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가 끝나는 것이 너무나 서운해서 미쳐버릴것 같은데 이러저러한 것들이 겹쳐져서인지 오늘은 지독한 꿈을 꿨다. 그러니까 꿈에,


나는 아마도 코로나 영향인지, 어느 가정집에서 열리는 글쓰기 대회에 참가한다. 소설이나 서평 어떤 분야든 응모 가능했고, 한 출판사에서 몇 명이 나와 제출하는 그 즉시 읽고 심사를 한다고 했다. 나는 서평 부분에 참여했고 나 외에도 참여자들이 몇명 있었는데, 그 중엔 소설가들도 몇 명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완성된 작품을 제출하는 사람들이 늘어갔다. 한 작가는 심사위원들로부터 '네가 제출한 작품 여러개가 다 좋진 않으니 네 작품을 독자적으로 내줄순 없고 앤솔로지 형태로 내주겠다'라는 평을 들었다. 그리고 누군가는 시를 제출했는데 아무말이 없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김금희 작가가 단편소설을 제출했다. 심사위원들은 그 자리에서 읽어보고는 정말 대단하다는 평을 했다. 김금희 작가는 자랑스레 그 자리를 떠날 수 있었다. 나는 나중에 이메일로 보내야지, 하고 게으르게 있다가 반드시 오늘 제출하고 가야 한다는 말에, 마음에 들지 않는 내 서평 두 개를 제출했다. 심사위원들은 내 자리에서 가까이 있었는데, 한 중년의 남자 심사위원이 이야...진짜 엉망이다, 이것좀 봐, 하면서 원고를 다른 심사위원에게 내미는 걸 보게됐다. 느낌이 싸한게 내 걸 보고 얘기하는 것 같아, 그래서 게속 그쪽을 봤는데, 다른 심사위원도 첫페이지도 넘기지 않은채로 몇 줄만 읽은채, 야, 뭐 이런게 다있어, 하는게 아닌가. 그래서 나는 저건 분명히 내거다! 하고 가서 심사위원들이 보는 원고를 낚아챘다. 그리고 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내가 쓴거였다. 내가 그 자리에서 원고를 빼앗기 전까지도 그들은 서로 내 원고를 보면서 엉망진창이다, 뭐 이런걸 내냐 웃겨죽겠다, 이러고 있었다. 아ㅏㅏㅏㅏㅏㅏㅏ나는 부끄러우니 그자리를 떠나고 더이상 글을 쓰지 말아야지 했어야 했을것을, 거기서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며 난리를 쳤다. 옆에 이 글을 쓴 사람이 있는걸 뻔히 알면서 어떻게 그렇게 바로 옆에서 비웃고 흉볼수가 있냐, 어쩜 사람들이 그러냐, 하면서 악을 버럭버럭 썼다. 아주 한참을 난리난리쳤다. 그리고 가방을 싸들고 자리를 벗어나 그 집을 나오면서, 아아, 나는 이제 글을 쓰지 말아야 하나, 오늘 내가 진상짓한거 본 사람들이 많은데 아마 소문나겠지.... 그러면 나는..조용히 사라져야 하는걸까.....같은 생각을 하면서 집으로 가기 위해 열차를 기다리는데 열차를 몇시간 기다려야 한다고 하고.... 그래서 어떻게 집에 갈 수 있나 사람들한테 묻고 그러다가 잠에서 깼다. 으으...


지독한 꿈이었다. ㅠㅠ

싫어 ㅠㅠ

왜 이런 꿈을 꾼거지? ㅜㅜㅜㅜ


잠에서 깨어 눈을 뜬 뒤 이 지독하고 끔찍한 감정때문에 이게 대체 무엇을 말하는가.... 에 대해 생각했다. 내가 왜 이런 꿈을 꾼건가, 왜..왜때문에..무엇을 말하는것인가, 꿈이여...어서빨리 프로이트 콤플렉스를 읽어야겠다. 아마도, 내 콤플렉스가 꿈에 나온 것인가.... ㅠㅠ




우울한 기분으로 일어나 책을 좀 읽다가 배가 고파서 비빔국수를 해먹기로 했다. 비빔국수 양념장 만드는 걸 검색해보다가 일전에 내가 백종원만능양념장을 만들었다는 게 기억나서 그걸 꺼냈다. 면을 삶고 그 양념장에 김치를 송송 썷어 넣고 참기름을 부어 비볐다. 아아..맛있는 비빔국수가 되었어!!






나는 어릴때부터 언젠가 글을 써서 성공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십대 중반에는 직장 동료들에게 내 장래희망은 소설가로 대박쳐서 타임지 표지 모델이 되는거라고 얘기하고 다녔더랬다. 그런데 글을 쓰면 쓸수록 내 길은 이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든다.  글에 대한 욕망이 아주 오래전부터 자리한거라 내게 가장 좋은 칭찬은 글 좋다는 칭찬이고, 그래서 내 글을 비웃는 그 꿈은 지독한 악몽이었다. 꿈에서도 나는 화를 내고 울고 절망했다. 특히나 글 잘 쓰는 사람들을 마주칠때면 나는 대체 뭐하고 있나 싶어진다. 저 사람은 저렇게 잘 쓰는데 난 뭐야...이래가지고 글로 돈 버는 일이 가능하겠는가, 라고 내게 물으면 긍정적 대답이 나오질 않아. 아마도 이런 복합적인 마음들이 오늘의 악몽을 꾸게한게 아닐까. 그런데 내가 만든 비빔국수가 맛있다. 잡채도 맛있게 만들었어. 저 계란국은 후다닥 연두를 넣고 끓였는데 별로였다. 치킨스톡 넣는게 더 맛있어. 어쩌면 내가 살아가야 할 길은 글이 아니라 요리인걸까...  직장을 다니는 것은 어차피 1,2년후면 끝일텐데, 그 뒤에 먹고 살 일을 생각하면..나는 식당을 하고 싶진 않았는데, 그런데 내 길은 식당인것인가.... 퇴사하고 나면 그 다음엔 좀 쉬엄쉬엄 일하면서 살고 싶었는데, 식당하면 엄청 힘들것 같은데...... 그런데 이렇게 국수를 맛있게 만들면 미래를 바꿔야 하는가... 내가 그리는 나의 미래는 나의 뜻대로 되질 않는 것인가...



어제는 엄마랑 잠시 마트 가는 길에 커다란 전자대리점 앞을 지났다. 상호를 밝힐 수는 없지만, 거긴 몇해전 내게 사보에 실을 원고를 청탁한 곳의 대리점이었다. 으윽 갑자기 부끄러움이 발꼬락에서부터 올라왔어. 싫어... ㅠㅠ 부끄러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난...역시 글이 아니라 비빔국수여야 하는건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여행프로그램을 보다보면 내가 갈 순 없을 것 같지만 정말 근사한 풍경의 낯선 나라들을 만나게된다. 그럴때마다 내가 살아생전 저곳에 가볼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게 된다. 내가 즐겨 따라하는 요가소년의 요가소년 니드라 영상을 보면 항상 내게 간절한 소망을 떠올리고 그것에 대해 생각하라고 한다. 그럴때마다 내가 떠올리는 소망이 있는데, 그것 역시 살아생전 가능할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렇게나 간절히 생각한다면 언젠가는 나에게 올 일일수는 있겠지만, 그렇다면, 나에게 어차피 올 일이라면, 이루어질 일이라면, 좀 더 빨리 찾아와 주었으면 좋겠다. 내가 조금이라도 더 젊을 때 한껏 기쁠 수 있게.




여동생은 나와 독서취향이 달라서 나랑 읽는 책이 전혀 겹치지 않는데, 얼마전에 남동생과 내가 애프터 쉬즈 곤 재미있게 읽었다고 한 번 읽어볼래, 햇더니 알겠다고 빌려달라했더랬다. 그러더니 오늘 다 읽었다고 연락이 왔다.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고. 아..좋아... 정말 좋구나...

















남동생에게 한동안 읽을 책들을 잔뜩 빌려주었었는데, 이제 그녀석에게 남은 책이 별로 없다. 나는 오늘 사실 엘레나 페란테의 신간 읽을라고 꺼냈었는데, 다른 소설을 읽어야겠다. 남동생에게 줄만한 거. 두꺼운 거 던져주면 한동안 날 귀찮게 하지 않겠지. 그렇지만 두꺼운거 던져주면 읽기 싫다고 할 수 있어. 집에 요 네스뵈 레오파드 있는데, 지난번에 남동생이 요 네스뵈 몇 권 읽더니 "누나는 왜 요 네스뵈 처럼 못쓰냐?" 했던 적이 있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요 네스뵈 읽기가 싫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짜증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본 콜렉터 읽고 줄까? 크로스 본즈 읽고 줄까? 아 이새끼 너무 편협적인 독서해서 내가 너무 힘드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이새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암튼 당분간 또 미스터리 소설 겁나 읽어가지고 한아름 들려줘야겠네.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프로이트 읽고 내 꿈 분석해야 되는데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이 몇 시간 남지 않았다는게 너무 우울하다. 그리고 악몽은 꾸기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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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20-10-04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 네스뵈 나온 책 다 읽은 저로선... 넘 잔인해요 네스뵈씨ㅜ 피까지 먹여 주인공한테ㅜㅜ

다락방 2020-10-05 10:33   좋아요 0 | URL
헐.. 아니 왜 그런 짓을 하는건가요 ㅠㅠ
저는 최근에 마이클 로보텀 재미있게 읽다가 마지막권이었나 너무 슬퍼서 ㅠㅠㅠㅠㅠㅠㅠ 이거 주인공한테 왜이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막 이래가지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시리즈 읽다보면 등장인물한테 막 정드는데, 그래서 등장인물의 행복을 바라게 되는데 그렇게 슬픈 일 주고 그러면 너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2020-10-05 0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느무 싫은 꿈이다.... ㅠㅠㅠㅠㅠㅠ 근데 왜 결론이 비빔국수인 거예요 ㅠㅠㅠ 발꼬락부터 올라오는 부끄러움은 대체 어떤 부끄러움인가요.... 하지만 국수는 너무 맛있어 보여서.. 그 식당은 찾아갈게요.. 아, 만약에 글을 쓰시면 그 글도 사서 읽고!! 그르니까 뭐든 대박나자!

다락방 2020-10-05 10:34   좋아요 1 | URL
저도 꿈 너무 싫었어요. 최근에 그냥 글 못쓰는 것에 대해서 너무 많은 생각을 했는가봐요. 휴.. 그래서 아마도 꿈에 나온게 아닐까요. 역시 프로이트를 읽어야겠다...
돈받고 쓴 원고가 너무 후져서 ㅠㅠㅠㅠㅠㅠㅠㅠㅠ그래서 부끄러워요 쟝님 ㅠㅠㅠㅠㅠㅠㅠ 나는 각잡고 쓸라믄 안되는구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런거 너무 절실히 깨달았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대박납시다, 쟝쟝님. 우리 대박납시다!

잠자냥 2020-10-05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 왜요 오늘 글쓰기 1등 하셨는데. ㅋㅋㅋㅋㅋㅋㅋ 저건 개꿈이네요.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0-10-05 10:35   좋아요 0 | URL
저 이 댓글 보고 뭐라고??????????? 하고 당첨 페이지 가봤다가 알게됐네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근데 뭐.... 치열한 경쟁에서 이긴 것도 아니고............... 뭐 그렇습니다. 계속 떨어지다가 응모자 적으니까 되어버린... 하아- 인생이란 무엇인가.....

잠자냥 2020-10-05 11:01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저는 메일이 와서 알았습니다. 아, 왜요, 추석 선물이라고 생각하세요. ㅎㅎㅎ

다락방 2020-10-05 11:45   좋아요 0 | URL
커피 사야겠어요. 커피 새로나왔으니까. ㅋㅋ 디카페인 시다모 없어졌어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