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리처를 읽었다.
내가 읽고자 한 잭 리처는 최신작 《출입통제구역》이었고, 책등의 위만 보고 꺼내들면서 당연히 그 책일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펼쳐서 첫 장을 읽는데 잭 리처가 군인 재직시절 훈장을 받고 '다시 학교에 가게' 이런 명령이 떨어져서, 응? 학교? … 내가 읽는게 설마 그 스쿨 … 그것인가? 하고 책 표지를 다시 보니, 이 책 《나이트 스쿨》인 것이다. 아니, 이젠 하다하다, 내가 뭘 읽는지도 모르면서 책을 읽고 있네. 오, 신이시여. 저를 어쩌면 좋습니까?
출입통제구역으로 바꿀까, 하다가 이 놈도 잭 리처 저 놈도 잭 리처인데 아무 잭 리처 면 어떠냐~ 하고 그냥 읽었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임무수행 열나 잘해 훈장 받았던 잭 리처에게 이번에도 역시 극비의 임무가 주어진다. 저기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모종의 거래를 하는데 그 거래금액이 몹시 크고 수상하니 그 사람은 누구이고 뭘 거래하는지 밝혀내라는 것. 백악관의 직접 지시이며 FBI 와 CIA 에서도 뛰어난 요원들이 차출되어 잭 리처와 함께 한다.
뽑힌 요원들은 각자 도와줄 부하직원도 불러들이는데 잭 리처는 '니글리' 라는 군인을 불러들인다. 아니 니글리가 자기 부를 줄 알고 제 발로 찾아왔지만. 니글리도 잭 리처 만큼이나 추측도 잘하고 감도 좋고 신체를 이용한 싸움도 엄청 잘해, 다음에는 니글리 시리즈가 만들어져도 좋겠다. 그런데 내가 하려고 한 말은 그게 아니고,
이 요원들을 불러들이고 임무를 준 사람은 '싱클레어'라는 여성인데 국가안보위원회에서 나왔다. 엄청 지적이고 아름답고 좋은 집에 살고 리처보다 연상. 내가 지금 이걸 왜 말하냐면, 이 요원들 팀에 여자성별이 둘인데 이 둘다 리처를 좋아하는거다. 그런데 이 둘다 리처에게 '나는 네가 좋아 알러뷰 하트 뿅' 하는 건 아니고,
싱클레어는 싱클레어 대로 '니글리는 당신에게 푹 빠져있어요' 이러고
니글리는 니글리대로 '싱클레어는 당신을 좋아해요' 이러는거다.
어처구니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른 남자들은 뭐 다 허수아비임? 한남임? 그렇지만 이해합니다. 나도 잭 리처를 좋아하니까요. 아무튼 저 여자가 너 좋아해 하고 또 저 여자가 너 좋아해 하니까 그렇다면 이중에 한 명하고 자긴 자겠는데 그게 누구냐, 하면 나는 니글리가 아니기를 바랐다. 이건 싱클레어이기를 바랐다와는 다른 느낌이다. 나는 싱클레어랑 자기를 바란 게 아니라, 니글리랑 자지 않기를 바랐다. 왜냐하면, 잭 리처의 직급이 더 위니까. 이런 상태에서 자면 어떤 찜찜함 한조각이 남을 것 같은거다. 그러니까 군인 신분에서 둘중 누군가가 자유로워졌다면 괜찮은데, 같은 직업에 몸담고있고 위계가 있는 상황에서, 또 지금 다른 사람들과도 팀을 이루고 있으면서 이 둘이 자는 건 좀 아닌 것 같은 거다.
그간 읽은 잭 리처는 '이건 좀 아니지 않나' 하는 내 감각을 갖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지마' 라고 내가 속으로 얘기하면 잭 리처는 그러지 않았다. '이건 좀 말해야 되는거 아니냐' 하면, 잭 리처는 말하고 있었다. 하 쉬바. 좋아할 수 밖에 없어. 그래서 잭 리처는 싱클레어랑 잤다. 연상의 여자.
잭 리처 너무 좋지만, 잭 리처 읽는다고 내가 딱히 책 속 등장인물들이 되지는 않는다. 다만, 이렇게 스쳐지나가는 남자를 어쩌면 좋을 것인가, 에 대해서는 번번이 생각하게 된다. 잭 리처 자체가 역마살 넘쳐 흘러 이에 저에 떠딜 닙다이, 한곳에 정착하지 못하는데, 그렇다면 그 상대의 여자는 어떨것인가 싶은 거다. 그동안 잭 리처가 만난 여자들 모두 잭 리처에게 가지말라고 떠나지 말라고 나를 이렇게 제발 울리지 말라고 하지도 않고, 떠난 잭 리처를 12월 32일이다 33일이다 니가 올 때까지 나에겐 항상 12월이다, 이러면서 기다리지도 않는 것이다. 다들, 어쩜 그래요?
능력있는 정부의 인재 싱클레어는 나랑 닮은게 이빨에 낀 고춧가루 만큼도 없지만, 싱클레어는 이제 어떻게 사나 싶어졌다. 이 멋진 남자랑 극도의 쾌감을 몇차례 나눴는데 세이 굿바이, 사요나라, 잘가, 이거 어떻게 가능한 부분 … 잭 리처도 쿨하게 떠나니 나도 쿨하게 굿바이, 할 수 있는 것인가. 뭐, 나란 여자도 가지 말라고 떠나지 말라고 나를 이렇게 제발 울리지 말라고 한 적 없지만, 그래도 어떻게 다들 그래요? 왜 그렇게 세상 쿨한 여자들만 만나? 집착 쩌는 여자는 만나지 않네? 어쩌면 잭 리처에게 촉이 있어, 집착할 것 같은 여자에게는 육체를 허락하지 않는 것인가.
잭 리처 외전 쓰고 싶다.
그러나 잭 리처가 돌아오는 그 어떤 곳의 그 어떤 여자 사람에 대해서 …
어제 점심시간에 로맨스 영화 조금 봤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와, 로맨스 영화 보면서 여자주인공 나같은 거 처음봐. 그러니까 젊지도 않고 예쁘지도 않고 딱히 돈많은 것도 아니고 몸매가 좋은 것도 아닌 그런 여자가 나오는 것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서 남자도 배나온 남자를 …… (이건 좀 슬프네요)
아직 다 못봤으니, 이건 다 보고나면 다시 페이퍼 쓰도록 하겠다.
그나저나 점심은 뭘 먹지? 초조하다, 뭘 먹을지 못정해서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얼마전에 여동생이 초등생인 둘째조카 학교 담임쌤을 만났는데, 아이를 서울에서 공부시키는 게 어떻겠냐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며칠전에는 학원쌤과 면담했는데, 영재 테스트를 받아보는게 어떻겠냐는 말을 들었다고. 그런 대화가 오고가는 가운데, 나랑 남동생은 이런 대화를 나눴다.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야근하고 퇴근하다가 너무 웃겨서 웃었다. 이렇게 지치고 피곤한데 남동생과의 대화가 너무 웃겼고, 그게 너무 좋았다. 가족사랑 뽀에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