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ead of replying, he holds out his hand, palm up. His shirt sleeves are still rolled, and I look at the strong rendons and cords in his wrists. I notice for the first time he has those muscly-guy raised veins in his inner arms. -p.145
그러자 대답은 하지 않고 손을 내민다. 손바닥을 위로 오게 해서. 접어 올린 소매 아래로 팔뚝 힘줄이 보인다. 팔 안쪽에 근육남 특유의 핏줄이 선명하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책속에서
언젠가 여러명의 여자들과 술을 마시면서 우리가 공통으로 아는 한 남자에 대해 얘기했다. 남자친구로 되게 좋을 것 같지 않냐고 나는 말했고, 나를 제외한 다른 여자들은 반대했다. 그는 유머감각이 없고 재미없고 진지하기만 하다고. 대부분의 여자들이 이상형을 얘기할 때 유머감각 있는 남자를 꼽는다는 걸 알고 있다. 나는 아니다. 유머감각이 싫다는 게 아니라, 유머감각 너무 좋지만, 내가 우선 순위로 꼽는 건 유머감각이 아니었다. 유머감각은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크게 상관 없었다. 나는 내가 유머감각이 있으니까. 나는 진지하고 진중한 사람이 좋았다. 신뢰할만한 사람, 무게가 있는 사람, 말한걸 지키는 사람. 사실 그 남자에 대해 잘은 모르고 그러나 겉으로 보여지는 이미지가 재미는 없으되 진지한 사람이어서, 나는 그런 진지함이 좋다는 거였다. 뒤로 다른짓 할 것 같지 않은 그런 모습. 어쩌면 그는 그런 이미지를 가지고 있으되 그런 사람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갑자기 오래전의 이 일이 생각난 것은, 조슈아 때문이었다. 이 진지한 남자가 너무 좋아서. 내가 이 남자의 진지함에 너무 흠뻑 빠져들어서. 몇 번이고 얘기했지만 로맨스 소설이 재미있기 위해서는 일단 주인공이 매력적이어야 한다. 그런데 조슈아는 매력적이다. 십대 시절에 열심히 보았던 할리퀸에 등장하는 그런 돈 많고 구릿빛 피부에 근육질의 마초성 짙은 남자가 아니라, 여주인공인 루시아랑 같은 직장에서 같은 직급으로 일을 하고 원나잇 상대 같은건 되고 싶어하지 않는 그런 남자인 거다. 나는 원나잇 상대를 원치 않는 진지함이 좋았는데, 그런 그가 근육질이라서 너무 좋다. 근육질의 남주인공이 그동안 없었던 게 아닌데 왜 좋을까, 생각해보았는데, 이 소설 《헤이팅 게임》에서는 그가 근육질을 갖기 위해서는 운동을 했다는 것을 언급하기 때문이었다. 근육은 그냥 생기지 않는다. 운동을 해야 한다.
몇년전에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에 대한 리뷰를 쓰면서 나는 그레이에게 분노한 적이 있다. 고작 이십대 후반의 남자가 근육질에 피아노도 수준급이며 엄청난 회사를 경영하는 부자인데, 정작 그가 일하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을 하지도 않는데 어떻게 회사를 경영하는가. 그러니까 그 소설을 내가 좋아할 수 없었던 것은 남주의 매력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서이다. 남자가 애쓰는 모습같은게 없었다. 근육질이지만 언제 운동해서 그렇게 만들었는지, 부자지만 언제 어떻게 일해서 돈을 벌었는지, 피아노를 잘치지만 어떻게 그렇게 수준급이 되었는지 알 수가 없는 거였다. 허상의 인물을 만들면서 많은 재능, 혹은 능력을 그 사람에게 있다 설정하지만, 그런데 언제 어떻게 그렇게 되었는지는 모르는 그냥 완벽체. 나는 이런거는 정말 매력이 없다. 그런데 조슈아는 그것이 gym 에서 만든것이다. 조슈아의 근육은 조슈아가 운동을 해서 만든 것이다. 그리고 그 근육은 매우 단단해서 그의 진지함을 돋보이게 한다.
루신다는 회사에서 단합대회를 갔었는데 뭘 잘못 먹었는지 매우 열이 나고 아팠고, 마침 루시의 파트너였던 조슈아는 그녀를 그녀의 집으로 데려가 아픈 그녀를 간호해준다. 온도를 체크해주고 땀에 젖은 옷도 갈아 입혀주고, 의사를 불러주고, 그녀의 옆에서 그녀를 내내 간호하며 그녀의 상태를 살핀다. 그 시간 동안은 루시도 늘 신경을 곤두세웠던 조슈아랑 다정했다.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조슈아의 미소를 보기도 했다. 저 미소를 또 보고 싶다, 친구가 된다면 저걸 볼 수 있겠다 생각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녀는 그를 매몰차게 돌려보낸다. 도대체 루시가 왜 이렇게 겁을 먹고 자신의 감정 혹은 조슈아의 감정에 대해 눈치를 채지 못하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그녀는 회복했고 월요일에 출근하려는데, 지난번에 얼떨결에 한 번 데이트 했던 대니가 그녀의 상태를 살피러 와서는 회사에 데려다주고 그녀에게 꽃다발을 주고, 그녀의 사무실까지 따라 와서는 저녁을 함께 먹자고 하고 그렇게 그와 약속을 잡는 것을 조슈아는 보게 된다. 조슈아는 다시 루시에게 냉랭해졌다. 루시는 자신이 잘못한 것을 안다. 그렇게 그를 쫓아내는 게 아니었다. 미안하다고 감사하다고 말하고 그를 다시 아팠던 때처럼 다정하게 만들고 싶다. 네가 원하는 건 뭐든지 할게, 라고 그에게 말하고 너랑 친구라든가 아니면 다른 무엇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Josh, I want to be friends with you. Or something. I have no idea why, because you're awful." -p.144
이 말에 조쉬가 반응한다. 네 말에 흥미로운 단어 몇 가지가 있네. 루시는 말한다. 나는 늘 흥미롱운 말을 했어 네가 듣지 않았지. 조쉬는 어떤 말이었는지 얘기한다.
"Or something." he uses his fingers to add quotations. "You said you wanted to be friends, or something. What exactly does or something entail? I want to know my options." -p.144
조쉬가 루시를 좋아하지 않았다면, 조쉬가 루시와 지금과는 다른 관계를 원하지 않았다면 'or something'을 interesting 하게 듣지는 않았을 것이다. '혹은 어떤 것'은 조쉬의 희망이다. 친구 말고는 다른 어떤 사이가 있을까, 다시 다정하고 싶고 다시 조쉬의 미소를 보고 싶은데, 루시로서는 그게 친구였고, 글쎄 친구 아니면 뭐 다른거라도. 했던 거지만 or something 에는 조쉬의 희망이 있다. 조쉬는 friends 가 아니라 something 을 붙든다. 조쉬가 원하는 건 친구가 아니라 다른거니까. 루시는 자신이 다정해지면 이내 그도 방어를 그만둔다는 것을 알고 그에게 이 something 을 제안한다. 오케이 그러면 우리 새로운 게임을 하자, 우리 something 한 관계 어때? 그리고 거기에는 키스가 포함돼, 라고 하면서 그에게 키스를 하자고 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니까 루시는 키스를 하고 싶음 ㅋㅋㅋㅋㅋㅋㅋㅋ 여튼 틱틱대다가 루시가 이러니까 조쉬가 갑자기 마음이 풀어지면서 아까 장미 가시에 찔린 루시의 손바닥을 다정하게 들여다보며 소독했어? 감염되면 안돼.. 이러는데 개다정함 ㅋㅋㅋㅋㅋ 그런데 왜이렇게 가드를 올리고 있어. 이렇게 다정할 수 있는데 가드 올리고 있느라 진짜 얼마나 빡세니. 집에 가면 지쳐서 갓김치에 소주 한잔 해야 되는거 아니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그렇게 루시가 키스하자고 막 덤비고 근데 조쉬 눈과 바디가 루시를 넘나 원하는게 보이는데도 조쉬는 그녀에게 키스하지 않는다. 대신, 너 오늘 대니랑 데이트 있잖아. 가서 데이트 해, 데이트 하고 키스해. 그전에 이미 두번째 데이트에서 대부분 키스 한다고 얘기도 했던 터다. 이에 루시가 놀라서 그게 무슨 말이냐고 하니,
"If it's better than our elevator kiss, case closed. Date him. Plan a spring wedding in a gazebo at Sky Diamond Strawberries." -p.149
대니랑 데이트 하고 키스도 하고 그런데 그게 우리가 엘리베이터에서 키스했던 것보다 더 좋으면 이 게임은 끝이다, 결혼 계획하고 결혼도 해라, 고 하는거다. 그리고는 이렇게 잇는다.
"If it isn't as good, you have to admin it to me. To my face. Verbally. Honestly. With no sarcasm." -p.149
"The Or Something Game doesn't resume until you tell me that no one kissed you like I do." -p.149
루시는 지금 너무 키스하고 싶어서 몸이 다 아픈데(는 내가 과장한거임. 키스하고 싶어서 몸 아프다는 건 내 식의 표현), 저런 조건을 들이밀어대니 '그냥 지금 내가 너한테 (니 키스가 최고다) 말하면 안돼?' 라고 하는데, 그러자 조쉬가 말한다.
"No way am I gong to be your little experiment before you choose Mr. Nice Guy. So yes, I want you to kiss Danny Fletcher tonight and report back on the result. If it goes great, then good luck to you." -p.149
"One last thing. If kissing him isn't as good as kissing me, you cant' kiss him again."-p.149
"나는 당신이 착한 남자를 선택하기 전에 거쳐 가는 실험 대상이 될 마음은 없거든. 그러니까, 오늘 대니 플레처랑 키스해 보고 나한테 결과를 보고해. 만약 그쪽이 잘 풀렸다면 기꺼이 행운을 빌어줄 테니까."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만약에 오늘 키스가 지난번 내 키스보다 별로인 경우, 다시는 대니 플레처랑 키스하면 안돼." -책속에서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진짜 어떻게 이러냐. 지난번에 엘리베이터에서 키스를 했고 그게 좋았으면서, 그래서 지금 자기도 키스하고 싶으면서, 그런데 안돼, 너 대니랑 키스해, 해서 좋으면 걔한테 가, 나는 너의 지나가는 남자가 되기 싫어 라고 하다니. 이게 도대체 무슨 자신감이야. 맨날 대한민국에서 열등감에 의한 여성혐오 범죄만 보다가 이렇게 자신감 뿜뿜하는 걸 보니 너무 신선하다. 물론, 이건 소설이다. 그것도 로맨스 소설! 그래도 그렇게 말하면서, 그러니까 내 키스가 세상 최고일 것이다, 이것은 그녀에게도 그렇게 느껴질 것이다, 라고 확신이 있으니까 그렇게 말하는 것일테지만, 아무리 그래도 저기 마음 한 구석에서 조금쯤은 '그런데 아니면 어쩌지?' 라는 생각이 들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걔보다 못하면 걔한테 가' 라고 말할 수 있는 그 자신감과, 그러기전까지는 너랑 키스하지 않아, 라고 하는 그 자제력은 도대체 어떻게 나올 수 있는 것일까. 이것에 대해 같이 읽는 친구들과 와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너무 신선해, 근데 어떻게 거기서 키스를 안할 수 있지? 라고 막 얘기를 하다가, 그런데 내가 그랬다.
"그게 다 근육이 하는 일이야. 근육질이라 그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근육 만세다 만세만세 만만세. 근육, 그것은 몸을 힘차고 단단하게 만들고, 몸이 단단하면 마음도 단단해질 수 있다. 그러니 내 몸을 내가 단련시켜 이렇게 근육 만든 사람이라면, 그 마음을 다잡기도 할 수 있어! 역시 근육이 답이다. 근육이 짱이다!!
아 진짜 세상 좋은거다. 나는 지나가는 남자 되기 싫어, 하면서 키스를 참는 그 진지함이라니. 그리고 내가 아니라 그를 선택한다면 행운을 빌어줄게, 라고 말해주는 그 단단한 마음가짐 이라니. 이런 거에 이미 나는 홀랑 넘어가는데, 그런데 근육질이야.....................wrist 의 힘줄.. 피땀눈물................ 하아- 그 손목의 근육을 어떻게 단단하게 만든걸까. gym 다니고 트레이너도 있는것 같은데 .. 턱걸이 했나? 플랭크? 푸쉬업? 데드리프트? 뭘로 한거지? 이 모든게 다같이 한 일인가? 조슈아, 운동하는 영상도 좀... 아니 브리 라슨도 그렇고 액션 찍기 전에 운동하면 그 영상 공개하고 그러던데 조슈아는 왜 그런거 없냐. 로맨스 영화라서 그러냐? 아무튼 그런데다가 가드를 힘껏 올렸던 사람이 갑자기 내리고 다친 손바닥 다정하게 봐주고 그러면, 그러니까 손바닥을 위로 향하게 해서 갑자기 손을 내밀면 방금까지 서로 으르렁 거리고 있다가 나도 모르게 그 손에 내 손을 쥐어주는 그런거 하 쉬바.......... 더 못쓰겠네.
조슈아야, 너랑 하는 키스가 더 좋으면 뭐하러 다른 남자랑 키스를 하겠니. 그런 건 약속하지 않아도 돼. 이미 최상이, 최고가 내 앞에 있다면 내가 뭐하러 다른데를 봐...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핳 궁극의 것을 가졌다면 다른 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단다. 욕심이 안생기는거야. 궁극이란 그런거란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핳
아무튼 이 책 읽는 친구들과 나는 조슈아 사랑에 흠뻑 빠졌다. 우리가 흠뻑 빠진 이유는 다들 조금씩 다르다. 나는 진지함(나는 원나잇이 아니라 정착을 원해)과 근육에 반했고(어쩌면 근육이 있어서 진지함에 반한건지도..), 다른 친구는 완전 19금인 이유로... 그만두자, 아침부터, 이런 얘기는.... 역시 로맨스 소설이 재미있으려면 남자 주인공이 매력적이어야 하고, 남자 주인공이 매력적이려면 무엇보다 근육이 필수다. 근to the육!! 하앍-
너무 좋은건, 루신다도 근육을 좋아한다는 것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He's too big, (응?) too clever, and my body likes him way too much. -p.150
저 남자는 너무 키가 크고, 너무 영리한데, 내 몸은 또 그런 저 남자를 너무 많이 좋아하는 것 같다. -책속에서
아아, 누노 베텐코트의 노래 생각난다. my body craves your touch...
으응.. 몸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고 응.. 몸이 하는 말 .. 응. 마이 바디......... 아무튼 그래. 에휴.
다정한 사람들을 옆에 두고 사는 건 축복이고 행운이다. 같이 산다면 같이 사는대로, 자주 본다면 자주 보는대로, 가끔 본다면 또 가끔 보는대로, 그건 그것대로 복이고 행운이다. 어떤 시간을 보내는지 안부조차 물을 수 없는 다정한 사람을 품고 사는 건 너무 슬프잖아.
괜찮은거니어떻게지내는거야나없다고또울고그러진않니...
다른여자랑잠자겠지 나는쉬겠네 그림을걸지않은작은미술관처럼
아 봄이라서 미치겠다.
봄에 근육은 더 미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