복을 찾길 원하고, 자기 몫을 잘 살기를 바란다. 그렇게 되는데 내가 도울 일이 있다면 기꺼이 돕고 싶을 정도로 오지라퍼 이지만, 그렇다고 그들을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 또한 다른 어떤 특별한 개인을 더 사랑하게 되는 일도 별로 없다. 앞으로도 내가 사랑이란 걸 할 일이 딱히 없을 것 같다. 나는 내 조카들을 사랑하고 내 동생들을 사랑하는데, 그것만으로도 내게 사랑은 이미 충분하다. 주는 것도 받는 것도 모두. 사랑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요즘엔 부쩍 외롭다고 느끼지만, 그것은 내가 사랑하고 싶은 외로움이 아니다. 이 세상에 내가 온전히 혼자라는 외로움이다. 우리는 누구나 외롭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을 알고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이고. 나는 그걸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언제나 잘 하고 있는 건 아니다. 어떤 때에는 내가 혼자라는 생각이 너무 심하게 찾아와서 좀 힘들 때가 있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힘든 와중에도 안다. 이렇게 강렬한 외로움은 받아들여아 하고, 그리고 결국은 또 지나갈 것이라는 것을. 물론, 다시 찾아오겠지만.
일전에도 웃음에 대해 얘기했지만, 나에게 웃음은 웃겨서 웃는 것이 아니다. 나는 재미 없어도 안웃고 상대가 마음에 들어도 웃지 않는다. 도무지 웃음이 나오질 않는다. 남들이 다 재미있다고 웃어도 나는 그 웃긴 말을 한 사람이 좋지 않으면 웃어지질 않는다. 누군가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은 웃김보다 위에 있고 더 크다. 너가 별로면 아무리 웃긴 애기를 백날 천날 해봤자 나는 웃지 않는다. 그리고 내가 상대를 웃기고자 할 때, 내가 먼저 웃는 일도 없다.
이런 나를 웃게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바로 내 조카들이다. 조카들이 웃겨서 웃는게 아니라, 조카들이 좋아서 웃는다. 애기하는 내내 웃게 되고 생각하면 웃게 된다. 아직 세살도 안된 조카가 나에게 웃긴 얘기 할 게 뭐가 있는가. 일단 조카 얼굴을 보면 나는 웃게 된다.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아도 그저 존재만으로 웃게 하는 거, 이게 사랑 아닌가. 그 사랑 때문에 나는 내 조카들을 보고 웃는다. 말하지 않아도 웃고 생각만으로도 웃는다. 물론 그들이 말하는 동안에도 내 표정은 밝다. 그런데,
나는 오늘, 아 내가 조카들 말고도 그저 보는 것만으로 웃는 사람이 있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었다. 뭐 딱히 새로운 깨달음은 아니고, 이전에도 알고 있었지만 이번에 더 후려쳤달까. 그 사람을 보자마자 아무 말도 안햇는데 내가 웃고 있더라. 아무 말도 안했다고, 아무 행동도 안했다고. 그저 보았을 뿐, 그는 그저 등장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내가 웃고 잇는 거다. 등장만으로 웃고 있어. 아, 이게 사랑인데. 이거 바로 찐사랑인데. 나는 알았다. 내가 조카들 외에 이렇게 보는 것만으로도 웃는 건, 이 사람이 유일하다는 것.
그렇다.
나는 엄마 와빠외 [메그2]를 보았고, 처음에 제이슨 스타뎀이 그저 모습을 보인 것만으로도 웃고 있었다. 그가 뭔가 하는데, 쟤 왜저러냐 엄마 아빠가 말할라치면 '다 까닭이 있겠지' 내가 말하며, 절대적인 신뢰를 보이며 그를 보고 웃고 있었다. 그가 일단 저 영화 안에 있는 동안, 모든 문제는 해결될 것일지니. 저 사람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다. 저사람은 의리가 있을 것이고, 혹여나 저 사람이 의리 없는 잔인한 행동을 한다면, 그건 그래야 했기 때문일 것이다.
아니, 그리고 첫등장 턱걸이 무슨 일이야.
나 기절 시킬라고 작정함? 영화의 첫장면이 제이슨 스타뎀의 턱걸이다. 하아- 나 숨 못쉬라고 그러는 거? 나 집중 공략이여?
나는 영화 시작 1,2 분 만에 제이슨 스타뎀에 대한 내 사랑을 절절하게 깨닫는다. 아, 사랑이었어. 사랑이었다. 와 진짜 이런거 오랜만이네. 조카들 말고 그저 등장만으로 나를 계속 웃게 하는 사람, 진짜 오랜만이야. 예전엔 칠봉이가 그랫는데, 칠봉이는 내곁에 없지. 칠봉이보다 제이슨 스타뎀이 낫구나. 제이슨 스타뎀은 칠봉이보다 오래, 한결같이 나를 웃게 한다. 오, 제이슨 스타뎀!!
내가 제이슨 스타뎀을 좋아한다.
열네살 아이에게 '널 걱정해야 되면 내가 다른 걸 할 수가 없으니까 제발 안전한 곳에 있어' 하는데, 진짜 너무 좋아서, 제이슨 스타뎀이 내 연인이어도 좋겠지만 제이슨 스타뎀이 내 아빠여도 좋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제이슨 스타뎀하고 베스트 프렌드 절친이면 더 좋을 것 같고. 제이슨 스타뎀하고 친구라면 오랜만에 만나 반갑다고 인사할 때 포옹도 하고 그럴 수 있을 텐데. 흑흑. 아니 진짜 너무 좋아가지고, 일단 나랑 친구하면 나를 좋아하게 만들 자신이 내게는 잇는데. 그렇게 하는 건 일도 아닌데. 진짜로. 나 좋아하게 만들 수 있는데, 나의 존재를 모르네. 하아. 진짜 너무 좋다. 영화 병맛인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영화 진짜 비추다 비추 ㅋㅋㅋㅋㅋㅋㅋㅋ아이구 깜짝이야, 제이슨, 각본 안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메그1 엄청 재미있어서 나 두 번 봤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메그2 무슨 일이야. 대왕문어(여러분의 상상을 초월한다)+공룡(네?)+메갈로돈 의 쓰리콤보, 하모니.... 샤라라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루할 수 있는 영화라니. 나보다 먼저 이 영화 본 여동생이 1편에 못미친다고 했는데, 아니 진짜 이게 뭐여 시방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제이슨 스타뎀은 만세다. 그는 나를 웃게 한다. 나 요즘 웃을 일 없었는데, 진짜 누구 좋아서 웃는 일 없었는데, 제이슨, 당신이 나를 웃게 했어요.
영화 다 보고 여동생하고 통화하면서 이 얘기 했다.
-동생아, 나는 조카들 말고 좋아서 웃는 사람이 없었거든. 그건 사랑이잖아.
-그치.
-그런데, 조카들 말고도 나를 웃게 하는 사람이 있더라고. 보는 것만으로 그냥 웃게 하는 사람.
-그게 제이슨이야?
-응.
여동생은 자지러지게 웃었다. 하아- 내 사랑이 웃겨?
제이슨 보면서 생각했다.
아니, 등장만으로 나를 웃게 하는 사람이 세상에 또 있던가.
그러다 한 명 더 떠올렸다.
잭 리처.
조카들 말고 내가 보는것만으로 웃음 지을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딱 둘이 더 있구나.
제이슨 스타뎀, 그리고 잭 리처.
샤라라랑~
잇 머스트 해브 빈 러브.
그것은 사랑이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