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인종 상황은 백인에게 편안한 상황이며, 편안함에 머물러 있는 한 우리는 인종 관계에서 한 발짝도 전진하지 못할 것이다. 전진의 관건은 우리가 불편한 감정으로 무엇을 하느냐는 것이다. - P42
오늘 출근길에는 '로빈 디앤젤로'의 《백인의 취약성》을 읽었다. 읽는 내내 너무 좋아서 고작 40페이지쯤 읽었을 뿐이지만, 다 읽고 리뷰쓸 때까지 기다릴 수가 없어, 일단 페이퍼를 쓰기로 한다.
로빈 디앤젤로 자신이 백인 여성이고 이 책 역시 백인을 염두에 두고 썼으므로 이 책에서 계속 언급되는 '우리'는 백인 집단을 가리킨다고 밝히고 시작한다. 나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우리'라고 할 때마다 한번씩 더 거기에 '(한국) 남자'들을 대입해 읽게 된다. 그렇게 읽었을 때도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어져서 이 책을 읽는 일은 본래의 의도보다 더 즐겁다. 아니, 인종주의에 대해 말하는데 즐겁다고 말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은 단어이겠지만, 왜, 좋은 책을 읽었을 때, 책 한장 한장 넘기는 일이 너무나 짜릿할 때, 우리는 그 독서에서 큰 즐거움을 느끼지 않는가. 그런 즐거움이다. 으, 이 책 읽는 거 너무 좋아, 짜릿해, 흑흑, 하면서 40페이지가량 읽으면서 밑줄을 박박 긋고 북마크도 붙인다. 여러분,책을 읽어요!! >.<
페미니즘에 관심이 생기고 책을 찾아 읽기 시작하면서(혹은 강연을 들으면서) 아마도 많은 여성들이 '아, 이 책을 정작 읽어야 할 사람은 남자들인데 아마 읽지 않겠지'하는 생각들을 해보았을 것이다. 페미니즘 관련 책들 리뷰나 페이퍼에 종종 그런 문장들이 등장하곤 한다. 나 역시도 그런 생각을 하고 또 쓴 적도 있고.
도쿄 올림픽 기간동안 여성선수들에게-그들이 미성년자여도- 성희롱 댓글이 달리는 걸 보면서(와 진짜 천박한 댓글 많더라) 많은 여성들이 항의하는걸 보기도 했는데, 매체에서 다루는 기사들을 보더라도 빈번하게 '왜 여자들은 점점 앞으로 가고 있는데 남자들은 뒤로 가고 있는가'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여자들이 주변을 더 보고 더 생각하고 행동하는 동안 남자들은 더 멍청해지는 게 너무 느껴지는 거다. 성희롱 댓글을 다는데 얼마만큼의 지능이 필요할까? 과연 지능이라는 게 필요하긴 할까? 일전에 정희진 선생님 강연에 갔을 때, '공부하지 않으면 멈춰있는게 아니라 뒤로 가는거다'라는 말을 들었었는데, 나는 지금이 바로 딱 그런 때가 아닌가 싶다. 그건 아마도 남자들이 딱히 여성주의를 공부할 필요가 없기 때문일 것인데, 인종주의 역시 마찬가지다.
의식적으로 꾸준히 공부하지 않을 경우 우리의 의견이 정보에 근거하지 않는 의견, 더 나아가 무지한 의견이 될 수밖에 없음을 우리는
기꺼이 인정해야 한다. 당신이 백인이라면 나는 당신을 모르더라도 인종주의에 대한 당신의 의견이 십중팔구 무지할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 P32
의식적으로 공부하지 않으면 가진 의견만 굳건해지며 확신할 뿐이고, 그것은 시대의 흐름을 따라갈 수가 없다. 인종주의에 대해 백인들이 의식적으로 공부하려고 하지 않듯이, 여성주의에 대해 남자들이 의식적으로 공부하는 일도 아주 아주 드물다. 공부하지 않으면 스스로의 무지를 깨달을 수가 없다. 스스로의 무지를 들여다보지 못하는채로 꾸준히 공부하고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 욕할수만 있을 뿐.
마침 며칠전에 어디에나 미친놈은 존재하고 한 개인이 저지른 짓으로 왜 한국남자를 일반화하느냐는 댓글을 받았는데, 인종주의 역시 마찬가지. 인종차별을 한 그 놈이 나쁜 놈인데 왜 백인을 모두 싸잡아서 말해? 라는 반응을 백인들도 보인다.
예컨대 교외의 백인 동네에 거주하고 유색인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지 않는 백인 참가자들은 대부분 자신에게 인종 편견이나 적대감이
없다고 확신했다. 다른 참가자들은 인종주의를 좋은 사람들 대 비열한 사람들의 문제로 일축해버렸다. 대다수는 1865년 노예제 폐지와
함께 인종주의가 끝났다고 믿는 듯했다. 백인이라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암시하기만 해도마치 무릎반사처럼 방어적 반응을 보이는 동시에
이 사회에서백인인 것이 조금이라도 유리하다는 점을 인정하기를 거부했다.
대다수 참가자들은 오늘날 백인이 억압받는 집단이라고 주장했고, 소수집단 우대 정책으로 보이는 모든 조치에 몹시 분개했다. - P26
매일 남성에 의한 여성 대상 범죄 기사가 나오고 있는데도(어제 본것만 해도 해군 여중사가 성추행한 가해자 신고후 숨진채로 발견됐고, 남자간호조무사는 수면내시경 여자환자를 불법촬영 했고, 성매매 알선 승리는 고작 3년형을 받았다.) 왜 역차별하느냐는 남자들을 보는 것 같지 않은가. 나도 우유당번 했다규!!
다수의 백인은 이 책의 제목만 보고도 내가 개인주의의 가장 중요한 규칙을 위반한다는 이유로, 즉 일반화를 한다는 이유로 반발할 것이다. 내가 어떤 사람이 백인이라는 이유로 마치 그에 대해 안다는 듯이 서술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어쩌면 당신은자신이 나머지 백인들과 다르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만약 내가 당신이 이 나라에 어떻게 왔는지 안다면, 당신과 가까운 사이라면, 당신과 같은 동네에서 자랐다면, 함께 고생하거나 같은
경험을 했다면, 당신은 남과 다르다는 사실, 당신은인종주의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줄 거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이 같은 반사적
반응을 나는 직업생활 중에 무수히 목격했다. - P38-39
나는 내가 백인성의 기둥들 - 우리의 인종적 반응을 떠받치는검증되지 않은 믿음들 - 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보기 시작했다.
나쁜
사람들만 인종주의자라는 믿음의 힘뿐 아니라, 개인주의덕에 백인이 어떻게 스스로를 사회화의 구속력에서 벗어난 존재로 여기는지도 볼
수 있었다. 인종주의를 개개인이 저지르는 개별 행위로만 치부하고 상호 연관된 복잡한 체제로 생각하지 않도록 우리에게 가르치는
방식을 볼 수 있었다. - P27
나쁜 사람들만 인종주의자인가? 정말 그런가? 단지 개개인이 저지르는 잘못일 뿐인데 왜 백인이 아닌 사람들은 백인과 다른 삶을 살아야 하는가. 단지 개개인이 저지르는 잘못일 뿐인데 왜 땡볕더위에 여성들 몇 만명이 거리로 나와 불법촬영 하지 말라고 소리쳐야 하는가. 나쁜 개인 때문에 여성혐오가, 여성차별이, 페미사이드가 일어나는가. 나쁜 개인 때문에 여성들은 스포츠 선수가 되어도 비키니를 입고 경기해야 하는가.
남자가 여자에게 성폭력을 가함으로써 남근이 여근보다 우월하다는 인식이 확립되면, 남자는 일상적으로 여자와 상호작용할 때조차 이런
폭력에서 이득을 얻는다. 그저 자기는 남근이 있고 여자에겐 여근이 있다는 걸 환기하기만 해도 우위를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자에게 성폭력을 가해서 남근이 위고 여근이 아래라는 생각을 주입하는 남자는 일부지만, 결국 일부 남자의 폭력이 늘수록 모든
남자가 더 큰 이득을 보게 된다. - P171
아오 이 책 너무 재미있어서, 너무 흥분돼서 얼른 읽고 싶다. 왜 내가 사무실에 있어야 하는지 원망스럽다. 한장 한장 꼭꼭 씹어 읽으면서 밑줄도 박박 긋고 어떤 문장들은 두번씩 읽고 싶다. 그러다가 문득, 아니, 나같은 친구를 가진 사람들은 얼마나 큰 복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네?) 아니, 이거봐, 좋은 책 읽고 막 인용문 가져오고 그러잖아. 덕분에 이런 책을 그리고 이런 구절들을 알게 되니 너무 좋지 않나욤? 나는 여러분의 큰 복이며 축복이다. 샤라라랑-
얼마전에 친애하는 알라디너님이 똑똑한 사람들이 똑똑한 사람들로부터 영향을 받는다고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여러분, 책을 읽자. 물론 여기에 와서 이 글 읽는 사람들은 이미 나보다 더 많은 책을 읽는 분들이겠지만, 여러분 책 읽는 거 너무 좋지 않나요? 세상 꿀이야 진짜. 너무 좋아. 너무 짜릿해. 오늘 지하철 안에서 양재역이라는 안내를 듣고 너무나 속상했다. 아니, 이거 더 읽어야 되는데. 흑흑 ㅠㅠ
오늘 금요일이라서 너무 씐난다.
휴가 기간동안 아빠 엄마랑 정약용 생가 다녀오면서 맛집이라 소문난 만두집에 들러 만두전골을 포장해왔는데, 와 맛있더라. 그 때 1인분을 냉동실에 조리하지 않고 넣어두었었고, 오늘 집에 가면 엄마랑 그거 먹기로 했다. 엄마가 '만두전골은 소주인데?' 라고 하셨지만, 나는 오늘 아침에 '와인 마실거야' 라고 말해두었다. 왜냐하면 소주는 내일 대하구이랑 먹기로 다 계획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내일은 소주니까 오늘은 와인. 사실 만두전골엔 소주가 더 좋긴 하지만.. 내가 이번주 월,화,수,목 금주했으므로 와인을 꼭 한 번 먹어야쓰겄어.. 그러므로 만두전골에 와인 먹겠다. 아니야 그냥 이틀 연속 소주할까? 아 갈등되네. 계획했던 대로 와인을 할것이냐, 소주를 할것이냐. 소주랑 와인을 둘다 먹으면 내가 다음날 맥을 못춰서 그렇게 먹으면 안된다. 하나만 선택해야 해. 신중해지자.
빨리 퇴근하고 싶다. 퇴근길에 잭 리처 읽을라고 했는데 백인의 취약성 넘나 재미있어서 또 선택을 못하겠네...후우-
여러분 백인의 취약성 읽자. 이거 300페이지도 안된다 여러분. 얇지유?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 이제 간식 먹어야겠다.
백인을 상대로 인종주의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혹시 우리 모두가 같은 대본의 대사를 외우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뻔한 반응을 접하곤 한다. 실제로 어느 정도는 같은 대본을 들고 있는 셈인데, 우리가 하나의 문화를 공유하는 배우들이기 때문이다. 백인 대본의 한 가지 중요한 측면은 우리가 우리 자신을 객관적이고도 독특한 존재로 본다는 데서 비롯된다. 백인의 취약성을 이해하려면 우리가 완전히 객관적일 수도 독특할 수도 없는 이유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다시 말해 사회화의 힘을 이해해야 한다. - P35
사회 집단은 중요하지 않으며 우리는 모든 사람을 동등하게여긴다고 아무리 항변한다고 해도, 우리는 지배 문화에서 남성으로 규정하는 사람의 경험과 여성으로 규정하는 사람의 경험이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는 노인으로 보이는 경험과 청년으로 보이는 경험, 부자로 보이는 경험과 가난한 사람으로 보이는 경험, 비장애인으로 보이는 경험과 장애인으로 보이는 경험, 동성애자로 보이는 경험과 이성애자로 보이는 경험 등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다. - P36
당신이 생각하는 당신의 독특한 면모를 이유로 들어 백인성을검토하지 않는 것보다 한결 유익한 길은, 당신 자신에게 "나는백인이고 X 경험을 가지고 있다. X 경험은 내가 백인이기도 하기때문에 내게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하고 묻는 것이다. 당신의독특한 면모에 대한 의식을 한쪽으로 밀어놓는 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를 넓게 보는 데 필요한 핵심 기술이다. 개인주의를고수해서는 사회를 넓게 볼 수 없다. 당분간 당신의 개인적 서사에 집착하지 말고 서로 공유하는 더 넓은 문화의 구성원으로서우리 모두가 받는 집단적 메시지와 씨름해보라. 당신 이야기의어떤 측면을 당신이 그런 메시지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는 이유로 내세우지 말고 그런 메시지가 당신의 삶에 어떻게 영향을 주었는지 보려고 노력해보라.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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