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인 정기구독을 해지하고 가끔 보고 싶을 때 사서 보고 있다.
언제나 가장 먼저 펼쳐 읽는 건 <새로 나온 책> 코너인데, 이 코너를 보다가 사고 싶은 책이 생겨 사고 또 읽게 된다.
이번 시사인에서 눈에 띈 책이 몇 권 있는데 일단 가장 놀라운 책은 '발 플럼우드'의 《악어의 눈》
'악어는 지구상에서 인간을 잡아먹는, 몇 남지 않은 주요 포식자(p.68)'라는 문장으로 이 책의 소개가 시작된다. 그러니 나는 아, 악어에 대한 책, 그러니까 포식자로서의 악어에 관한 책이로구나, 생각한다. 세상에 고양이에 대한 책도 많고 개에 대한 책도 많고 원숭이에 대한 책도 있고 고래에 대한 책도 있으니 악어에 대한 책도 있을 수 있지. 고양이와 함께 사는 사람들이 경험담을 에세이로 녹여내기도 하고 고래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고래에 대한 인문학 책을 내놓기도 한다. '주요 포식자'라니, 그렇다면 이것은 악어랑 함께 살아가는 사람의 에세이는 아닐 것이고, 악어를 연구하는 사람의 책이겠거니 하는데, 아니, 세상에, 이런 구절이 있다.
'저자는 죽음의 소용돌이(악어는 사냥감을 탈진시키거나 익사시키기 위해 입에 물고 물속에 들어가 회전시키는 '죽음의 소용돌이'라는 사냥 기술을 쓴다)를 세 번이나 당한 뒤에 악어의 턱에서 빠져나와 살아남았다. 이 책은 포식자에서 먹이로 전락한 인간의 생생한 생존 서사다' -시사인 810호, p.68
네? 뭐라고요? 악어의 턱에서 빠져나온 사람의... 생존 서사?
와, 뭐 이런 사람이 다 있고 이런 경험이 다 있고 그리고 이런 책이 다 있지?
악어로부터 사냥을 당한 경험 자체도 흔치 않을 것이고, 그로부터 살아남는 것도 흔치 않을 것인데, 그런데 심지어 살아남아 그걸 책으로 써냈다니.. 너무나 .. 놀랍지 않은가. 세상엔 다양한 사람이 존재하고 그 수만큼의 이야기가 존재하겠지만, 악어로부터 살아남아 생존서사..를 쓰는 사람이 있다니. 아무리 놀라고 놀라도 언제나 놀랄 게 있는 이 세상은 어메이징 월드..
아, 여러분 더 놀라운 사실을 알려줄까.
이 책의 저자 '발 플럼우드'는 '호주의 페미니스트 생태학자' 이며, 그렇다, 여성이다!!
또 한 권의 책은 '로버트 맥팔레인'의 《산에 오르는 마음》이다.
몇몇 산을 나 역시 등산해보기도 했고(어느 산이었던가 6시간에 걸려 오르고 내렸던 적도 있다) 또 지역의 가까운 낮은 산은 수시로 오르긴 하지만(이라기 보다는 둘레길), 그러나 아주 높은 산에 등반해보고 싶은 그 마음에 대해서라면 알것 같기도 하고 모를 것 같기도 하다. 등산하는 사람이 존재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끊임없이 그걸 원한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그러나 내가 그 마음을 궁금해해본 적은 딱히 없는 것 같다. 세상 어딘가엔 저런 사람들이 있지, 정도가 내가 산을 오르는 사람들에 대해 가진 태도였던 것.
그러다 리뷰대회 덕에 읽은 '제임스 설터'의 《고독한 얼굴》로 인해 산을 오르는 마음이라는 것에 대해 궁금해졌다. 그 책을 읽으면서 내가 생각한 건, 그것은 삶에 대한 의지였던 것이다. 단순히 높은 곳에 오른다는 도전의식 보다는 그걸 오르면서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몸의 감각, 한 발 더 내딛거나 버티고자 하는 의지. 이런 모든 것들에 나는 강한 인상을 받은 거다. 그러면서 그 마음이 더 잘 알고 싶어졌는데 그 때 다정한 알라디너로부터 '존 크라카우어'의 《희박한 공기속으로》를 추천받아 사두기도 했다. 궁금했으니까. 알고 싶었으니까. 그런 참에 이번호 시사인에서 《산에 오르는 마음》이란 책의 소개를 보게 됐다. 이 책의 저자 '로버트 맥팔레인'은 세계적인 자연 작가 라고 한다. 자연 작가 라니, 자연 작가가 등반의 역사를 썼다니. 아, 이 세상은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한다!!
<기자가 추천하는 책> 코너에서 '이은기 기자'는 '봄날'의 《길 하나 건너면 벼랑 끝》을 추천했다.
기자는 최근 화제가 된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를 본 후 이 책이 생각났다고 했다. 성매매 여성으로 살아가면서 보고 듣고 느끼는 것들을 비롯, 비참한 상황에서도 손을 내밀어줬던 어떤 존재들의 이야기가 이 책에 있다고 했다. 자연스레 이 책보다 먼저 나온 '레이첼 모랜'의 《페이드 포》생각이 났다. 성매매 여성 당사자로서의 경험과 통찰을 적은 책. 레이첼 모랜의 책을 9월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도서로 선정하면서 이 책, 《길 하나 건너면 벼랑 끝》도 읽어보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아 이번주에 왜이렇게 피곤한건지 모르겠네. 별로 한 것도 없는데. 아무튼 레모나 매일 먹고 있다. 이따가 에너지음료 뭐 이런거 사먹어야 되나. 휴.. 그나마 어제 와인을 마셔서 좀 덜피곤한 것 같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