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들을 만났을때의 장점은 수없이 많지만, 아마도 우리가 같이 늙어가고 있다는 것이 그중에서도 가장 으뜸할 것이다. 비슷한 관심사도 즐겁지만 우리가 늙어가는 부모에 대해 공감하며 이야기나눌 수 있다는 것은, 사실 별 거 아닌 것 같아도 위안이 된다. 어제도 또래 친구들을 만나 나의 아버지가 다시 수술하셔야 하는 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친구의 시어머니가 수술하신 최근의 일에 대해 이야기했다. 우리는, 우리도 늙어가고 있지만 더 늙어가고 있는 부모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그런 시간들은 이야기의 내용 자체가 유쾌한 게 아니어도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을 가볍게 만든다. 잭 런던 짱이라고, 아니 글쎄, <나는 어떻게 사회주의자가 되었나>라는 책도 있다니까? 라고 말하자 친구들은 허겁지겁, 어머 제목좀 봐, 그건 읽어야 해, 하고는 체크해두었다. 잭 런던 처음인데 진짜 너무 재미있고, 근육과 지적인 여성에 대한 거 다음으로도 막 열심히 책 읽고 공부하는거 나오는데 더 좋아, 더좋아, 하면서 내가 글쎄 잭 런던 책을 검색해서 다 담으려고 하는데 <길 위에서>가 잭 런던에 검색이 안되더라고. 나는 그거 집에 있거든. 그래서 이상하다? 하고 길 위에서를 검색했더니, 그건 잭 런던이 아니라 잭 케루악이더라고. 이러면서 친구들과 나는 빵터져서 웃었다. 잭 런던, 나는 어떻게 사회주의자가 되었나, 길 위에서, 잭 케루악을 말하면서 함께 웃을 수 있는 거, 너무 좋지 않나. 십대 아이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내 조카가 십대인데 아이엄마가 너무 힘들어하네, 라는 나의 말에 부모와 자녀사이라는 책을 보면 말이야 추울 때 여름 바지를 입고 나가려는 아이에게는 '밖에 추운데' 까지만 말해야 한다고 하더라, 고 알려주었다. 각자 환경은 다르지만 우리가 세상에 태어나 살아온 시간이 비슷했고, 그런 우리는 세상에 태어나 살아온 시간이 비슷한 부모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세상에 태어나 살아온 시간이 비슷한 아이들도, 어떤 형태로든 우리 곁에 있었고. 요즘엔 이런게 소중하다.
일찍 만나 양꼬치를 먹고 양꼬치는 처음이라는 친구가 맛있게 먹는걸 보고, 그러면 경장육슬도 한 번 먹어볼테야? 친구들에게 경장육슬도 맛보여주고 우리는 와인을 마시러 갔다. 와인 집에서 아직 메뉴가 다 나오기 전에 직원분께 부탁해 사진을 찍고 깔깔 웃다가, 친구 한명이 나와 함께 있는 사진을 찍고 싶다고 해서 자리에서 일어나 친구랑 바싹 붙어섰는데, 마주 앉은 친구가 사진을 찍으려던 순간, 레스토랑 창문에 크리스마스 장식들이 반짝였고, 레스토랑 안에 음악이 흐르고 있었고, 테이블에 와인이 놓여있었고, 그리고 웃는 친구들이 있어서, 갑자기 그 순간이 눈물날만큼 행복해졌다. 자리에 앉아서, 아 친구들아 너무 좋았어, 방금. 저 창에 크리스마스 장식이 있는걸 보는데 이 순간이 너무 소중한거야!
가게 유리창은 크리스마스 전구들로 반짝였고 공기에도 눈의 냄새가 묻어났다. (p.229)
한 친구가 차려진 안주와 와인의 사진을 찍으려고 하면서 아, 책 한 권과 함께 찍으면 딱 좋은데 오늘은 책을 안가져왔네, 하길래 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나에게 있지! 내가 줄게!' 하고는 나의 백팩에서 다락방의 미친 여자 를 꺼냈다. 껄껄. 친구야, 말만 해, 내 가방안에는 언제나 책이 있단다? 심지어 요즘은 다락방의 미친 여자가 있단다?
나의 다락방의 미친 여자는 친구 사진의 오브제가 되어주었다.
오늘 아침 일찍 출근해 정원 문을 여는데 쨍-하고 바람이 차다. 나는 그 순간을 좋아하는데, 아 좋다, 하고 하늘을 보는데 저기 뭔가 천천히 날아가고 있다. 얼른 핸드폰을 가져와 사진을 찍었다.
육안으로는 잘 보이는데 사진으로는 잘 안보이네? 확대해서 찍어보았다.
이거..비행기인가?
설마...별똥별?
정체를 모르면서 그래도 보니까 뭔지 몰라도 좋네? 하다가, 그런데 만약 별똥별이었으면 어떡하지.. 나 소원도 안빌었는데.. 그런데 밑으로 떨어진게 아니라 옆으로 움직였으니까.. 비행기..겠지? 뭐가 됐든 좋구먼.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
어제 리베카 솔닛의 신간 소식을 알게 되었다. 앗, 솔닛의 신간? 사실 솔닛을 예전만큼 그렇게 막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솔닛.. 이어서 살까, 하다가 잠시 침착해지자, 사두고 안읽은 솔닛이 많다, 이건 나중에, 솔닛을 지금 당장 읽지 않으면 미치고 팔짝 뛸것 같을 때 사자, 하고 내 욕망을 눌렀다. 욕망자제 일인자..
마틴 에덴 1권 다 읽었고 베티 블루 중간까지 보았다. 이 두 개 너무 겹치는 지점이 있어가지고 아아, 이런것이 동시성이란 것인가... 막 이런 생각했네. 이건 조만간 페이퍼로 써야겠다. 아직 베티 블루를 보지 않은 사람들이 혹여라도 보고 싶다면 영화 시작부터 섹스신 나오니 후방을 주의하세요. 소리도.....
마틴 에덴 1권 다 읽었다. 1권 미처 읽기도 전에 그의 알고자 하는 욕망, 루스에 대해 불타오르는 사랑, 막 이런거 읽고 있는데 하아... 스포 밟아서 너무 짜증이 ㅠㅠ 하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아무튼 2권이 남아있고, 나는 잭 런던 다 읽어볼것이다.. 일단 사야겠구나. 껄껄.
점심으로는 짬뽕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해물짬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