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딱히 독하거나 빡센 다이어트를 시도해본 적이 없지만, 그나마 약하게 시도해본 것도 성공한 적이 없었다. 다이어트를 해서 3개월에 10kg 감량, 이런건 나와는 거리가 먼 얘기였다. 내가 원하는 이상적인 체형은 마른 체형도 날씬한 체형도 아니어서 그런건지, 다이어트에 최선을 다해본 적도 없다. 그간 다른 것들에 있어서 나는 언제나 목표한 바를 이루는 사람이었고, 주변에서의 나에 대한 평가도 그랬다. 너는 한다고 하면 하는구나, 라는 말을 들었던 사람인데도 다이어트에 대해서라면 스스로 자부할만큼 성공한 적도 없고 내가 앞으로도 딱히 성공할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왜 다른건 다 마음먹은대로 하면서(나는 한달 플랭크도 안빼먹고 시키는대로 했다니까?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도 한 번도 안빼먹고 기간 내에 완독했다), 다이어트는 안될까.
내가 다이어트를 제대로 못하는 것에 대해 스스로 내린 분석은, 사실 내게 다이어트가 절실하지 않다는 거였다. 나는 다이어트를 하겠다는 어떤 충실한 마음도 적극적 의지도 없다. '아 졸라 다이어트 하고싶다' 라든가 '아 진짜 미치게 날씬해지고 싶어'같은 마음 같은게 아예 없는거다. 그렇다면 내가 왜 이런 마음이 없을까...
나는 다이어트를 못한다 → 딱히 적극적으로 하고 싶진 않아.
이런 거였는데, 그건 먹는 걸 너무 좋아하고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였을까. 나는 퇴근 후 혼자 마시는 술도 좋고, 친구들과 수다 떨며 마시는 술도 좋다. 연인과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마시는 술도 좋다. 기본적으로 술이 너무 좋다. 술을 좋아하면서 무슨 다이어트람, 하는 마음 같은게 작용했기 때문에 나는 다이어트를 못하는걸까?
그런데 이 책을 다 읽고 마지막 <맺음말>을 읽으면서 나는 내가 왜 다이어트에 대한 절실함이 없는지 깨달았다.
카이오 선생님은 만날 때마다 나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별로 찌지도 않았는데, 살 뺄 필요 없지 않아요?" 라고.
하지만 역시 살 빼기를 잘했다. 난 살이 찐 내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늘 날씬해지고 싶다고 생각했다. 살을 빼면 조금 더 괜찮은 내가 되어 나를 좋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살을 빼고 나서 가장 크게 바뀐 것은 '자존감'이다. 인생을 적극적으로 사는 데 자존감은 아주 중요하다. -맺음말, p.206
아, 이거구나. 이거다. 이거였어. 내가 다이어트를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 적극적 의지가 없는 이유.
나는 굳이 살을 빼지 않아도 이미 나를 너무 좋아하고 있었다. 세상에서 나를 가장 좋아하는 건 나라는 확신이 있었다. 게다가 나는 날씬해지지 않아도 이미 자존감이 어마무시하게 커다랬다. 나는 여기서 더 날씬해지지 않아도, 이 비루한 육체를 가지고도 나를 사랑하고 인색을 적극적으로 살고 있었다. 게다가 내가 살을 빼야 다른 사람들도 나를 더 존중할거라는 생각 같은 것도 없었다. 이 책의 지은이 '야마자키 준코'는 다이어트에 성공을 했고, 그 후에 사람들이 자기에게 더 친절해진 것 같다고 느꼈다는데, 그건 자격지심이라고 그녀의 동료들도 그녀에게 말해준다. 만약 그녀의 말이 사실이라면, 살이 빠진 날씬한 여자에게만 친절한 사람들이 잘못된거다. 비만 혐오이며 외모 차별이 아닌가. 그러니까 나는 만약 누가 내게 불친절하다면 '내가 뚱뚱해서 불친절한가?' 같은 생각이 1도 안들고, 사실 대부분은 '사람들은 나한테 왜이렇게 잘해주지?' 를 생각하며 사는 사람인거다. 이런 내가 대체 살을 뺄 이유가 어디있단 말인가? 다이어트에 성공할 리가 없지...
하아..
내가 나를 너무 사랑해도 문제구먼.. 내가 나를 너무 있는 그대로 사랑해준다... 트루 럽....... 이 뜨겁고 진실한 사랑은 다이어트를 방해한다... 다이어트, 사요나라. 굿바이-
이 책의 뒷표지에는 <특별히 한 것도 없는데, 억지로 굶지도 않았는데, 10kg이 빠졌습니다> 라고 적혀있다. 그러나 특별히 한 게 없다고는 전혀 생각되지 않는다. 작가는 다이어트의 성공과 유지를 위해 습관을 바꿨으니까. 새로운 습관을 만들고 기존의 습관을 버리는 과정들이 쉬이 되는 건 아니다. 그러니 특별히 한 것도 없다고 말할 순 없다고 생각한다. 억지로 굶지 않았다고 했지만, 굶지 않는 대신 양을 줄인 것도 역시 사실이다. 하루 기본 섭취량을 철저히 칼로리 분석해가며 줄였다. '특별히 한 게 없고 억지로 굶지 않았다'고 하면 정말 가만 앉아서 살이 빠진 것 같지만, 아마 다이어트를 시도해본 사람들은 다 알 것이다. 가만 있어서는 절대로, 결코 살이 빠지지 않는다는 것을.
'야마자키 준코'는 다이어트를 성공,유지하기 위해 전문가인 심리학자의 도움을 받는다. 살이 찐 원인을 찾고 앞으로 작은 생활 습관을 바꿔가면서 스스로를 압박하지 않기 위해 작가는 가끔 이 심리학자를 찾아가 상담을 받는다. 상담을 받고 오면 심리학자가 말했던 대로 자신의 다이어트에 대해 분석하고 기록하는 일을 시도하면서 서서히 습관을 바꿔나간다. 처음엔 위의 12가지 항목을 적어두고 실행하려다가 이중에서 자신이 매일 빠뜨리지 않고 하는 것들이 있고 또 잘 안되는 게 있다는 걸 알면서 조금씩 바꿔나간다.
다이어트 관련 책을 읽어본 사람들이라면, 사실 하늘 아래 딱히 새로운 다이어트 방법은 없다는 걸 알게 된다. 먹은 것보다 더 소비하는 게 다이어트의 방법이다. 그러나 단기간 내에 무리하면 그대로 계속 지킬 수 없기 때문에 요요 역시 당연하다. 요요가 무서운 건, 처음 다이어트 시작 몸무게보다 더 크게 불어나기 때문이다. 작가도 이런 과정들을 거쳐왔기 때문에 이번엔 천천히 조금씩 가려고 했던 거고, 결국 2년간 이 다이어트를 지속하면서 1년간 7.5kg 감량하고 그 후에 좀 더 빼서 총 10kg 을 감량해 목표에 이르고 유지하고 있다.
얼마전에 한 유튜버의 영상을 우연히 보게 됐는데, 그 유튜버도 자신이 체중감량에 성공하고 유지하기 위해 간식을 포기하는대신 조금 줄였다고 얘기하고 있었다. 그리고 일주일에 2회정도는 간헐적 단식을 해주고, 매일 운동했다고.
보통 다이어트라고 하면 자극적 선전문구처럼 한 달에 5kg, 세달에 10kg 쯤을 생각하기 쉬운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내 생활습관 자체를 아예 바꿔야된다. 그러나 그 바꾼 습관을 평생 유지하는가는 완전히 다른 문제이기 때문에 급격히 빠진 살은 급격히 다시 찐다.
내가 나를 너무 사랑해 사실 다이어트에 절실한 의지 없었다고 했지만, 요가를 하면서 체중을 감량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변함없이 해왔다. 요가를 시작한 게 벌써 3년전인데, 그렇다면 그 후에 살이 빠졌느냐 하면 아니다. 오히려 더 쪘다. 좀 빠지는 것 같더니 최근에 반년간 요가센터를 가지 않아서인지... 나잇살인지...(닥터는 내가 받은 수술후 당연한 증상이라고 했다)
요가를 하는게 좋고, 살면서 나한테 맞는 운동이라는 생각도 처음으로 하게 됐다. 요가를 하는 시간이 좋고, 요가를 마치고 나서의 기분도 좋다. 요가를 하기 전까지의 준비 과정으로 치면 늘 하기 싫긴하지만, 요가라면 내가 평생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엔 주말에 잊지 않고 요가를 해주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고 있고, 평일엔 20분 요가라도 짬을 내서 일주일에 두 번이상 할 목표를 세우고 있다.
요가를 하면서, 알아가면서 도전해보고 싶은 자세들이 많이 생긴다. 굳이 도전이라고 할 것까지도 없이, 안되는 동작들을 하고 싶어진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데, 이 동작이 왜 안되는가를 나 스스로에게 물어보면 '팔이 짧아서' 라는 신체적 요인이 있기도 하지만, 아주 자주 그리고 솔직히 '살이 많기 때문에'라는 생각이 든다. 만약 내가 여기서 체중을 감량하면 이 자세가 더 잘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거다. 가만히 서서 균형잡는 나무자세 같은 거야 내 체중에 크게 상관없이 처음엔 안됐다가 지금은 되는 자세인데, 아무래도 비틀기 자세같은 것은 너무 힘들다. 쟁기자세도 마찬가지고. 이런건 나에게 뱃살이 없었다면 가능했을까? 라는 생각이 요가 자세 안될때마다 드는 거다. 그래서 나 역시 천천히 조금씩 식습관을 바꿔보기로 했다.
일단, 나 역시 일주일에 2회 정도는 간헐적 단식을 시도해보려고 한다. 현재 금요일저녁에서 토요일 점심으로 가는 그 날 하루만큼은 잘 지켜지는데, 다른 날이 좀 어렵다. 평일 중에 한 번쯤 넣어보려고 한다.
그리고 평일에 고기를 덜 먹기로 결심했다. 큰 결심까지 한 건 아니지만, 가급적이면 평일엔 고기 없이 지내보자, 한것. 마침 코로나 때문에 점심을 도시락 싸와서 먹고 저녁에도 외식을 하지 않기 때문에 이걸 지키는 게 딱히 어려운 일은 아니다. 코로나 상황이 안정된다면 다시 외식 생활도 시작될텐데, 그 때는 그 때에 맞춰서 바꿔나가보면 될 것이다.
그러니 이 책에서 얘기한 것처럼 조금씩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을 나는 이미 실행하고자 마음 먹고 있었던건데, 이 책을 읽었기 때문에 '기록'에 대해 추가할까 생각중이다. 자신이 세운 목표를 잘 지켰는지 아닌지, 작가는 매일 다이어리에 동그라미나 세모, 엑스 표시를 하고 있던데, 다이어트 상담을 해주는 심리학자가 추천한 방법이다. 목표의 실천을 가시화 시키는 것은 요요를 막는 방법이기도 하다고. 나는 요요가 올만큼 뭔가 한 건 없지만, 어쩌면 이 책에 실린대로 가시화하는 것이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다이어리 펼쳐두고 내가 무엇을 얼마나 지켰는지, 그리고 그 때에 몸무게는 얼마였는지, 그래서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게 해야겠다. 문제는,
다이어리에 몸무게 적기가 싫어.... 흐음.............................. 이건 방법을 찾아보자.
친구와도 오늘 아침에 얘기했는데, 생활습관을 조금이나마 바꾸는 것은 '특별히 한 것도 없는데'라고 할만큼 사소한 일이 아니다. 다이어트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었던 사람들은 이 책의 방법을 모르는바가 아닐 것이다. 물론 숱한 다른 다이어트 책들도 마찬가지고. 그런데 '알면서' 실행에 옮기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자꾸 다른 동기를 스스로에게 부여하려고 한다. 내가 다이어트 관련 책을 이번에 처음 읽은 게 아니라는게 바로 그 증거다..
다이어트를 시도했다고 해서 저자가 엄청난 비만인 줄 알았는데, 그저 통통한 정도로 자존감이 낮았다는 게 좀 슬펐다. 게다가 음식마다 칼로리 외우고 있었던 것도 슬펐고. 그녀가 날씬해지고자 하는 이유도 내가 공감할 수 없는 이유였다. 그렇지만 자신이 목표한 바를 계획하고 실천하면서 스스로의 힘으로 달성해서 이렇게 책으로 쓸 수 있다는 것은 이 책의 저자에게도 그리고 독자에게도 좋은 일이다. 그것이 무엇이든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애를 쓰는 것은 스스로에게도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미 다 아는 바라고 했지만, 나도 덕분에 새로운 작은 미션(기록하기!)을 추가하고 또 천천히 가자는 생각에 힘을 실어줄 수 있었다. 문제는 그 힘을 받고 내가 앞으로 어떤 삶을 사느냐이다....
나는 천천히 목표에 이를 수 있을 것인가.
나의 목표는 무엇인가.
커밍 순... (정말?)
아무튼 점심은 김치볶음밥...