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 선 페미니스트 - 페미니스트 법 이론
낸시 레빗.로버트 베르칙 지음, 유경민 외 옮김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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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한 남자사람에게 그런 애길 한 적 있다.

페미니즘 내에서도 여성들은 수많은 다른 입장들을 비판하고 치열하게 고민하고 싸우며 더 나은 길을 찾으려고 하는데, 페미나치다 꼴페미다 하면서 단지 사랑받지 못하는 여성들이라고 생각하는 남성들은 크게 도태될 거라 생각한다고. 너무 안일하게 살고 있다고 말이다. 한쪽은 계속 고민하고 그래서 여러 이론들을 주루룩 내세우며 세상을 보는데, 그런데 그런 여성들에 대해 손가락질만 하다니. '내 기분이 나빠서' 그게 잘못된 거라고 생각하고 그 자리에 멈추는 거, 그건 멈춤이 아니라 뒷걸음질이다. 가만 있는 동안 다른 사람들은 계속 들여다보면서 앞으로 가고 있으니까.


이 책, 《법정에 선 페미니스트》는 페미니즘의 수많은 이론들을 법에 적용시켜 어떤 판결이 있었는지 또 사례들을 가지고 나와 보여준다. 오타가 좀 많아서 별 넷 줬다가, 그러나 로 대 웨이드의 그 뒷이야기를 내가 이 책이 아니면 어떻게 알았겠는가 싶어 다시 별을 올렸다.


이 책의 결론 부분에서 '낸시 레빗'과 '로버트 베르칙'은 여성의 교육에 대해 언급한다. 한 소녀를 교육시키는 것은 한 가정을 교육시키는 것과 같고, 그것은 결국 세상을 바꿀 커다란 힘이라고. 나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세상의 많은 어린 여자들이 교육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여성성 신화》의 베티 프리단도 그 책의 결론 부분에서 교육의 중요성을 얘기했었다. 여자들아, 공부해라. 신부수업 같은 거 말고, 남자들이 대학에서 받는 그런 공부, 그런거 해라! 하고 말이다. 그러니 교육의 중요성은 계속 강조해도 되리라.


상대적으로 남성들에 비해 교육을 덜 받는 어린 여성들의 교육에 대한 중요성이야 더 말해 뭐하겠는가. 맞아, 그래, 이게 답이다. 공부하자!, 공부시키자! 이러다가, 마지막으로 언급된 경제문제에서 나는 뒤통수를 맞는다. 세계의 빈곤에 대해서 듣거나 읽게 되면 그 때는 그 심각성을 인지하다가도 돌아서면 잊곤 한다. 아마도 나는 세계의 빈곤을 언급할 때 들어가는 부류의 사람은 아니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이 책에서 또 언급된다. 


경제 발전 


이러한 문제들 아래에는 경제 자원의 문제가 있다. 여성들의 가족과 경제 상황과 관련된 선택을 제한하고 강제 노동, 신체적 학대, 지적 빈곤 등의 수모를 견디도록 하는 것은 여성의 상대적인 경제 자원 부족이다. 그러므로 이제 많은 페미니스트들이 세계경제 발전을 여성해방의 열쇠로 강조하는 것은 놀랍지 않다.

경제 발전에 대한 강조는 개발도상국에서 "평등한 권리"는 그 자체로 대부분의 여성들의 삶을 개선시킬 가능성이 적다는 인식을 나타낸다. 한 가지 이유는 극빈자들 사이에서 권리에 대한 약속은 물질적 재화에 대한 약속만큼 즉시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집에서 나갈 수 없고 나가는 경우 돌팔매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인도 과부에게 균등한 임금의 권리가 어떤 이익을 가져다주는가? 매일 10시간씩 식사를 준비하고 물을 모으는 방글라데시 소녀에게 교육권은 무엇인가? -p.307


마사 누스바움은 어떤 본질적인 활동을 하거나 즐길 수 있는 실질적인 능력을 바탕으로 여성의 복리를 측정하려고 하는 "역량 접근법"으로 불리는 모델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었다. 역량 접근법은 현재 유엔 개발 프로그램의 인간 개발 보고서에 의해 정기적으로 채택되고 있다. 누스바움 교수의 최소한의 역량 목록에는 음식과 보금자리를 얻고, 자신의 신체를 통제하며,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고, 일자리를 찾고, 재산을 소유할 수 있는 능력이 포함된다.

목록은 극도의 가난뿐만 아니라 여성 생식기 절단 및 인신매매와 같은 다른 많은 악습으로부터의 보호 역시 제안한다. 이 모델의 국제주의적 관점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결국 서양의 전통에 바탕을 둔 보편적 권리의 개념으로 되돌아간다. 그러한 접근법이 여성의 복지에 대한 개선된 척도에 해당되는지, 아니면 특정한 문화적 관점을 부적절하게 채택하는 것인지 여부는 향후 논쟁의 대상이 될 것이 분명하다. -p.311


책을 읽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이것도 그 이유중 하나인 것 같다. 

돌아서면 잊게 되는 것들을 계속 상기하기 위해서.

모르면 함부로 말하기 너무 쉽다. 모르면 욕하기 쉽다. 그러나 알면 그렇지 않다. 알기 위해서, 잊는 일들을 다시 꺼내오기 위해서도 책은 읽어야 하는 것이다. 모르는 것보다는 아는 쪽이 행동에 더 가까워진다고 나는 믿는다.


여러분, 책을 읽자. (사실 여기에서 이 리뷰 읽는 사람들이라면 이런 말은 필요 없을 것이고, 이런 말이 필요한 사람은 이 글을 볼 리도 없겠지 …)



이번달도 완독했다. 만세! 내가 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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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 2023-06-28 0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얼른 시작해야겠어요
반납일이 목줄을 당기네요!

아... 결국 돈인가요..
사랑도 그렇고 교육도 그렇고 결국 돈으로 귀결되는 ...

다락방 2023-06-28 09:03   좋아요 1 | URL
저 이 책 시작하면서 <긴즈버그의 말> 같이 읽으려고 꺼내두었는데요, 이 책을 다 읽고 덮으면서는 ‘장 지글러‘의 책 중 아무거나 다시 한 권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은하수 님, 화이팅 입니다. 뽜이팅!!

잠자냥 2023-06-28 08: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가 바로 그런 생각에서 먼 나라의 소녀들*만* 콕 찝어서 후원하는 것입니다. 흠흠!

다락방 2023-06-28 09:02   좋아요 4 | URL
오 잠자냥 님은 고양이 단체에도 후원하시지 않나요? 평소 관심있는 분야에 사람들은 후원하는 것 같거든요.
저도 여성단체들과 아이들을 위한 곳에만 후원하고 있습니다. 세계의 소녀들이여, 우뚝 서자!!

잠자냥 2023-06-28 11:34   좋아요 3 | URL
괭이도 하고 인간 소녀도 하고… 학교 졸업시킨 소녀도 있습니다. 그들은 날 모르지만 괜찮아!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6-28 09:18   좋아요 4 | URL
소녀들아 무럭무럭 자라서 잠자냥 님의 기운을 받고 강인한 여성이 되도록 하자. 빠샤!!

단발머리 2023-06-28 10: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수고많으셨어요, 다락방님! 완독 축하드립니다.
처음에 제목이 법 이론이라 딱딱할 줄 알았는데(사실 딱딱함), 법의 여러 사례들이 얼마나 우리의 삶과 연관되어 있나 생각하니 법도 놓치면 안 되는 부분이구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오늘부터 파티!!!

다락방 2023-06-29 08:42   좋아요 1 | URL
저는 마지막 부분에서 소녀의 교육을 말하고 경제문제를 언급하는게 참 좋더라고요. 교육이 답이라는 건 단발머리 님 글 읽고 아 그렇게 나오겠구나 알고는 있었지만, 책 본문을 통해 확인하는 건 또 그대로 짜릿하더라고요. 역시 교육이 답입니다! 저는 경제문제 언급에서 또한번 생각했어요. 나는 이대로 살아도 좋은가, 다른 식의 삶을 살아야하는건 아닌가 생각하게 됐어요. 예의 장 지글러 생각이 나면서 …

어제는 말씀대로 파티했어요! 책 끝내서 파티는 아니고, 아버지 퇴원하셔서 파티했어요. 비록 아버지는 못드시는 음식이 너무 많고 술도 못드시지만 ㅋㅋ 저는 와인 따라놓고 파티했어요! 껄껄.

미미 2023-06-28 11: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하려던 말을 단발머리님이
다 하셨네요ㅎㅎ 다락방님 이번 책도 넘 좋았습니다!! 저도 오타 때문에 몇번 당황했지만 그것들을 상쇄할만한 지점들이 더 많았죠.
역사이래 교육받지 못했던 여성들로 인한 전지구적 손해가
어마어마했을거예요. 책을 읽자!
공부를 하자! 아자아자!!

다락방 2023-06-29 08:44   좋아요 2 | URL
네, 미미 님. 뒤에 후기 보면 번역 부분에서도 그렇고 공동저자 모두가 굉장히 애를 써서 책 한 권으로 만들어낸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타는 수시로 툭툭 튀어나오더라고요.
미미님 말씀처럼, 오래전부터 남성에게 허락된 교육만큼 여성에게도 똑같이 허락됐더라면 세상은 지금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아 너무 억울하고 원통하네요 ㅠㅠ

미미님, 공부합시다. 지금처럼 우리는 계속계속 공부합시다. 직접적인 지원도 좋지만,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어른 여성도 나름의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합니다. 공부합시다. 아자!!

독서괭 2023-06-29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돌아서면 잊게 되는 것들을 계속 상기하기 위해서. -> 정말 공감합니다!!
이 책, 너무 비싸서 사진 않고(그렇게 두껍지는 않던데 왜 이렇게 비싼 걸까요?;;) 빌려왔습니다.
로 대 웨이드 판결 뒷이야기 궁금한데 그 궁금함을 동력으로 읽어보려고 다락방님이 언급하신 글 일부러 안 읽었고요ㅋㅋ
다락방님 짱짱짱!!

다락방 2023-06-29 14:25   좋아요 1 | URL
아마도 역자가 여럿이라 책이 비싼게 아닐까 싶지만 사실 왜 비싼지 저도 잘 모르겠고요. 책이 너무 비싸서 같이읽기 도서로 선정하기 좀 망설여지더라고요. 벽돌책도 아닌데 ㅠㅠ
독서괭 님도 빌려오셨군요. 독서괭 님의 독서를 응원합니다!! 그리고 로 대 웨이드 진짜 너무 대충격 ㅠㅠ
마음 다잡으세요. 하아-

독서괭님 짱짱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