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오랜만에 20분 전신요가를 했다. 코로나 때문에 요가센터에 다니지 못한지 이제 일년여가 되어간다.
한번은, 언제 다시 다니게 될지 몰라 매트며 세면용품을 가지러 갔는데, 와, 오랜만에 방문한 센터가 너무 좋아서, 와 너무 다시 다니고 싶다고 울고 싶을 정도로 원하게 됐다. 요가센터가 아예 문을 닫은 게 아니라 수업은 계속 진행중이었는데, 수업때마다 거의 스무명에 이르던 사람들이 이제는 열 명도 안되게 참석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수업의 질은 더 높아지지 않을까. 이럴 때 수업을 들어야 하는게 아닐까 너무 안타까웠다. 마스크를 쓰고 수업하는 게 힘들 것 같아 자꾸 뒤로 미루다가, 아니야 마스크를 쓰고서라도 수업을 듣자 다시 갈 생각을 하였는데, 임신한 올케를 생각하니 그러면 안될것 같았다. 조심, 또 조심을 해야지.
그래도 요가에 대한 감을 잃지 말자 싶어서 집에서 생각날 때면 요가를 했는데 얼마전에 뭘 잘못했는지 며칠째 등과 허리가 아파서 그만두었더랬다. 그만두었더니, 몸이 회복한 다음에도 다시 요가를 하게 되질 않았다. 이것도 탄력이구나, 계속 하면 하는 탄력이 붙고 그만두는 순간 하지 않는 탄력(이란 단어가 적절하진 않지만)이 붙어, 안하게 된다. 그걸 깨달은 후로는 억지로 라도 일주일에 한두차례, 이십분 요가라도 하자 마음 먹은 참이다.
퇴근후 요가를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퇴근 전에는 집에 가면 요가해야지, 고작 이십분이잖아, 하지만 막상 집에 도착해 가방을 던져놓고 손을 씻고 나면 아무것도 하기 싫은 몸과 마음의 상태가 되는 거다. 매트를 깔고 요가를 하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의지를 끌어 모아야 한다. 어제는 그렇게 의지를 끌어 모았던 날이다. 전날 내가 만든 피자를 너무 많이 먹었기 때문에 그 의지가 없다해도 움직여야 했다. 내가 피자를 만들면 가장 좋은 점은 내가 원하는 재료를 내가 원하는 만큼 넣을 수 있다는 데 있지 않은가. 내가 피자 치즈를 얼마나 넣었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튼, 그렇게 요가를 했다. 고작 20분의 요가였지만 등이 젖었고 목으로 땀이 흘렀다. 몸에 열이 올랐다.
나는 요가가 좋다. 매일 하는 것도 아니고 어쩌다 하게 되어도 한시간씩 하는 건 아니지만, 요가가 정말 좋다. 햇수로 3년쯤 되었나, 여전히 머리서기가 뭐야, 다리 일자로 찢기도 안되는 비루한 몸이지만, 몸이 폴더처럼 접히지도 않지만 요가가 좋다. 요가를 하고난 뒤에 몸이 개운해지는 것도 좋지만, 하면서 매 동작들마다 느껴지는 새로운 감각이 좋다. 그러니까, 내가 팔다리를 쭉쭉 뻗을 때, 영상에서 시키는대로 몸을 비틀 때, 그게 힘들어서 부들부들 떨리거나 바둥바둥 거리면서, 내가 요가를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몸을 이런 식으로 움직이겠는가, 라는 깨달임이 훅훅 오는 거다. 이를테면 삼각 자세에서는 한쪽 팔은 땅에 한쪽 팔은 하늘을 향해 뻗는다. 측면을 길게 늘려주는 것. 송장 자세에서는 똑바로 누워 손바닥을 위로 향하게 하는데, 그 때 어깨는 평소와 다른 각도로 움직인다. 전사자세에서 팔을 위로 뻗거나 앞뒤로 뻗을 때면,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고 책상 앞에 하루종일 앉아있으면서 결코 취할 수 없는 동작들이라 최선을 다하게 된다. 브릿지 자세를 하노라면, 한번도 배와 다리가 연결되어 항상 접혀 있는 이 부분을 이렇게 열어본 적이 없다는 걸 알아챌 수 있다. 하지 않았으면 그 부위의 움직임을 결코 가져가지 않았을 것이다. 서고 앉고 눕고 엎드리는 것만이 전부인 일상 중에서 몸을 비틀고 팔을 위로 향해 뻗고 한 다리로 중심을 잡아보고 몸을 뒤로 휘어보고 등 뒤로 손을 잡는 동작들은, 살면서 내가 취하지 않는 동작들이 아닌가. 평소에 쓰지 않는 근육들은 요가를 할 때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오, 내가 여기 있었는데 이제 나를 알아채고 움직여주는군! 근육들은 요가의 매동작마다 아우성이다. 어제 삼각자세를 취하면서, 몸을 기울여 한팔을 하늘로 향해 뻗고 시선 역시 하늘로 향하면서, 이 겨드랑이가 언제 이렇게 숨을 쉰 적이 있나, 삼각자세에서 비로소 숨을 쉰다, 하는게 훅- 오는 거다. 아, 너무 좋지 않은가.
나는 어깨가 항상 아픈 편인데 요가는 이럴 때 도움이 된다. 어깨가 굽은 건 등에 힘을 길러주어야 한다고 요가 선생님이 알려주었다. 너무 심하게 아플 때면 요가에서 배운 스트레칭을 집에서 하면서 어깨를 풀어준다. 어깨가 늘 아파서 안마기 까지 사서 해보았지만 구매자들의 평이 좋았던 안마기여도 내게는 소용이 없었다. 그러나 엎드려 반활자세를 하노라면 다시 견딜만해진다. 라운드 숄더를 조금이나마 펴주기 위해서 나는 등 뒤로 손을 맞잡아 어깨를 평소와는 다른 방향으로 펴주는 걸 수시로 한다. 내가 요가를 다니기 전이었다면 하려고 생각도 하지 않았을텐데, 내가 요가를 알고 했던 사람이라서,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안다. 이 점이 요가를 하고나서의 가장 짜릿한 점이다. 머리서기는 내 생애 가능한 일이 될 것 같지가 않지만, 나는 요가가 내 굳어 있던 근육들을 풀어줄 수 있을 거라는 걸 안다.
내가 내 인생에 요가를 들여놓아서, 내가 요가를 할 수 있고 알고 있는 사람이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내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삶은, 아침에 일어나 공복에 요가를 하고 푸짐한 아침을 먹으면서 바깥을 보고 멍때리는 것이다. 그렇다. 퇴사해야 가능하다.
그런 삶을 향해서라도 나는 퇴사를 꿈꾼다.
2020년에 내가 할 수 있는 게 하나 더 추가되었는데, 그건 빵 만들기이다. 책 한 권(우물과 탄광)을 읽고 빵을 굽고 싶다던 오랜 바람을 실현하기에 이르렀다. 전기 오븐을 부랴부랴 사고 레서피를 검색하고 그렇게 매주 빵을 굽기 시작했다. 식빵, 치아바타, 피자, 파운드케익, 쿠키 등을 구우면서 점차 실력은 나아졌고 조금씩 응용도 가능해졌다. 맛있게 먹을 빵을 직접 굽는데서 오는 기쁨과 집 안에 빵이 구워지는 향기가 퍼지는 게 좋지만, 무엇보다 내가 흩어져있는 각자의 재료들-밀가루, 물, 베이킹 파우다, 소금, 올리브유, 올리브, 버터, 계란, 녹차가루, 이스트- 로 완전히 다른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도 좋고, 가장 좋은건, 내가 그것을 할 줄 알기 때문에 하고 싶어할 수 있다는 거다. 치아바타의 반죽을 내가 착착 포개던 게 생각나서, 그 때의 향과 감촉이 너무 좋아서, 간혹 우울해지면 '아 반죽하고 싶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거다. 그러니까 할 수 있는게 늘어나면, 내가 침잠되는 기분을 느꼈을 때 거기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이 늘어나는 거다. 할 줄 아는게 하나 더 늘어나는 건 바로 그 지점에서 짜릿하다.
오래전의 나는 우울할 때면 음악을 듣거나 좋은 문장이 가득한 책을 읽고 싶었는데, 이제는 우울한데 책을 읽어볼까, 어떤 음악을 들어보는게 좋을까에 더해서, 몸을 쭉쭉 뻗어볼까, 빵을 만들어볼까, 하고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요가도 빵을 만드는 것도 누구에게나 절대선은 될 수 없겠지만, 나에게는 잘 맞는, 그래서 오래 가져갈 수 있는 것들이다.
어떤 한 사람이 내가 상상도하지 못했던 사랑이란 감정을 주는 게 가능한것처럼 어떤 한 행위가 내가 생각해보지 못한 만족감과 기쁨을 가져다주기도 하는데, 결코 잘 하는 사람이 아님에도, 나는 잘하는 것과는 정말 거리가 먼데도 요가를 하고 싶고 빵을 굽고 싶다. 좋아하면서도 잘 못한다는 건 때론 나를 시무룩하게 하지만, 그래도 무언가 할 줄 아는게 내 삶에서 늘어난 것에는 크게 만족한다. 나는 다재다능한 것과도 거리가 멀고, 이것저것 도전해보는 것과도 역시나 거리가 먼 사람이지만, 무언가 하나 잘 맞는다고 생각하면 (누구나 그렇듯이) 쭉, 오래 가는 편이다. 직장은 잘 맞기 보다는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오래 근무하고 있지만 요가와 빵굽기는 내가 좋아하므로 계속 내 삶에 가져가고 싶다. 사람은 내가 원한다고 가져갈순 없지만 이런건 가능하니까.
최근에 너무 요가도 안하고 운동도 안하는 것 같아서 혼자 플랭크 한달에 다시 도전했고, 어제가 9일차였다. 8일차는 앱에서 쉬는 날로 정해주었기 때문에 와인을 한 병 마셨고(응?) 어제는 그렇게 9일차였는데 70초를 하라고 하더라. 이거 하기 싫어서 집에를 가기 싫은 거라..으윽..그만 포기할까... 하다가 어제 매트를 깔고 플랭크 70초를 간신히 해냈다. 배가 찢어질 것 같았다. 어제 마치고 10일차는 몇초인가 보니 80초였다. 아니 이 미친앱이여..어째서 하루만에 10초를 늘리는거지? 70초 이렇게 힘들었는데 80초를 어떻게 하란 말이냐. 내가 아무리 숙련자 모드로 선택했다 해도 플랭크잖아.. 그걸 왜 10초씩 늘려 ㅠㅠ 너무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80초 하기가 너무 싫어서 집에 가기가 싫다. 그 따뜻한 집에 가기가 싫어. 집에 가면 매트 깔고 플랭크를 해야 되는데.. 하기가 싫다. 80초 하기 싫어서 집에 가기 싫어. 가출할까.....
30일인 마지막날은 무려 3분이던데..이쯤에서 그만둘까? 하아-
시름이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