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읽는 부분에서는 '디킨스'의 [올리버 트위스트] 가 언급된다. 올리버 트위스트라면 일전에 사두고 안읽은 책이라 갑자기 읽고 싶어져서 책장앞에 가 섰는데 안보인다. 두권짜리 사놨는데... 안읽고 팔았나? 저기 겹쳐진 책더미들 틈에도 안보이고 .. 안보여.. 없어... 걍 팔아버린것일까? 왜 안보이지? 


아무튼 안읽은 올리버 트위스트에는 창녀 '낸시'가 등장하는데, 이 낸시가 도둑떼들로부터 맞아죽는다고 한다. 이 이야기 자체가 매우 마음에 들지 않는데, 디킨스는 그 뒤에 창녀 낸시를 죽인 놈들에게 낸시의 유령을 만나게 함으로써 그 안의 죄책감과 불안함을 건드리는가 보다.


그 누구냐, 그 변태 감독.. 내가 너무 좋아해서 영화 챙겨봤던 그 누구더라..아 맞다 우디 알렌. 우디 알렌 감독의 영화 [매치 포인트]에는 야망있는 남자가 나오는데, 더 부자인 여자랑 결혼하기 위해서 어찌어찌 살인을 저지르는거다. 그 살인은 끝내 이 남자를 범인으로 지목하지 않아, 이 남자는 도시의 전경이 내려다보이는 좋은 집에서 살게 되는데, 그러나 그 남자가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사느냐 하면, 이 남자 역시 자신이 죽인 여자의 유령을 보게 되는거다. 나는 죄책감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다고 생각하고, 그 죄책감 때문에 분명 유령을 만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다시, 소설의 정치사로 돌아와서 낸시 암스트롱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죽은 창녀가 다시 돌아와 범인에게 출몰할 때 그녀가 합법적 권위의 편에서 작용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그녀는 사람들의 마음 깊은 곳을 들여다보는 파놉티콘적 권력을 행사한다. 이 시선은 사방에 편재해 있는 까닭에 시선이 미치지 않는 곳으로 도망치기를 바랄 수는 없다. 이 시선의 권력은 그 자체가 일종의 사회통제이고, 사실상 소설이 성공적 결말에 이르도록 요구한다. -p.369


나는 죽은 여자가 유령으로 출몰해 범인들을 괴롭힌다는 것은 좋다. 누군가를 죽였다면 살인자의 남은 삶이 고통스러워야 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거 아닌가. 그러나 죽은 여자가 권력을 가졌다는 것, 에 있어서라면 회의적이다. 이미 이 세상에서 죽어 사라졌는데 죽은 영혼의 권력? 그것은 이 죽은 여자에게 무슨 의미인가. 권력 없이 평온하게 삶을 사는 쪽을 이 여자는 원하지 않았을까? 모든 인간들은 그걸 원하는 거 아닐까? 누구도 날 괴롭히지 않는, 내가 튀지 않아도 좋으니 평온한 삶. 죽어서 갖는 권력이 도대체 무슨 의미란 말인가.

낸시 암스트롱이 그 뒤에 더 무슨 말을 할지는 읽어봐야겠지만, 여기까지 읽고, 도대체 죽은 여자의 권력이란 무슨 쓸모인데 싶어서 올리버 트위스트를 읽고 싶어졌고, 아니 찾아도 찾아도 보이지 않고 솔직히 찾기도 싫어... 그래서, 장바구니에 책을 담는다.




















책을 사서 쌓아놓고 찾지 못해 다시 또 책을 사는 어리석은 인간이여..아니, 나여...

나는 맨날 멍충미 싫다고 말하지만 그 멍충미를 아마도 내가 가지고 있기 땜시롱 그러는 것이 아닌가...


아무튼 계속 읽으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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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1-08-28 23: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방금 맥주 사진 봤는데 북맥 하고 계신 거군요. 아이고 올리버트위스트 어디 갔나요.. 좀만더 찾아보심 안 될까요 안타깝… ㅠㅠ 그돈으로 다른 책도 살 거 많잖아요..!!

다락방 2021-08-28 23:14   좋아요 1 | URL
사실 제가 살 때만 해도 다 좀 구려가지고... 사놓고서도 다른 데서 나오면 새로 사고 싶다고 늘 생각해왔기 땜시롱.... 이번 기회에 애써 찾지 않고 민음사로 사는 걸로 제 자신과 쇼부쳤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1-08-28 23:40   좋아요 1 | URL
아하 어째 쉽게 찾기를 포기하시는 것 같더니 그런 이유가 있었군요. 그렇다면 사셔야죠!!

다락방 2021-08-28 23:42   좋아요 1 | URL
전 사실 책 읽는 것보다 사는 걸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독서괭 2021-08-28 23:44   좋아요 0 | URL
고백타임인가요? 사실 저도 그렇습니다…. 읽는 거나 사는 거나 다락방님께 비할 바는 아니지만요…

다락방 2021-08-28 23:53   좋아요 0 | URL
저 두번째 맥주를 땄어요.. 책은 저어어어어기 멀리 어디 있네요. ㅋㅋㅋㅋㅋ 사실 물리적으로 제 앞에 있긴 하지만 말입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막시무스 2021-08-28 23: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ㅎㅎ 결코 어리석지 않으세요! 도서출판의 날에 공로상 드리라고 국민청원 해야겠습니다! 책장나간 올리브 트위스트 꼭 수배 하시길 기원합니다!

잠자냥 2021-08-28 23:41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 저도 동의하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8-28 23:43   좋아요 2 | URL
국민청원 20만 달성하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참에 공로상 한 번 받아봅시다!

막시무스 2021-08-28 23:52   좋아요 1 | URL
저의 지인 총동원하고, 랍스터인지 킹크랩인지 하는 매크로 프로그램도 돌려보겠습니다!ㅎ

다락방 2021-08-28 23:53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막시무스님. 정말 다정하신 분 흑흑 ㅠㅠ 제가 알라딘을 떠나지 않는다면 그건 막시무스님의 영향입니다!! >.<

바람돌이 2021-08-29 0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대체 내 책이여! 분명히 샀는데 정말 너 어디있니? 저는 책을 팔지 않으므로 정녕코 내가 지난번 이사 때 버린 것인가 이러면서 막 헤매고.... 우리 다 한번씩 있는 경험 맞죠? ㅎㅎ

다락방 2021-08-29 11:04   좋아요 0 | URL
와 바람돌이님 ㅋㅋ 팔지 않는데 책이 없다면 더 패닉이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휴 그래도 저는 파니까 팔았다고 생각하면 되는데 말예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